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 놓을 수가 없었다. 누가 이렇게 글을 잘 쓰시나 했더니 이미 유명한 작가님이셨다. 믿고 봐도 된다



책을 읽고 내가 상징적 요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아쉬웠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읽은 느낌이다. 그 자체의 이야기만으로도 재밌지만, 상징적 요소요소를 파악하면 엄청난 이야기가 깃들어있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어렸을 때,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면서 되게 이상한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라이프 오브 파이'를 다시 읽어봐야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 책의 구성이나, 내용이 유사한데, 이 책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책은 3가지 시점에서 쓰여진다. 첫 번째는 배가 난파되어 살아남은 10명이 있는 구명보트의 시점, 두 번째는 난파된 배를 조사하는 형사의 시점, 세 번째는 세간에 이 사건이 어떻게 알려졌는지를 알려주는 뉴스의 시점이다. 가장 주가 되는 이야기는 첫 번째 시점이다.



주인공은 배가 난파되어 바다에 빠져있다가 누군가의 부름을 듣고 정신을 차린 뒤 구명보트에 올라탄다. 자신을 포함해 구명보트에는 총 10명이 타게 되는데, 난파 도중 1명을 더 발견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자신을 '주님'이라고 소개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지만, '주님'은 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살리고 물이 필요한 이들에게 비를 내려주는 등의 일을 벌인다. 이에 보트 안의 사람들은 '주님'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세 번째 시점을 통해 책의 몰입도가 확 높아진다. 난파된 배에 있던 사람들 중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초장부터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구명보트에 주님이 있었는데 대체 왜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던 건지, 그 사람은 주님이 맞았던 건지 계속되는 의문과 함께 책을 읽게 된다.



두 번째 시점에서는 이를 조사하던 형사가 '첫 번째 시점의 주인공이 쓴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에 따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는데 이게 증거물로 쓰일 수 있을 지 없을 지 고민하다가 보고를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노트의 내용은 형사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준다.



계속되는 의문,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다. 자신을 주님이라 칭한 존재는 과연 누구인지, 보트에 있던 사람들은 벌을 받는건지 구원을 받는건지, 주인공은 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건지, 형사와 관련된 과거는 대체 무엇인지, 구명보트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있는건지. 스토리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이러한 의문들은 차차 풀려가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퍼즐이 짜맞춰진다. 그러나 독자는 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해서 여운이 남는데, 애초에 내용이 판타지적이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꾸며낸 이야기였다면? 이라는 생각이 남는다. 기분 좋은 찝찝함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