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세상의중심예란
- 작성일
- 2023.7.23
꿀벌의 예언 2
- 글쓴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열린책들
『꿀벌의 예언』은, 천재작가답게 단어의 어원, 고대에서부터 이어진 역사적 사유와 과학적 상상력까지를 총망라한 지적 탐구정신이 잘 나타난 탄탄한 작품이다. 또한 이 책을 견인하는 원동력은, 단연 르네 일행의 모험담이다. 하지만 교차로 서술되는 므네모스의 교훈도 놓칠 수 없다. 여러 부족과 국가가 타협과 충돌을 반복하며 현재에 이른 과정을 역사적 시선으로 고찰해본다. 또한, 필리프 4세가 유대인 민족에 가한 탄압,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 과정, 성전 기사단과 독일 기사단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 조직의 태동과 궤멸까지도 엿볼 수 있다. 작가의 시선에서 다룬 실제 역사를 절묘하게 상상력을 덧붙여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거짓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으나 지적 호기심을 통해 연관 검색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1편에 소개된 밀랍 속에 갇힌 여왕 꿀벌은, 예상대로 유리화 상태라는 게 밝혀진다. 900년 잠에서 깬 1121년의 여왕 꿀벌이 2053년의 세계를 구한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여왕 꿀벌이 살아나서 알을 낳으면 그 유충은 등검은말벌을 물리칠 수 있는 슈퍼 꿀벌이 된다. 실제로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암탉을 풀어둬서 낮게 나는 말벌을 뛰어올라 잡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헌데 살뱅의 양피지에 르네가 모르는 2053년 이후의 미래가 더 기록돼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르네가 아닌 미래의 르네가 불러준 예언일까? 그렇다면, 그 내용은 과연 무엇인가? 이에 르네는 소르본 대학 학장 알렉상드르, 언어학자 멜리사, 예루살렘 대학 학장 메넬리크, 곤충학자 오델리아까지 합세해 예언서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예언서가 닿는 곳마다 외교 분쟁지역이었고, 그들은 크고 작은 소동을 일으키게 된다. 한편, 쉽게 최면에 들지 못했던 멜리사가 퇴행 최면에 성공하면서 르네와의 관계는 핑크빛으로 물든다.
살뱅이 한 침입자로부터 예언서를 빼앗기고 살해를 당하면서, 르네는 그 뒤의 환생인 '에브라르 앙드리외'에게로 향한다. 그는 성전 기사단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성실한 일꾼이었고 성전 기사단장 '기욤 드 보죄'에게 기사 자격을 수여받은 뒤 가장 막중한 업무인 '꿀벌의 예언' 필사본을 지킬 것을 명령받는다. 하지만 그는 르네를 천사를 위장한 마귀 취급을 하며 강하게 거부하는데 그런 상황이 너무 웃겨서 복근이 붙는 줄 알았다. 이후 독일 기사단장의 아내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로운 여성 '클로틸데'의 도움으로 예언서를 사수한다. 그러나 성전 기사단의 몰락과 함께 그들 또한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중국이 중국했다. 2004년 중국에서 수입한 도자기 컨테이너 속에 들어간 꿀벌의 천적 등검은말벌 한 마리가 이 모든 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월등한 번식력으로 2009년에 이르러서는 프랑스 전역에서 등검은말벌이 발견됐고 꿀벌 군락이 매년 30퍼센트씩 사라지고 있으며 매해 1백명의 사람이 사망하고 있다. 게다가 변이종은, 기존 말벌보다 덩치도 크고 공격적이며 번식력까지 뛰어난 점이다. 원산지인 중국에만 포식자가 존재하고, 더 심각한 건 기후 변화다. 겨울 강추위가 여왕벌 개체 수를 조절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몇 년간 여왕벌 생존율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전체 식물종의 80퍼센트가 꿀벌이 있어야 번식이 가능하므로, 꿀벌을 지키는 건 곧 우리의 생존을 위한 투쟁인 것이다.
1편 첫머리에서 선행 최면의 후유증으로 르네를 고소했던 '베스파 로슈푸코'가 있었다. 이는 전생과 현생, 미래까지 이어질 최고의 빌런의 등장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 방법은 틀렸지만 - 그녀의 생각이 틀린 것만도 아니다. 모든 생물종이 자기 조절을 하는데 인간만이 조절이 안된다. 생태계 파괴 역시 인간의 이기심이 불러온 재앙이다. 폭발적인 인구 성장에 제동을 걸려면 인류 개체수를 조절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인류의 새로운 공존 방식을 견일할 미래의 '드보라 히람'의 철학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팽창이 아닌 균형에 있다. 실제로 고대 예언서가 있다한들 그 힘을 발휘하는 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2053년에 벌어질 수도 있는 실수를 만회하려면, 인류는 지금부터 어떤 행동부터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할 부분이다.
고정되지 않은 여러 개의 평행 현실이 존재한다는 거야...... 베스파 로슈푸코가 우연히 미래를 보게 됐기 때문에 (달리 말하면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를 열었기 때문에) 현재가 변했다는 거지. p92
어떤 맛이 특정 사건과 결합되면 강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프루스트의 마들렌과 비슷해. p95
성서에 천사가 인간에게 남긴 지문에 관한 얘기가 나와요.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때 천사가 <쉿, 네 전생들은 모두 잊어버리렴> 하면서 손가락을 갖다 대 생긴 자국이 우리 입술과 코 사이에 있는 인중이라는 거죠. 그렇게 해서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과거의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돼요. p185-186
예언이 저절로 실현된다는 말은 우리가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입에 올리는 순간 그것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예언이 없었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조차 않았을 것이다.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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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 주관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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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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