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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i6884
- 작성일
- 2023.8.6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글쓴이
- 강인욱 저
흐름출판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저자 강인욱, 흐름출판, 2019년
이 책의 저자 강인욱님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본과와 석사를 졸업하고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분소 고고민족학여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고학자를 꿈꾸며 살아왔고, 지금도 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고고학을 강의하고 있다.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매년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등을 다니며 새로운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 JTBC〈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하고, 「조선일보」, 「서울신문」, 「한겨례」 등에 칼럼을 다수 연재하는 등 고고학의 진짜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유라시아 역사 기행』, 『진실은 유물에 있다』, 『북방 고고학 개론』등이 있다.
이 책에는 신나는 보물찾기도, 실무적인 고고학 이론도 없다. 대신에 과거의 사람을 직접 만지고 냄새 맡는 고고학자로서의 생생한 느낌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다소 낯설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저자는 그 생생함이야말로 고고학이라고 하는 학문이 가진 놀라운 매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석사 졸업 이후 박사과정을 위해 시베리아로 유학을 떠나 주로 중국, 몽골, 중앙아시아 등을 조사해 왔다. 다른 한국의 고고학자들과 달리 유라시아 일대를 다니면서 찬란한 황금 유물에서 자작나무를 감싼 시베리아 원주민의 인골까지 다양한 유물들과 씨름하면 살았고 그 시간의 기록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고고학자는 일반인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토기편 한 점을 발견할 때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고고학의 매력은 바로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고고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그 유물들이 원래의 기능을 잃고 땅속에 묻혀야 한다. 즉, 죽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죽고 난 다음에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들을 꺼내어 부활시키나.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한는 셈이다.
저자가 고고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 계기가 있다. 지난 2016년 러시아에서 조선시대의 미라와 관련된 발표를 할 때였다. 1998년 안동에서 발견된 이응대묘의 출토품에서 31살에 요절한 남편을 떠나보내는 부인이 써서 무덤 속에 넣어준 마지막 편지인 〈원이 어머니의 편지〉이다.
“당신 생전에 함께 누워서 다른 사람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라고 말하곤 하셨지요.… 이 편지를 보시고 제잘 오늘 꿈에서만이라도 나와 주세요.”
고고학자로서 저자가 발굴하고 연구했던 수많은 무덤에는 이 세계를 떠나는 사람에게 보내는 남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죽은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만들지는 못한다. 이 세계를 떠나는 사람에게 보내는 남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죽음으로 수렴이 되어 망각이 되고, 망각되어 버린 기억은 다시 유물이라는 몸으로 부활한다. 고고학자에게 유물이란 다시 살아난 기억의 편린이다. 이렇게 죽음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고고학이다.
저자는 유물을 통해 과거 사람들과 더 가깝게 만나보고, 미지의 땅을 찾아가 수 많은 유물과 과거의 사람들을 만난 느낌과 감동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 책 속에서
# 11 파괴와 복원, 고고학 발굴의 패러독스
고고학만큼 역설적인 학문이 없다.
왜냐하면 과거를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유적을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고고학자들이 수많은 도면과 사진을 남기며 신충하게 발굴을 진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번 발굴한 유적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 간혹 유적을 발굴하지 않고 유보하는 경우도 있다. 땅속에 있는 것이 역설적으로 유적을 오래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발굴을 하지 않는 것도 답이다. 아니다. 발굴을 하지 않으면 정작 과거의 유적과 유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없기에 오히려 고고학의 발전은 저해된다. 그러니 최소한의 발굴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고고학 발굴이 지향하는 바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발굴을 ‘수술 자국이 작을수록 좋은 외과수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고고학자들을 발굴 작업에서 사소한 정보라도 놓칠까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유적이 나오면 세밀하게 유물과 유적을 촬영하고, 도면으로 만들어 놓으면 모든 과정을 일일이 노트한다.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고고학 발굴에서의 많은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쳐서 완성된다. 고고학 현장에서 강인한 체력과 꼼꼼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유이다.
고고학이 파괴를 의미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구제발굴’ 때문이다. 보통 현대 구조물을 만드는 경우 땅을 깊게 파거나 메우는 정지(整地) 작업이 동반되기 때문에 땅속에 있는 유적의 파괴는 필연적이다. 구제발굴은 건물이나 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땅속에 있는 유적이 불가피하게 파괴될 때 공사에 앞서 미리 유적을 발굴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건설 공사가 많아지면서 한국에서는 전체 발굴의 95% 이상이 구제발굴이다. 정말 중요한 유적이라면 아예 공사가 중단되거나 유적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발굴이 끝나면 건물들이 들어서고 영영 그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고고학도 그러하다. 과거의 유적이 파괴되어 우리에게 그 속살을 보여 줄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인들의 모습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상처를 당연시하고 발굴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후대에 물려줄 유물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몇 천년의 세월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과거이기도 하고, 미래이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만큼 후대 역시 누리기를 원한다면 문화재의 보존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고고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느꼈다. 나는 과거의 유물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에 대해 궁금해졌다. 과거의 인류가 어떻게 살았으며, 그들의 문화와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다. 과거의 인류가 우리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하고 싶었다. 나는 고고학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거창고 전문적이 것이 아닌 그냥 보통사람들도 흥미를 가질고 볼 수 있는 고고학에 관한 책이라 재미있고 유익했다. 저자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생기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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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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