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3.8.11
명탐정의 제물
- 글쓴이
- 시라이 토모유키 저
내친구의서재
종교가 없는 나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집이고 절이고 심지어 가족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상관없이 누군가는 그게 삶의 동아줄일 수도 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지만, 종교는 나를 구원할 것 같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소중한 친구. 그게 자신의 인생이 되면, 그 종교가 사이비라 할지라도 더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신이 믿었던 것을 부정 하는 순간, 삶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명탐정이라 자부하는 오토야 다카시. 그는 아리모리 리리코라는 조수와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밝혀 명성을 쌓는다. 명탐정이라 칭하는 오토야. 하지만 실상은 리리코가 탐정 사무실의 진짜 브레인이다. 어느 날 리리코가 학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떠난 뒤 종적이 묘연해진다. 리리코가 왜 뉴욕에 가게 되었는지 조사하던 중 조든타운이라는 교단에 잠입해 교주의 뒷조사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혹시 리리코가 그곳에 억류되었나? 오토야는 리리코를 구하기 위해 남아메리카로 떠난다. 한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만 명이 넘는 신자를 이끌던 교주 짐 조든. 그는 스캔들을 피해 천여 명의 독실한 신자들과 남아메리카 대륙에 집단 이주한 상태. 미국의 부자 찰스 클라크에게 소련으로의 망명을 도와달라는 조든. 클라크는 항간의 소문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리리코를 포함한 우수한 조사원을 이곳에 파견한 것. 이런 곳으로 잠입에 성공한 오토야. 하지만 정체가 들통나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 책은 실제 1978년 11월 18일 남아메리카 가이아나의 밀림에서 벌어진 인민사원 자살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주한 짐 존슨을 비롯해 총 914명에 달하는 신도들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라고 한다. 존스는 감리교 교리를 비틀어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사교 집단인 인민사원을 만들었고 처음에는 좋은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후 가이아나 밀림으로 옮겨 신앙촌을 건설한 뒤에는 제2의 예수, 최후의 인도주의자 등으로 자처하며 왕국의 군주로 군림했다. 신적인 존재로 권력을 휘둘렀고 이러는 과정에서 존슨의 정신도 병적으로 변했을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자신이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거기다 미국 정부의 추궁이 두렵고 어차피 암으로 죽게 될 거라면 자신과 신자 모두 같이 죽자고 결심했었나 보다. 그래서 11월 18일 오랜지 주스에 독극물을 타 강제로 마시게 한 다음 자실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세상에 대한 개혁 혁명이라고 설파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오대양 사건인가? 그게 생각났다. 오대양 사건도 종말론을 내세운 박순자가 사이비 교주 행세를 했다. 박순자는 자신을 따르던 신자로부터 17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채를 빌린 뒤 갚지 않고 이 돈을 받으러 간 신도의 가족을 폭행하고 3명을 살해한 뒤 잠적했다. 이후 범행과 조직의 전모가 공개 될 것을 우려해 집단 자살극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으로 신도 32명이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 또한 집단 자살인지 집단 타살인지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의 믿음을 이용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섭다. 소설은 인민사원 자살 사건을 배경으로 했고, 탐정이라는 직업을 가진 오토야가 진실을 밝히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솔직히 중반 부분은 좀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진범이 누구인지, 어떤 진실이 숨어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 헐 ~~~ 다만 그래야 했던 탐정. 그 탐정의 마음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나와는 상관없는 다양한 이유와 원인으로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에 이해는 없는 것 같다. 그냥 일어날 뿐이다. 원인을 안다고 해서 다시는 그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
불안과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키는 법이고 이자는 이탈자를 배신자라고 매도하고 천벌이 내린다고 단언함으로써 신자들을 인민교회에 묶어두려 했지. (443)
기적을 긍정해서 살인자가 될 것인가, 기적을 부정해서 결백한 사람이 될 것인가. (487)
고립된 마을에서 기적을 따르는 광신도들.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들이지만, 그래서 기적을 바라고 주스를 마셨겠지만, 거기에 다른 비밀이 있었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 좋아요
- 6
- 댓글
- 3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