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3.6.30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 글쓴이
- 주원규 저
한겨레출판
길 위의 아이들은 복잡했다. (중략) 때론 잔인한 처제의 규칙을 사용할 때도 있다. 그들은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비열한 거리의 규칙을 몸에 익힌 아이들은 또 다른 피해자를 먹잇감으로 포획하려는 유혹에 빠져든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길 위의 아이들이 먹고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되지 않으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생존의 세계. (102)
세상에는 다양한 나쁜 범죄가 있지만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범죄가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집이 아닌 거리를 헤맬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이용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없어질 수 없는. ‘씨발 년으로 태어나지 말고 씨발 놈으로 태어나라는 말.’ 세상이 여자에게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반증 아닐까?
예지는 상습적으로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한다.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을 감행하지만, 매번 다시 집으로 끌려(?)온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친구의 돈을 빌려 피시방을 전전했지만, 이제는 친구도 돈도 없다. 자신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길거리를 떠돌다 예지가 간 곳은 새벽에도 문을 여는 맥도널드 매장. 그곳에서 예지는 가출팸 구성원인 정화를 만나고 신도림역 원룸촌 지하 방으로 간다. 이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은 반반한 얼굴로 인해 랜덤 채팅앱으로 성매매를 시도하는 가출팸의 일원이 되고 결국에는 스너프 필름에 출연하게 된다. 돈벌이와 쾌락의 수단으로 이용당하며 돈은 벌지 못하는, 최악의 상태가 되어 가는데...
세상 어딘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무섭고 소름 끼친다. 이렇게도 어린 여자아이를,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 아닐까?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책은 얇지만, 그 내용은 가볍지 않다. 세상 가장 따뜻한 곳은 가정이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많은가보다. 집이 차가운 거리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곳이 되는, 어떻게 아버지가 자신의 친딸을 성폭행하고 있는 것인지, 이게 상식적인 걸까? 어떤 삶을 산 사람이어야,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어야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집이 무서운 아이들은 세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지만, 그런 아이들을 다시 집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 집에 세상보다 더 무서운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기댈 곳은 결국 가출팸일까?
2019년이었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공론화되고,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 청소년임을 알게 되었고 가해자가 검거되었지만, 이런 사건이 근절되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여전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고, 순간의 쾌락을 위해 여자아이들을 도구처럼 취급(?)하는 어른들이 있을 것이다. 무섭고 잔인한 일.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아빠라는 인간은 그걸 이용하기도 하면서. 가정이라는 곳에서 피해자였지만, 세상에 나와 가해자가 되는 아이들. 살기 위해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된다. 계속해서 나쁜 짓을 한다. 자신이 뭘 잘못한지도 모른 채. 아니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은 살기 위해 한 것이니까.
세상엔 좋은 어른도 있지만 나쁜 어른도 많은가 보다. 딸 같은 아이를 성 노리개로 만드는 나쁜 어른들. 세상 모범생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악마의 탈을 쓴 어른. 그들이 원하는 세상은 과연 무엇인지. 좋은 어른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프다. 이런 일은 책 속에만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음을 알기에 책을 덮고 나서도 아프고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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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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