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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글쓴이
여행자 May 저
얼론북
평균
별점8.7 (9)
생글

(작은리뷰) 치트키 인생은 없어! 우울을 이기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법



여행자 메이의 솔직담백한 우울증 극복기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제목은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제목만으로 독자 아니 책을 꼭 읽진 않더라도 표지만 훑어본 사람일지라도 이 질문 앞에 잠깐 멈추어서서 10초씩은 생각해 볼 것이다.



"그래,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지?"

사실 이 질문은 의미가 없다.

내가 죽고나면, 이 세상은 내 의지, 권한, 욕심, 소망 밖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내 장례를 치뤄줄 다른 사람들의 세상이다.



장례식 분위기까지 생각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어쩌면 오지랖 넓은 행동일 수 있으나, 또 한편으로는 그 장례식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공간과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주장 정도는 해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책 제목 때문에 서설이 좀 길어졌지만, 이 책은 책 제목처럼 죽음이라거나 장례식에 목숨을 매고 있는 책은 아니다. 제목은 자극적이고 무거워보이지만, 책은 여느 에세이처럼 발랄하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추세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아직 젊은 주인공. 여행을 좋아하는 메이는 서른 문턱에 찾아와 자신을 옥죄고 있는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명상, 요가, 클라이밍, 춤, 먹기, 여행하기, 향기 수집하기, 음악듣기, 이름 바꾸기.



그는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만 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스스로에게 시도한 것. 그녀는 인생이 치트키로 속일 수 없는 것임을 알았기에, 우울과 맞짱을 뜨기로 했다.



"불행을 잊게 해주는 치트키, 행복을 찾게 해주는 치트키, 영감을 주는 치트키, 관계를 만들어주는 치트키 ..... 그런데 치트키를 쓰는 일에만 익숙해진 이에게는, 치트키 없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일이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미처 몰랐다."



(여행자 메이,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25쪽)



그녀는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며, 밖에서 우울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밖에서 온 것들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추천받은 명상을 시도해본다.



어쩌면 이 책은 자신이 경험한 명상의 세계를 안내해주는 책인 것처럼, 명상에 긴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명상을 직접 해보지 않았지만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 뭔가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선 명상을 꼭 해야만 한다는 어떤 압박 같은 것을 주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분량을 여기에 할애하고 있어서, 꼭 명상 소개서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독자들이 그저, 아 저 작가는 저렇게 우울을 헤쳐나갔구나, 그렇게 스치듯 읽고 말 책이라면 괜찮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조금 더 다양한 경험치들을 분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클라이밍의 본질이 뭔지 알아?

음, 글쎄요. 오르는 것 아닌가요?



클라이밍의 본질은 수직의 벽에서 균형을 맞추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힘이 없어 못하는 게 아냐. 균형을 못 맞추는 것뿐이지."

(121쪽)



균형. 클라이밍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힘이 아니라 균형이다.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이런 통찰의 문장 하나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중요한 건, 힘이 아니라 균형이야!

(황정민 배우가 광고에서 말하는 느낌?)



그렇다면 어느 균형을 맞추어야 할까.

일과 휴식?

가족과 일?

자신과 가족?

나와 나?



나는 인생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나와 나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단양 고택에서 수백 장 LP 음반을 발견하고 음악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곳에서 만난 투숙객에서 명반의 정의를 듣는다.



"보통 한 장의 LP에 세 곡이 좋으면 명반이라고 해요. 하지만 이 LP는 전곡이 다 명곡이라 레전드라고 불리지요." (138쪽)



꽃중년 남성이 골라준 레전드 음반은 이승철 LP였는데, 나라면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LP 를 골라줬을 거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명반 인생을 발견한다.



"인생의 세 챕터 정도 멋진 순간으로 가득 채웠다면, 설령 나쁜 일이 더해진다고 해도, 그런대로 명반인 삶인 거다." (141쪽)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얼만데, 세 챕터 정도 명곡이 없었을까?

예전 행복가정상담센터를 개소하고 심리상담을 진행할 때, 그 요법을 사용한 적이 있다. 지독한 우울감에 빠져 있던 분이었는데, 인생 명반을 찾아가는 과정을 시도했다.



자신은 지금껏 한 번도 웃어본 적도, 성공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내담자를 초등학생 시절로 끌고 갔다. 1학년부터 차근차근 위로 올라갔다. 그랬더니 운동회 하던 기억이 났고, 달리기에서 상을 받았던 기억을 찾아냈다.



달리기를 잘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의 얼굴은 달덩이처럼 환하게 피어올랐었다. 하나의 명곡을 찾아낸 것이다.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근육이 필요하다. 근육이 없으면 걸어 다닐 수도, 음식을 소화할 수도 없다. 같은 충격을 받아도 근육이 받쳐준다면 덜 다치게 된다. 마음의 근육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근육을 잘 가꾸어야만 삶이 주는 수많은 고통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나로 살아갈 수 있다." (158쪽)



예전 척추디스크로 고생할 때, 의사 선생님 말이 생각난다. 내 척추는 완치 불가하지만,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면 약한 척추를 받쳐주어 척추가 할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다고. 수술을 안 하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근육이 강화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척추디스크는 수술을 하지 않은 채 잘 버티고 있다.



이 책은 서른 문턱에 찾아온 우울감에 패배하지 않고, 끈질기게 자신과의 싸움, 자신과의 대면, 자신과의 침잠을 통해 우울을 극복해낸 참 야무진 젊은 인생 이야기 책이다.



요즘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사는 게 우울이다. 시시때때로 우울은 찾아온다.

그러니, 이 책, 가볍게 읽고, 이 따위 우울, 날려버리겠어!

다짐하면 좋겠다.



마음의 근육, 잘 키워서, 우울을 몰아내진 못해도, 버텨낼 수 있는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장례식장에는, 베토벤 9번 교향곡, 코랄 버전으로 틀어주길 바란다. 울 가족, 알겠지? 내 장례식은 우울하지 않게, 참 잘 살았다. 소풍 잘 하고 갑니다. 축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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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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