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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글쓴이
최혜진 글/해란 사진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7 (35)
sari6884

한국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저자 최혜진, 한겨례출판, 2021



 



내가 그림책을 알게 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 읽은 책은 정진호 작가의 위를 봐요이다. 색 없이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화면 다채로운 선과 도형으로 채워져 있다. 처음엔 이게 뭐지 하면서 보다가 발, 머리, 손이 차례로 나타나며 주인공 수진의 몸이 보인다. 그제서야 처음 보였던 화면이 보도 블록이란걸 알게 된다. 그렇다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더 이야기를 하게 되면 위를 봐요의 서평이 되므로 줄이겠다. 내가 알고 있는 그림책이란 이야기를 보조해주는 그림이 있는 책이었는데, 처음으로 그림이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그림자체가 텍스트의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림이 보여주는 이야기, 그렇기에 작가들이 여기에 얼마나 많은 공력을 불어 넣어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는지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되었다. 이 책 한국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통해서... 책을 읽고 이렇게 충만한 기분이 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너무 너무 좋다. 무엇이 좋았냐 하는 것은 차츰 아래 글에서 풀어가 보겠다.



 



이 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나간 10명의 한국 그림책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림책이 용기를 북돋워 주고 영혼 깊이 위로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책이다. 저자는 전작 유럽의 그림책 작가에게 묻다에서 유럽 그림책 작가들의 창조성에 대해 써내려간 바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책 작가들은 자신의 삶의 철학을 담아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제공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최혜진 작가와 사진을 담당한 해란 작가의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장소의 공기와 빛 등도 책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사진을 통해 보여지는 이야기하는 작가들에게 반짝 반짝 빛이 나오는 것만 같았다. 나에게 콩깍지가 씌어진 것 같다.)



 



# 권윤덕



...상처가 나면 저절로 딱지가 앉고 치유되는 몸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고 한번 낯설게 바라보세요. 아무리 슬퍼도 때 되면 배고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푹 작고 일어나면 걱정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도요. 신기하고 대단하지 않나요? 나를 지키고 키워가는 힘을 이미 내 몸이 지니고 있어요. (...) 생명은 과정이지만, 미래의 어떤 것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매 순간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 소윤경



...“잘못된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습관을 버리세요. ‘이렇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부담과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라는 직감의 목소리가 갈등할 때, 자신의 직감을 선택해보시길.” “도식을 취한다는 건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제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도식을 배반하는 그림이에요. 작가의 고유한 시선이 전해지는 그림을 아이들이 더 많이 보았으면 해요.”



 



# 이수지



...“우연에 기대면서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편이 더 마음 편해요. ‘구멍 좀 있으면 어때? 이 정도면 되었지하는 마음으로, 순간의 절실함으로 거기 있으면 되잖아요.”



아이에게든 어른에게든 감탄하는 태도가 필요해요. ‘다 그런 거지. 원래 그런거야. 당연한 거야. 나는 다 알고 있었어라는 말을 하지 않는 태도, 내가 놓친 좋은 것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지요.”



 



# 유설화



...동화와 그림책 장르를 향해 다큐나 르포처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아서 수준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면 그건 말이 안 돼요. 동화와 그림책은 인생의 비참함이나 슬픔을 외면하지 않아요. 다만 아이들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눈 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현실의 냉혹함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마음에 여지를 마련해주는 거예요.



 



# 고정순



...살면서 시련과 부정적 사건을 막을 도리는 없어요. 일단 찾아오면 온몸으로 겪을 수밖에 없어요. 다만 그 끝에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면 고통에지지 않을 수 있어요. 고통이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는 인식의 전환이요. 행복과 즐거움도 물론 소중해요. 하지만 나와 타자에 대해 간절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건 반대의 감정이에요. 삶의 우선순위를 통렬하게 고민하게 하지요. 부정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생각해요. ‘, 삶의 우선순위를 고민하라는 뜻이구나.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싶은 게 뭐지?’라고요.



 



# 이지은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좋다 나쁘다는 판단을 하지 말고, 뚜벅 뚜벅 걸어가면 된다는 가르침이었어요. 제 안에는 이러면 이럴 것’, ‘이건 좋은 거, 이건 나쁜 거라며 속단하는 틀이 아주 많았거든요. 저 자신은 물론 가족, 여성, 관계, 창작에 대해 근본부터 뒤집어보는 시간을 보냈고, 새로 그린 팥빙수의 전설에서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눈호랑이를 만나는 고비마다 , 그렇구나. 일이 벌어졌구나. 그럼 겪어야지. 지나가야지라는 식으로 반응해요. 제가 닮고 싶은 삶의 태도예요. 삶의 고난이 생길 때 팥할머니처럼 힘듦을 받아들이고 겪어내며, 역경 속에서 살아내는 방식을 배우고 싶어요. 내 삶에 집중하며 잘 걸어가고 싶어요.



