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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 작성일
- 2023.6.23
지구의 고아들
- 글쓴이
- 바이 신이 저
페리버튼
저자인 바이 신이는 대만의 베테랑 기자이자 시사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제작자 겸 진행자로 <지구의 고아>는 대만 최초로 ‘지구의 멸종위기종’을 촬영한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제작하면서 만난 사람들, 저자가 겪은 경험이 더 많은 공감과 보전 의식을 끌어내길 바라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서문에서 저자는 첫 촬영 전까지만 해도 ‘동물 고아원’이라는 시설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고백했는데 나 역시 ‘동물 고아원’이라는 시설의 존재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2016년부터 저자가 직접 방문한 세계 각지의 동물 고아원들을 소개하며 해당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사연,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의 현재를 솔직하게 서술한다.
야생 동물마다 밀렵의 타겟이 되는 이유도 다르고 설사 밀렵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도 개발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인간과 대립하며 희생되는 종도 있다.
코뿔소의 뿔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국가들의 광적인 소비로 인해 코뿔소가 희생되는 걸 막기 위해 뿔을 주기적으로 다듬고 방사하는 모습을 보고 ‘뿔 없는 코뿔소도 코뿔소라고 할 수 있을까?’ 탄식했다는 저자의 말에 나도 탄식했다.
나무늘보는 가지치기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가지치기가 곧 나무늘보의 길을 끊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산림 개발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동물에게 어떤 위해를 끼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무늘보는 쉽게 긴장하는 체질이라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 목숨까지 위태로워 질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사진 촬영 도구로 쓰이는 나무늘보의 사망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과거에 불곰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집안이 지금은 불곰 보호를 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연도 흥미로웠다. 우리 가족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숲으로부터 영혼의 부름을 받는다는 인용에서는 어떤 결기와 신성함까지 느껴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스리랑카의 코끼리 수용센터에서는 버림받고, 다치고, 노동 가치가 사라진 코끼리를 돌보고 치료하기 위해 코끼리 주인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코끼리를 위탁하게 한다는 부분이 그것이었다. 코끼리를 가축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비용을 지불하고 치료받게 데려와야 한다는게 안타까웠다.
다행히 전부 서글픈 사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제작해 생태 환경, 지역 사회, 수용센터에 기여하는 기업의 사연은 저자의 말마따나 ‘더불어 사는 사회’와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의 적절한 예를 보여준다.
보호가 절실한 멸종 위기 동물이 많은 국가는 상당수가 낙후되어 있고 개발을 원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인간의 욕망에 따른 흐름은 앞으로도 막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최선의 방법은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일텐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부패한 공권력, 돈이라면 뭐든지 하는 밀렵꾼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의 안락한 도시에 거주하는 나라는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에게 저자는 후기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가 ‘이 국면을 바꾸고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저자는 취재 과정 중 만난 열정적인 보전 활동가들을 ‘사실상 보전되고 보호돼야 할 희귀종’이라고 표현하고 역자는 후기에서 ‘인간 때문에 상처받은 동물의 모습,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려고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았다고 전한다. 동물들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기에 위태로운 야생 동물의 현실을 세상에 전달하고 지구 사회에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도 결국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다. ‘희귀종’인 야생의 대리인들의 노력이 저자와 같은 섬세한 제작자들의 노력과 만나 변화를 일궈가는 모습이 희망을 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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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