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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
- 작성일
- 2023.6.22
데미안
- 글쓴이
- 헤르만 헤세 저
열린책들
이번 달 북클러버 도서를 데미안으로 선정했다.
친구가 조심스럽게 추천한 고전소설이기 때문이었다.
몇년 전에 읽은 헤르만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에서'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특:'재미있었다'라는 기분만 남아있고 내용이 정말로 기억이 한.개도 안남)
출판사/번역가에 따라 많은 버전이 있는 책이라서 내가 선정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리디셀렉트에 있어야 할것 ···
번역이슈가 없어야 할것 ··· 리디셀렉트에서 리뷰를 보고 선정
주인공, 등장인물의 외관 설정이 없어야 할것 ··· 모 출판사의 모 그림작가님이 참여한 표지, 예뻤지만 특정 집단의 니즈를 노린것 같아서 피했다.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
싱클레어의 비대하고도 얄팍하고도 흡수력이높은 ... 마치 B2 사이즈 습자지같은 자아를 데미안이라는 폭풍한가운데서 지키기위한 여정 ...
이라고 할수 있겠다
시작부터 주인공은 생각이 많은 친구로 등장한다.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의 독백 위주였는데 조금 괴로웠다...
왜냐하면 그는 사춘기를 쎄게 겪고 있는 소년이었고, 그의 실수가 나비효과처럼 불어나 자신의 세계를 얼마나 망가뜨리는지를 봐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주인공을 조심스럽게 알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소개팅에서 상대의 떨어진 비밀일기를 읽어본 기분이었다.
한마디로 너무 딥해서 당황스러웠다
싱클레어(주인공)가 내가 이 책을 읽은 사실을 알면 과연 나에 대해 좋게 생각해줄까? 하는 걱정이 들 지경이었다 나를 향해 부르짖고, 매도하고, 절교할것 같았다
그만큼 이 책은 사춘기 시절의 현실적인 고민을 너무 잘 녹여내서 괴로웠다.
싱클레어, 그의 B2습자지 자아를 생각해 본다면,
1. 너무 휘둘린다. 시작부터 데미안이라는 인물의 한마디 한마디에 정신없이 휘둘린다. 휘둘린다못해 내면은 폭풍우가 치고 벼락이 내리고 난리가 나는 지경이다. 아무튼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태평소치고 전부 다 한다. 그만큼 성장도 비약적이지만, 그 과정이 정말이지 시끄럽다 ···
보는 내내 내가 이걸 읽어도 되는건가 고민했다 ... 싱클레어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서는 이쯤에서 일기장을 덮어줘야하는게 아닐까? 여어, 싱클레어. 너 이거 떨어트렸더라. 아니, 내용은 안 봤어. 그런데 너 데미안이랑 아는사이더라, 이렇게 말했다가 그만 뺨맞고 쫓겨날것 같음
여튼, 싱클레어는 자아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있으니까 휘둘리겠죠? 아무튼 데미안에게 엄청! 큰! 영향을 받는다. 근데 그 상황도 이해가 간다. 사람이 살면서, 유년시절에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한두명쯤은 있지 않은가 ···나도 나름 내 유년시절을 생각하면서 공감하는 면도 있었다.··· 나같은 경우에도 또래 친구였는데··· 아무래도 그 나이때에는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단단한 친구들에게 굉장히 놀라게 되는건 어쩔수 없는것 같다.
물론,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정말이지 말그대로 '폭풍'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단단하고 완벽했고 유연할줄 아는 그야말로 완벽한 인물 ···그런데 다정함도 갖고있고 배려심도 있으며 후에는 사명감까지 갖고있는 ··· 보는내내 웬지 단명할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나같애도 이녀석의 주변에 있었다면 내 세계 전체가 놀라버렸을거다··· 하지만 나는 싱클레어처럼 습자지처럼 물들기전에 황급히 도망쳤을 것 같다··· 분명 호감가고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기에 너무 위험함을 풍기는(ㅠㅠㅋㅋ) 아~ 웬지 요즘에 웹소설로 이런 인물이 나왔으면 백만팬덤을 이끌기에 충분한 그런 녀석이었다.
