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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글쓴이
줄리 필립스 저
돌고래
평균
별점8.3 (24)
nyangtw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를 갖고 있을때만 하더라도 내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쿠키를 굽고, 케이크를 만들고, 글을 쓰며 보냈던 나의 시간들. 적어도 스스로를 먹여살 수 있던 자립의 시간들. 그 모든 시간들이 적어도 뱃속에 들어있을 때까지는 지켜졌거늘. 아들 녀석이 세상에 우렁찬 울음을 터뜨리며 나옴과 동시에 모두 무한대기로 일시정지가 되어버렸다



 쉬는게 쉬는게 아닌 나날들이 이어졌다. 집에 있는데도 도무지 편하지 않았다. 젖주고 치우고 우유병 닦고.. 재우고 똥치우고 오줌 치우고. 세상에. 단순노동이 주는 무게는 생각보다 너무도 무거웠다. 게다가 독박이라는 족쇄가 나에게 채워질 줄은 꿈에도 몰랐건마는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나라니. 무엇 하나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나날들, 마음껏 생각할 수도, 꿈을 꾸는 것도 사치인가 싶던 시간들. 자그맣고 버둥거리며 온종일 내 손길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핏덩이를 돌보는 동안 나는 매일매일 소실되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여잡기 위해 버둥거려야 했다.



 아이가 얼추 자라 어린이집을 가기까지. 30개월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에 글은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책은 손에도 못 댔다. 눈에도 머리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의 시간은 빛처럼 빠르게 흐르고, 훅훅 자라났으며. 아이는 날마다 울었고, 날마다 변했다. 겨우 책을 손에 댄다면 그건 육아서적과 아기 동화책정도. 모든 타임라인이 아이에게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 모든게 처음이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손길도 거의 없이 혼자 해내야 했으니까. 아이 키우는게 이렇다고 알려주는건 친정엄마가 물려주신 육아일기 정도랄까. 백권의 육아서적도 당장 처한 내 현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당장 아이를 낳을때 회음부를 절개한다는 것도 안 알려주는 판국에 무슨.  



 과자향내가 나던 집에서는 우유냄새와 아기의 토사물 냄새, 분변의 냄새로 그 자리를 대신했다. 거즘 일년은 꼬박 아이에게 매달려야 했다. 학교에서는 아이가 생기는 과정을 과학적으로는 알려줄지언정 애 키우는 법을 알려주는 곳은 없지 않은가. 낳기 전에 많은 채널을 통해 충분히 준비했다고해도 실전은 다르다.



이건 프린세스 메이커가 아니니까. 아이는 살아있고, 생을 리셋이 불가능하고.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기만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혹은 어설프게 아는 채로,



 



 상실감. 무력감. 그즈음 내가 느끼던 감정들이다.



 나는 워킹맘들이 부러웠다.(지금도 부럽다.) 자기의 일을 가지고 치열하게 버티고 살아간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는내게 있어 하나의 신화에 가까웠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자신이 해오던 것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녀들은 버티고 버티고, 죽어라 버티고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적어도 자신을 무력하게 여기지도, 상실할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순간 일과 양육의 파도 위에서 흔들리고 양손에 잡은 그 줄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부럽다"는 나의 철없는 말은 얼마나 비수였을까. 일과 양육은 늘 대립하고. 여차하는 순간 둘 중 하나는 놓치고 만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주 양육자가 어머니인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양육을 놓치는 순간 여성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모성성은 의심을 받는다. 일을 놓치는 순간, 여성은 '그럼 그렇지'의 표상,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라는 표본이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같은 모양새였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세상 저편에 나와 같은 고민, 나와같은 갈등을 겪었던 여자들이 또 있다니. 심지어 꽤나 유명세를 탄 사람들이다. 많이 배우건 적게 배우건. 작가건 주부건. 어째서 다 똑같은 생각과 삶을 사는가. 시간이 꽤나 지났음에도 왜 여전히 그들의 고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는가.



 



이 책은 단순히 여성의 일(그중에서도 자율성과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창작활동)과 육아의 양립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양립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며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자했던 존재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창작자로서는 성공했을지언정 어머니라는 이름에는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힌 이들도 있다. 두가지 타이틀 모두를 지켜낸 사람도 물론 있다. 성적인 욕망의 주체로써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에 거리낌이 없던 세상이 원하지 않는 어머니상을 가진 창작자도 있다. 다양한 장작자들이지만 그들이 직면한 상황은 하나다. 양육과 창작. 이타적 돌봄과 스스로를 돌보는 것. 그 두 사황의 양립 속에서 발생하는 내면적이자 동시에 사회적인 갈등.



 



 이 책은 어떤 방법으로 창작을 지켜나가라 던지, 혹은 모성을 이렇게 지켜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여성들이 처한 모성과 일의 양립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 사례를 분석하고, 그들이 겪었던 심리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정말 어떤 존재로써의 존재감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양육자라는 이름을 잃지 않으려면 시간과 자기돌봄이 필요한데, 어떻게 해보실래요? 대신 스스로를 용서하고 이해하고 좀 더 너그러워지세요. 조금 더 이기적이 되어봐요. 뭐 사실 둘 다 잘 할 순 없어요. 그건 좀 운이 좋아야하고. 둘 다 엉망이 되지 않는 법은 있지만, 꽤 어려운건 사실입니다.



 양립된 갈등상황 속에서 명쾌하게 떨어지는 해답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고구마같은 결론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답이 아닌 생각을 원하고 공감대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이 긴 여정의 모험은  생이 다할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작은 희망이 있다면 옮긴이 후기에 나오는 어술러 르 귄의 마지막 인터뷰 중 마지막 대목에 있달까.



 "제가 말하려는 건 작가들이 수십 년을 살아가는 동안 아기들은 영원히 아기로 머물지 않는다는 겁니다. 작가로서 당신의 수명은 당신의 아기보다 훨씬 길어요."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이라면 충분히 읽어볼만 하고, 이 세계에 발을 들이 이들에게도 함께 할 것을 권한다. 동시에 선택적으로 이 모성의 세계를 기꺼이 거부한 이들에게도, 결혼의 세계관속에 자신을 던지기를 거부한 이들도. 한 사람이 또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있어 괜찮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슬며시 권해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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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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