 



 



# 유준재



...“무소불위의 강자가 멈칫하는 순간을 자꾸만 그리는 이유는 누구나 그렇게 멈칫하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 누구든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어딘지 찜찜하고 불편해져서 자신을 반추하는 상태에 빠져볼 필요가 있어요. 변화는 그런 순간에 만들어지거든요.”



 



# 노인경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모두 해피엔딩을 꿈꿔요. 생각해보면 행복감은 순간일 뿐 지속되지 않아요. 지구의 자전 같은 진리예요. 좋은 날이 지나가고 나쁜 날이 와요. 그러면 나쁜 날이 지나가면 좋은 날이 온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해요. ‘앞으로도 나쁜 날밖에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나쁜 날을 보내는 것과 좋은 날이 올 거야믿으면서 나쁜 날을 보내는 건 전혀 다른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책의 해피엔딩은 우리가 어둠을 통과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좋은 날에 대한 기억을 심어줘요. 용기를 내면 분명 무언가 달라진다는 믿음과 함께요. 사람들 마음에 작은 전구 하나를 넣어주는 거예요. 어두울 때 밝혀볼 수 있는 작은 불빛이요. 낙관성을 담아내는 일이 곧 가벼움이 되지 않도록 주인공이 세계를 긍정하기까지의 과정을 고심하며 잘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 권정민



...‘혹시 내가 함부로 힘을 사용하진 않았나?’ 자주 자문해요. 도덕과 윤리는 왜 우리에게 때리지 말고, 훔치지 말라고 반복해 가르칠까요? 내키는 대로 살면 누구든 불의한 짓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자기 성찰은 자동으로 되지 않아요. 불편하고 어려워요. 그럼에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간다움 같아요. 타락한 세상인 것도 맞지만, 추악함 속에서 선함을 발견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역시 인간이잖아요. 인간의 아이러니를 관찰하고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 박연철



...배우 윤여정 씨가 연기가 가장 잘 될 때는 통장 잔고가 비었을 때라고 말하는 걸 봤어요. 결핍이 있으면 필요가 생기고 배움이 생겨요. 이미 갖춰졌다면 변화나 발전이 필용 없겠죠. 지난 17년 동안 이미 갖춰졌다면 변화나 발전이 필요 없겠죠. 지난 17년 동안 저는 못갖춘마디 인생이었고, 그래서 계속 배움을 구했어요. (...) 하지만 시간을 들여 알아가는 것만이 진짜 내 것이 돼요. 결핍과 배움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들고, 삶은 풍요롭게 해요.



 



 



이 책의 장점은 다양한 그림책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표정을 잘 담아냈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림책 작가들에게 누구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가슴을 번쩍이게 , 눈빛은 반짝이게 만들었다. 사진 작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작가의 손때가 묻은 그림 도구, 빛바랜, 쌓여있는 옛 서적들, 작업실 벽에 붙은 다양한 메모와 엽서, 포스터까지 인터뷰를 하는 두 작가 사이를 조심스레 오가며 그림책 작가들이 쌓아온 삶의 궤적을 카메라에 잘 담았다. 이 책은 그림책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단점은 사실 별로 느껴지는 바가 없다. 그 만큼 작가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좋았다. 이 작가들을 깊이 있게 알게 되어 너무~너무 좋았다. 그들을 책으로 먼저 만났던 사람으로서 각 그림책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이 이 인터뷰를 통해 확대되고 깊이 있어 졌으며 보다 더 다채로워졌다. 그런데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이 10명의 작가들을 선택했는지, 인터뷰를 진행한 과정과 방식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조금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살짝 (정말 아주 조금이다)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그림책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그림책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메시지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예술의 한 형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렇겠지만 작품은 그 작가의 삶을 반영한다. 지구의 저 깊은 곳에 많은 시간과 압력을 견디어 그 결정의 끝에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처럼 그림책 작가들의 삶과 작품에서 진지하게 인생을 살아내는 돌파의 힘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림책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림책의 매력과 가능성을 알게 해주고, 우리의 삶의 위로와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서평이라고 하지만 마치 팬레터 같아졌다. 너무 좋아하는 스타를 만나 어쩔 줄 몰라하는 소녀팬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아주 조금은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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