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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jink
- 작성일
- 2023.6.13
한밤중의 꽃향기
- 글쓴이
- 레일라 슬리마니 저
뮤진트리
뮤진트리의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 5번째, 레일라 슬리마니 작가의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냐 미술관 이야기, <한밤중의 꽃향기>.
제대로 읽어본 것은 한 권밖에 없지만, 각 권의 안내글부터가 무척 인상 깊은 책들이라서 '다 탐독해야지' 하고 리스트업 해놓은 시리즈다. 여기에서 새 책이 나왔다고 하니 또 얼마나 두근두근 했었던지!
이번 주인공, 레일라 슬리마니 작가는 이 제안을 수락한 주요 이유에 ‘갇힌다’는 것이 주는 유혹 때문이었다고 하고 있다.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공간에서 온전히 혼자만 있는 것에 대한 소설가의 환상...
하지만 그녀는 이 공간과 시간에서 혼자가 아니였다. 보수적이였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갑작스레 떠올랐고, 자신의 첫 소설 주인공인 아델의 육체가 함께 했고, 죽음과 작가들, 익숙한 유명인들이 스쳐지나간다.
무엇보다도 글쓰기가 업인 저자의 깊은 속내가 인상 깊었는데, 은둔과 고독, 고립에서 파생되는 글쓴이의 생각들이 힘을 가지고 나를 압도하는 느낌이여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미술관의 작품들이 단초가 되어 기억과 생각을 끄집어내어 글이 진행되지만 더 깊은 고찰로 자연스럽게 써내려가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은이의 삶과 일, 인문예술까지 고루 즐길 수 있었던 뿌듯한 시간이였으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 한 편이였다. 이렇게 그림을 즐기는 다른 방법을 또 배운다. 슬픔에 대한 언급에서는 한참 빠져있는 정호승님의 시들이 떠올라 문학작품을 완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생각까지 닿아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독서가 될 것 같다.
적극 추천하고픈 도서다.
_글을 쓴다는 것은 곧 절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 치유하거나 마음을 달래려고 애쓰면 안 된다. 오히려 실험실 조수가 표본 병 속에 박테리아를 배양하듯 자신의 슬픔을 배양해야 한다._p12
_“그렇게 공손한 표정 짓지 마. 네 마음에 들고 널 감동시키는 그림을 향해 가라고.” 그 뒤로 나는 미술관을 여러 곳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그때마다 그 친구의 조언을 실천에 옮기려고 애썼다._p51
_칠레 작가 로베르트 볼라뇨는 이렇게 말했다. “패배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싸움터에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이다.”_p65
_글을 쓴다는 것은 또한 확장하고 정복하겠다는, 그리고 세계와 타자, 미지의 것에 대한 꿈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성벽 뒤에서 살면 무관심해질 수 밖에 없다. 평화를 누리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환상에 불과하다._p75
_글을 쓰다 보면 타인들의 허약함과 결함이 좋아진다. 우리는 모두 혼자지만 우리는 모두 같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_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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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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