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재리뷰(자연과학/서양문화)

iseeman
- 작성일
- 2023.6.24
지구의 고아들
- 글쓴이
- 바이 신이 저
페리버튼
처음 <지구의 고아들>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책의 성격을 한 번에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지구상에 있는 위험에 빠진 동물을 주제로 하는 자연 생태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대만에서 활동하면서 같은 이름으로 시리즈를 여러 차례 방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동물들을 다룬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었으며, 더욱이 멸종 위기에 빠진 동물들을 돌보는 ‘동물 고아원’을 다루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지구 멸종 위기종’에 관심을 갖고 방송 제작을 하면서, 저자는 ‘기상 이변, 서식지 축소, 밀렵과 몰살, 인류로 인해 지구상의 백만종이나 되는 생물이 멸종해가는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한 과정의 하나로 남아공의 코뿔소 고아원을 찾았던 것이 같은 이름의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또한 이 책을 쓴 된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를 비롯하여 지구의 환경 위기에 대한 다양한 경고가 들려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뉴스거리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당장의 일상에 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나와는 거리가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무관심은 점차 우리의 일상에서 영향을 주는 변화를 가져왔으며, 지금도 자주 발생하는 극심한 이상 기온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그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인간은 자연환경의 변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으면서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무차별 훼손하고 있으며, 몸에 좋다는 동물과 식물들 역시 인간의 포획대상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리하여 지금 이 시대를 인류가 커다란 지질학적 변화를 초래했다는 것을 근거로 ‘인류세’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동물 고아원’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동물들 역시 인간의 남획으로 인해 홀로 남겨진 존재들이다. 저자는 그렇게 홀로 남겨진 동물들을 보살피고 치료하여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보호를 받는 동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지하듯이 부모를 잃고 의지할 곳 없이 혼자가 된 아이를 일컬어 ‘고아(孤兒)’라고 지칭한다. ‘저자 서문’에 의하면 자연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다가 우연히 들렀던 남아공의 ‘코뿔소 고아원에서 7개월 된 새끼 코뿔소 잭이 저자의 등을 슬그머니 들이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안식처마저 사라진다면 어미를 잃은 새끼들은 생존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구에서 의지할 데 없이 홀로 살아가야 하는 어린 짐승들’을 만나고 나서 ‘지구의 고아’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찾았던 ‘동물 고아원’ 가운데 일부에 대해 다시 원고를 작성하여 책으로 엮었음을 밝히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동물 고아원과 그곳에서 보호하고 있는 동물들은 적지 않지만, 지금도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의 훼손으로 멸종의 위기에 놓여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동물들만 하더라도 ‘남아공의 코뿔소’와 ‘코스타리카의 나무늘보’, ‘러시아의 불곰’과 ‘스리랑카의 코끼리’ 그리고 ‘대만의 흑곰과 삶’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라는 것이다. 홀로 남겨진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아원을 설립한 운영자를 비롯하여 해당 기관의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에 이르기까지 ‘그곳의 사람들은 동물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치유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목도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우리 주변에도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멀쩡한 자연을 파헤치고 개발하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움직임은 더욱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언제부터인지 자연환경의 보존이라는 명분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개발의 목소리에 점점 밀려나는 것처럼 보인다. 국내의 상황만 보더라도 그러한 뉴스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대개의 경우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에 힘을 쏟는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의 사람들은 먼 미래의 후손들에게 지구를 빌려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자세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지구상에서 생물이 하나씩 사라져간다는 사실이 그저 일상에서 벗어난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모두의 관심을 통해서 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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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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