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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글쓴이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저
휴머니스트
평균
별점8.9 (47)
juri914

지난 4월, 4주차 강연을 진행한 적이 있다.



어쩌다보니 연배가 지긋한 어른들도 내 강의를 들으셔서 첫 수업부터 유독 긴장했는데 글쓰기 수업이라 결과물을 받아보면서 여러 감정이 스치는 것을 느꼈다. 절대 기술로는 따라할 수 없는 깊이가 뚝뚝 묻어나는 글들이었다. 수강생 분들은 손사래치며 그리 잘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손 가는 대로 썼다고 했지만 그 분들은 그만큼 지난한 생을 거쳐 오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절로 겸허해지며, 앞으로 내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도 큰 자양분이 되는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고루 느꼈다. 시간의 효율성을 위해서 출퇴근 길 버스 안에서 전자책을 읽곤 하는데 이 책은 체신머리없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읽기 힘들었다. 마냥 슬픈 건 아니었고, 굳이 분석해보자면 존경심과 경외와 안쓰러움과 죄송함 등의 감정이 한꺼번에 몰아쳤던 것 같다. 특히 인터뷰이의 "힘들지 않으셨냐"는 질문에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있었겠냐며, 그냥 살았다고 대답하시는 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 말에 감명을 받았다고해서 내 힘듦이 가장 우선인 내가 우직하게 버티는 인간으로 변할 수는 없겠지만(왜냐하면 그러한 인간상에서 현재로 가까스로 변했으므로) 생을 관통하는 자세를 배웠다고나 할까. 아직 매일 매순간 휘몰아치는 감정에 금세 귀를 기울이고 휘둘리는 나로서는 '그냥' 산다는 게 어려운 해결책이다. 힘든 일은 당연히 있게 마련이니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값진 교훈이다.



 



특히, 인터뷰어들을 향한 인터뷰이들의 질문에 애정이 느껴져서 잃어버린 인류애가 다시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들을 누군가의 엄마, 아내, 딸, 시어머니로 보지 않고 그저 한 노동자로 바라보는 따뜻하고 산뜻한 시선. 무엇보다도 명함이 힙하고 센스가 있어서 더 좋았다.



 



텀블벅에서 펀딩할 때 바로 샀지만 오래토록 묵혀두었던 책인데, 왜 이제 읽었나 싶다.



물론 우리 집에 있는 거의 모든 책들이 그런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생을 더 끈질기도록 버티게 만들어주는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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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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