싱클레어가 그를 만난게 처음에는 불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자아가 휘둘리다못해 없어진것 같았다··· 뭘 할때마다 데미안을 떠올리고, 데미안에게 보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가 급기야는 그림을 그려버리고, 사랑을 했다··· 우리가만나···
이렇게까지 휘둘릴거면 그냥 만남 자체가 잘못된거 아냐? 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으나, 한편으로 이런 얄팍한 자아를 가진 인물이 데미안이라는 완벽한 인물을 어린시절 일찍 만났기에 이정도로 그칠수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엄청나게··· 비대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싱클레어 이녀석은 끊임없이 생각을 한다. 내가 봤을때 생각이 많은 사람치고는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그렇게 없을 것 같은데··· (자기소개임) 싱클레어는 주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묻고, 알아보려고하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다듬는다. 이게 독학이 가능한건지 모르겠다. 나는 외부에서 자극을 받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게 더 좋은데 이녀석은 외부의 자극에 강한건지 약한건지, 좀 선택적인것 같기도 하고··· 만취학도일때는 그냥 갈대같은 자아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형인 소녀 한번 봤다고 갑자기 똑바로 서는 갈대가 되어버려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정말이지 생각이 많다 못해 그 소녀에게 이름하나 묻지 않고 급기야는 자기가 혼자서 멋대로 지어버리기에 이른다··· 첫눈에 반하고 너무 사랑한나머지 가면 안될길마저 가버리고만다···(그림을 그리게된다 ㅋㅋ) 열심히 독학해서 소녀를 그리는데 성공했지만 알고보니 그는 기억속의 데미안을 그렸다는 그 전개가 너무 당황스럽고, 데미안이 알면 안될것 같고, 내가 나서서 이 비밀을 지켜줘야만 할것 같고, 해명해줘야할것 같은 기분에 나도모르게 읽는 내내 싱클레어를 변호했다···
아 애가 좀 어리잖냐, 어리면 그럴수도 있지, 데미안이 얼마나 영향을 크게 끼쳤어, 애가 폭풍같은 녀석이잖아, 이녀석이 사랑이란걸 처음 느껴서 그래, 아니면 그 소녀가 엄청 미소녀였나봄, 애가 숫기가 없어가지고 말도 못걸고 그림으로 승화를 하네··· 이런 등등.
여튼··· 어느 순간순간에는 책속으로 들어가 싱클레어 멱살을 붙잡고 말리고 싶은 심경도 있었다.
싱클레어··· 분명 초반에는 부잣집 경건한 기독교 집안의 유약미소년같은 이미지였는데
중반을 갈수록 불량학생 질풍노도 사춘기 방탕 병약 수염 소년 (미소년 아님.)이 되고
후반부에는 이제 조금 어른이 되어 주관도 생기고 단단해졌지만 여전히 어린애같은 ···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의외였던 점···
친구의 어머니를 사랑해버림. 근데 이것도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건 아니었다··· 그의 내면을 끊임없이 서술했기 때문에 이제는 심정적으로 싱클레어 편이 되어가지고, 야 , 그래, 사랑할수 있지, 부인이라고 뭐, 아들이 있다고 뭐, 사랑을 하면 안되냐?! 어차피 넌 고백할 용기도 없잖아?! 혼자 사랑할거지?! 혼자 사랑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그리워하고 너 맨날 잘하는거 그거 그냥 대상이 바뀐거뿐이지?! 하면서···.
두번째로는 싱클레어가 전쟁에 얌전히(?)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그전까지 이미지는 웬지 전쟁 터지면 싱클레어도 참지못하고 터져버릴듯 ···이녀석 이 모든 외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릴듯··· 싶었는데, 의외로 전쟁터지기 전에 데미안을 만나 다시 정서적 교류를 하면서 영향을 받아버린 것 같았다. 데미안이 기꺼이 입영 지원을 했다는 걸 알게 된게 결정적인 것 같았다. 그래서 싱클레어도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된걸지도··· 내가 너무 이녀석을 어리게만 보는걸까 사람은 성장을하고 변화하는데도. 싱클레어 이녀석은 종잡을수가없고 물가에내놓은아이같구나. 어디옆집의 데미안같이좀 똑바로살아봐라알아서
어쨌든 얼핏 보면 싱클레어는 끊임없이 데미안을 생각하고 편지하고 그리면서··· 마치 그를 사랑하는것 같아 보이고 마지막에는 그만 키스까지 하고말지만? (아무래도, 상상이었겠죠) 결국 싱클레어는 본인 자신을 너무너무 사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생적으로 약하게 태어난 얄팍한 자아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덧붙이고 단련하고 보수하는···. 그런 일대기를 본것만 같았다 데미안은 그냥··· 자신의 인생의 기준같은 느낌이긴 했다. 자신을 채워줄 사람을 끊임없이 찾아다닌 느낌이었다, 그런 사람이 없을 시기에는 그냥 고독을 씹고맛보고뜯고즐기며 살았으니···
또, 내가 이북으로 이 책을 읽으며 표시해둔 구절을 소개한다.
