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리뷰

얼음사탕
- 작성일
- 2023.7.19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 글쓴이
- 줄리 필립스 저
돌고래
이 책은 창조적 작업을 하는 여성들이 그들의 일과 양육을 어떻게 병행했는지 엄마였던 여러 여성 작가와 예술가들의 삶 속에서 그것의 여러 양립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결코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양육과 창작의 올바른 양립 가능성에 대한 끝없는 갈구와 가능성을 제시하며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임을 보여줄 따름이다.
사람은 어떤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준비와 연습이라는 과정을 가진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일은 반드시 존재하고 그중 하나가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일 것이다. 설령 다른 아이를 돌봐준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이 직접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양육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양육은 환경이나 처해진 상황에 따라 모든 사람이 똑같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 양육의 과정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여성들은 주체가 아닌 주변인으로 밀려나고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모든 관심과 초점의 대상이 된다. 아이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배우자 혹은 타인들을 향해서도 여성은 자신을 내세우지 말 것을 강요당한다. 이것을 모성 플롯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여성의 창조적 자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20세기를 살아간 엄마들 대부분은 역사와 관습이 정하고 제시한 이러한 이야기에 따라 살았다.
작가가 보여주는 여성 창작자 중 어슐러 르 귄(1929~2018)은 세 아이의 엄마였지만 글을 쓰기 위해 모성 플롯을 탈피하기 위한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의 남편 찰스는 자신을 우위에 둘 것을 강요하지 않았고, 그녀가 글을 쓰는 시간 동안에는 당연하다는 듯 아이들을 돌보아 그녀의 창작 시간을 존중해 주었다. 그렇기에 엄마가 된다는 점은 어슐러를 자신의 삶에서 밀어내는 것이 아닌 삶의 중앙에 오롯이 자리 잡게 했다.
어슐러는 자신이 창조한 개인적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길을 육아를 통해 쉽게 찾았기에, 글을 고립된 상태에서 써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그녀는 아이들의 행복과 글의 완성도 모두를 위해 노력하며 사는 삶은 힘들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말하며, 결국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나 장소가 아닌 창작 가능한 시간 동안의 집중적인 창작 활동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컬러 퍼플』의 작가 앨리스 워커는 인종 간 결혼이 불법이었던 시절 그녀의 정치적 열정과 문학에 대한 감정에 반한 유대인 법대생 멜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한 번의 유산 뒤 임신에 성공한 앨리스는 임신으로 인한 생리적 반응과 우울증으로 고통받는다. 이때의 경험 즉, 몸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체험과 그녀를 냉대하는 의료진, 모욕, 두려움 등은 앨리스의 소설에 도움이 되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암울한 시각은 그녀의 초기 소설 세 편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어슐러의 남편 찰스와는 달리 육아에 대한 것을 앨리스와 공유하지 않았던 남편 멜과 극심한 인종주의가 만연했던 당시의 미국은 그녀로 하여금 심한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끼게 했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피난처는 글을 쓰는 창조적인 행위이었다.
그녀는 흑백 혼혈의 딸에 대한 사랑이란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흑인인 자신의 삶이 가져다주는 협소한 가능성에서 자유롭게 해 주는 것이라 생각해 자유라는 이름하에 딸 리베카는 홀로 남겨 두길 반복했다. 하지만 딸 리베카의 입장에서 이 자유는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는 위협적인 것이었다. 성인이 된 리베카는 자신이 앨리스의 창조적 작업에 밀려났었다고 말하며 어머니와의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앨리스는 여전히 모성에 대한 모호한 신화를 거부하며 성공적 커리어를 위해 모성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작가는 앨리스 닐, 도리스 레싱, 오드리 로드, 수전 손태그, 앤절라 카터 등 20세기에 창작자로서의 삶을 살며 동시에 어머니였던 여성들의 다양한 삶 속에서 그들의 성공과 모성적 삶의 공존이나 이율배반 등을 보여주며 양육과 창작자로서의 조화로운 삶이 가능한지 혹은 그것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한 사람을 특정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닌 작가가 제시하는 각 장의 주제에 따라 여러 여성 창작자들의 삶 중 알맞은 이야기들을 믹스해서 보여주는 전개는 모성적 삶과 창작자로서의 삶을 넓고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능동적으로 사고하게 만들고 있다.
어머니로서의 삶에 창작자로서의 삶을 덧입혀 살아가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여전히 존재하는 모성 플롯을 극복하거나 혹은 그것과의 타협점에 대한 힌트를 구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구상하여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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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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