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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2538
- 작성일
- 2023.5.29
에이징 솔로
- 글쓴이
- 김희경 저
동아시아
비혼을 얘기하는 순간부터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이 된다. 누군가는 나의 확고한 태도를 괘씸해하며 부정적인 말을 하고(왜인지는 모르겠다..), 날 정말 아끼는 사람들은 내가 혼자 외로울까봐 걱정을 한다. 그리고 항상 나에게 묻는다. 너 정말 혼자 살 준비가 되어 있어? 비혼은 큰 다짐과 계획이 필요한 거야. 하지만 나는 별 생각이 없다. 지금 이대로 살면 그게 비혼 아냐? 결혼이야말로 제대로 된 준비와 다짐이 필요한 거 아냐?
내가 비혼이 되는 것에는 어떤 큰 다짐이 필요 없었다. 어릴 때부터 삶의 계획을 그려볼 때 연애, 결혼, 출산, 육아는 내 삶의 계획에 단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었다. 애는 몇 명이 좋겠느냐는 질문은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제법 자주 나오는 화두였는데, 깊게 생각한 적도 없고 의미있게 답해본 적도 없다. 그냥 주변 하는 말에 '그렇구나, 그러면 나는 몇 명이 좋겠네' 정도의 맞장구만 칠 뿐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비혼'임을 밝히는 것이 남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내가 비혼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을 불편해했다. 언젠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할 수 있는 건데, 너무 단정짓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내 삶에 선택에 있어서 해명을 원했다. 난 그저 내가 보고 듣고 느낀대로 사는 것 뿐인데, 내가 왜 그런 쉽지 않은(?) 선택지를 골랐는지, 내 삶의 방식이 어떻게 나를 외롭지 않게 하는지를 해명해야 했다. 몇 번의 해명을 거치면서 후회하기를 반복했다. 사실 내 실제 마음은 이게 아닌데 사람들의 질문에 눌려 그들이 원하는 답을 하기도 했고,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따라 읊기도 했다. 내 생각을 말하기도 하고 내 생각이 아닌 것을 내 생각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또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재정립하곤 했다.
실랑이 하기 싫어서 이제는 그냥 생각없이 사는 척 한다. 사랑은 나에겐 허상과 같다는 것을,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사랑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내가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때로 외롭고 때로는 충만하다. 내 삶은 그렇다. 그리고 모두의 삶이 그럴 것이다. 외로움은 자신의 생각과 틀에 갇혀 나오지 않을 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외로움은 어떤 성취의 부재에 따른 공허일 수 있다. 외로움이야말로 내가 삶을 더 열심히 살거나 한숨 돌리고 쉬어가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날이 갈수록 내 삶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해주기가 싫어졌다. 그들 좋을 대로 해석하고 결과에 따라 내 삶의 과정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라 생각하니, 고요하게 내 자신을 아껴주고자 하는 마음만 들 뿐이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한 자 한 자 풀어놓아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책일 것이다. 아마 당신이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본 비혼인이 당신에겐 차마 말하지 않았던 말들일 것이다.
책에도 나와있었고, 내 주변 어른들도 하나같이 나이 든 비혼 여성은 만만하게 보이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것은 편견 그 자체가 아닌, 편견에 따라 경험하게 되는 하나의 사실이다. 나도 이제 슬슬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날 함부로 대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겠지만, 사람들은 스스로를 아끼는 게 눈에 보이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 한다. 열심히 내 삶을 가꾸고, 또 나처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지탱해가며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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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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