- 문학 서적

나날이
- 작성일
- 2023.5.15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글쓴이
- 이꽃님 저
문학동네
가슴 아리고 예쁜 이야기를 한 편 읽었다. 아름다운 구성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가질 수 있게 이끌어나간 멋진 화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서로의 소식을 나누는 편지가 이야기의 끈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기이한 상상력이 아닌가 한다. 상상력의 폭이 대단하고, 그 상상력을 엮어나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마지막 반전은 가슴 뭉클하게 하는 연출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이야기는 제 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작품이다. 충분히 마음에 공감으로 와 닿는다.
책은 은유가 은유에게 보내는 편지로 되어 있다. 1982년의 10살 먹는 은유와 2016년의 14살이 된 은유를 연결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 이야기 연결의 매체가 되는 것은 느리게 가는 우체통이다. 과거의 한 해가 현재엔 1달 정도로 흘러간다. 그러니 과거의 은유가 편지가 거듭됨에 따라 동생에서 언니로, 언니에서 이모로 그 호칭이 변해 간다. 그것은 다르게 흐르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결과다.
은유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을 증명하기 위해 86년 아시안 게임, 87년 노태우 대통령 당선, 88년 올림픽 등을 과거의 은유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과거의 정보를 알려 줄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면서 편지 때마다 과거의 정보를 준다. 그것으로 과거의 은유가 자신을 믿도록 한다. 이 편지들은 과거의 은유가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도록 만든다. 미래의 얘기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겐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얘기들이다. 그래서 과거의 은유는 조금은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은유는 아버지와 둘이 살아가는데, 아버지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독립을 얘기한다. 그의 독립은 1년 동안 지속해온 계획으로 집을 떠나서 살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느 아줌마와 결혼을 하겠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더욱 구체화 되어 간다. 은유는 그 독립을 과거의 은유에게 편지로 보낸다. 과거의 은유는 성장해 나가면서 15살이 되고, 16살이 되면서 은유와 관계가 변해 간다. 동생에서 언니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의 은유는 은유에게 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를 하는 관계가 되어 간다. 그것이 은유는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면서 간섭한다고 매우 못마땅해 한다. 편지가 오가면서 서로는 자신의 사정을 얘기하고 마음을 맞춰 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둘의 대화는 주로 가정의 얘기가 주류를 이룬다. 미래의 은유가 독립을 하겠다는 이유에는 엄마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은 아버지와의 거리, 그리고 아버지 곁으로 온 이상하게 여겨지는 아줌마 등이 있다. 은유는 아버지에 대해 앍기를 원하고 엄마에 대해 그리워한다. 그 사실을 안 과거의 은유가 알아보겠다고 하면서 정보를 요구하고, 은유는 아빠의 용모에 대해 그리고 다닌 대학에 대해 전해준다. 아버지가 과거의 언니 세대이기에 찾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과거의 은유도 성장해서 대학에 들어가게 되고, 은유 아버지의 과거와도 연결이 된다. 과거의 은유가 은유 아버지를 대학에서 수소문해 찾게 되고 둘의 관계가 자연스러워져 간다.
이 책은 과거의 시간들을 담고 있기에 시대적인 문제도 약간씩 언급되고 있다. 문제가 되었던 성수대교 붕괴 사건, IMF가 찾아왔던 일 등을 언급하면서 아팠던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새 천 년의 출발점에 서서 당혹스러워 하던 사람들의 모습도 언급한다. 시대적 상황을 제시하는 것은 이 책의 양념에 해당하는 요소가 되리라 여겨진다. 아픈 기억들을 재생하면서 인물들의 새로운 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편지는 과거의 은유가 성장하면서 은유 가족들을 찾는 얘기로 이루어져 간다. 결국 얘기는 종점에 가까워져 간다. 그러면서 은유가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적대적인 마음을 지워나가는 얘기들로 이루어져 간다. 아줌마에 대해서, 아버지에 대해서, 엄마에 대해서 등 가족들의 문제에 대해서 재인식을 해나가는 시간을 만들어 간다. 가출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기회가 설정된다.
마지막에 제시된 아버지의 편지는 모든 이야기가 종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편지는 아버지의 마음과 딸에게 전해 주는 사연들이 곡진하게 들어 있다. 그것을 읽는 독자들은 가슴 아픈 사연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으리라. 가슴 아픈,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몸까지 불태운 따뜻한 사랑이 그려진 글이다.
이 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아줌마가 있다. 아줌마는 과거와 현재에 모두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과거엔 청년으로 은유 아버지 옆에 있었던 사람이고 현재는 문제 청소년 상담의 경찰관으로 은유 아버지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현재 아버지의 결혼 대상자가 되어 은유에겐 애증의 대상이 되어 있는 인물이다. 이 글의 포인트가 되는 ‘느리게 가는 우체통’의 이야기는 은유를 위한 아줌마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재료라고 얘기되고 있다. 그래서 현실감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이 얘기가 비현실적인 황당함으로만 흐르지 않게 하는 기능을 한다. 참 매력적인 소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청소년들이 가지는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가족과의 불화, 소외, 가출 등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그 치유의 한 방법을 멋진 조각으로 꾸며내고 있다. 얘기가 참 아름답다. 해피엔딩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아버지와의 화해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단지 어머니의 절절한 마음이 가슴 아리는 얘기가 되기는 하지만 그것도 딸에게는 재생의 화사한 마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청소년 치유의 이야기라 마음에 온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로 갈게> 이 제목은 딸 은유에게 항상 어디서나 함께 할 것이라는 엄마의 곡진한 마음이 들어 있는 글귀다. 비록 세상을 달리 하고 있지만 부모의 마음은 그렇게 다함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여겨진다. 사랑의 깊이를 담아볼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귀한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고, 아이들과의 소통을 마음에 담게 되었다. 좋은, 멋진 이야기를 한 편 읽었다. 오래 여운이 남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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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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