사랑은 천사의 영상이며 악마였고, 남자인 동시에 여자였고, 인간인 동시에 동물이었고, 최고의 선인 동시에 극단적인 악이었다.
-데미안
이게 정말로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의 고찰인건지 ··· 싱클레어가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못해 어떠한 경지에 도달한것만 같은 구절이었다. 사랑이라는건 너무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이고 말도안되는 그 성질하나로 인류를 이끌어온 인류의 필수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싱클레어가 내린 결론이 깔끔하고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 사람의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거요. 우리 자신 안에 없는 것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는 법이오.
- 데미안
···
우리 자신 안에 없는 것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마치 그거같다.
아는 맛이기에 더 무섭고 유혹적인 ···
이거아닌가요?
다만 한 시간이라도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느니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는게 나았다.
- 데미안
너무 극단적이고 웃겨서 기록해둠, 싱클레어는 정말 극단적이고 웃긴녀석임. 근데 그걸 자신이 얼만큼 아는지 궁금하다···
나는 자연이 던진 주사위였다. 불확실성을 향해, 어쩌면 새로움을 향해, 어쩌면 무(無)를 향해 던진 주사위. 태고의 깊이에서 던진 이 주사위를 작용하게 하고 그 의지를 내 안에서 느끼고 완전히 나의 의지로 만드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나의 소명이었다. 오로지 그것만이!
-데미안
중~후반부에 나오는 독백. 이걸 이제야 안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너 계속 그러고 살아와놓고 몰랐단말이야···! 하긴, 이게 생각으로 정리되기까지는 성숙한 자아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구절 자체가 좀 데미안이라는 책을 관통한다고 생각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까?
결론적으로 나는 싱클레어에게 꽤나 많은 것을 일방적으로 공유당한 상황에서 내적 친밀감이 상승했고, 만나면 인사할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한 싱클레어가 데미안에게서 비로소 독립, 혹은 하나가 되어 벗어난것같아서 감명깊었다. 이제 이녀석을 보내줄 수 있어, 이녀석은 이제 혼자 살아도 자살하지않을것만같아··· 한다고 해도 휘둘린게 아니고 뚜렷한 주관으로 했겠지··· 하면서 안도감이 들었음···;
그가 전쟁에서 살아남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기질이 그래먹어서 쉽게 바꾸진 못하겠지만 내면에 대한 고찰은 이제 좀 덜하고 주변을 돌아보고 산책도 좀 하고 남을 배려하며,뭐 그런 인생을 사는걸 ··· 굳이 보고싶지는 않고 그렇게 살았길 바란다···
나의 내면을 고찰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이 들지만, 좀더 어렸을때 봤으면 매우 놀라고 큰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 책이었다. 나 또한 지금도 생각이 많은 편이지만··· 자신에 대한 고찰은 현대에와서는, 이미 남들이 다 해준것을 받아먹기만 하면 되는것도 있고(MBTI ··· 농담임) 자신의 호불호, 맞는 스타일, 감명받는 포인트, 여러가지 이슈에 대한 윤리의식, 올바름의 척도 정도만 명확하면 이러나 저러나 문제없이 똑바로 살아갈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해서··· (적고보니 너무 많긴 하다,) 여튼 조금 부족했을지라도 남은 부분을 싱클레어가 전부 대신 고찰해준 기분도 들어서 묘하게 후련한것도 있었다.
역자 해설 등을 보면서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의 일생을 짤막하게 기록한걸 보니, 헤르만 헤세가 심적으로 많이 고통받고 힘들었을 시기라는 것이 이해가 갔다 ···그는 실제로도 정신 치료를 받기도 했고 놀랍게도 이 책은 치료 후에 쓰여진 책이었다. 싱클레어가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서 분명히 이 작가도 이정도의 생각을 하고 쓰여진 자전적 소설이겠거니 하는 느낌이 올수밖에 없긴 했는데···
헤르만 헤세 씨도 행복하셨길 바랍니다.
매우 늦었지만 노벨 문학상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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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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