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3.8.24
탱크
- 글쓴이
- 김희재 저
한겨레출판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종교란에 무교라고 표시하지만, 가끔 산에서 만나는 사찰은 반갑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동력이 존재했구나 하는 마음도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고, 신을 향해 뭔가를 비는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도 다양하구나. 나에게도 간절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쩜 지금도 간절한 마음이 있지만 그걸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온몸을 다해 빌 수 있고, 그곳이 나의 소원을 들어주는 곳이라면, 나도 그곳에서 온 힘을 다해 기도할 수 있을까?
총 4부로 이뤄진 탱크에서 1부는 인물의 사연을 다뤘다. 시나리오 작가였지만 슬럼프와 이혼으로 삶이 힘겨울 때 도선은 탱크에 매료된다. 그날도 도선은 탱크를 찾았고 검은 연기를 보게 되었다. 평범한 공장 노동자 양우. 그는 채팅앱에서 만난 둡둡과 만나 연인이 된다. 이후 양우는 둡둡과 크게 싸우고 둡둡은 말없이 사라진다. 어느 날 둡둡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양우는 탱크를 방문한다. 탱크의 예약 관리자 손부경. 그녀는 탱크 근처에 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탱크로 간다. 탱크에 도착한 양우는 죽은 남자를 목격하고 도선은 시신을 끌어안고 울고 있는 양우를 구하러 탱크에 뛰어든다. 둡둡의 아버지 강규산은 둡둡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들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을 마주한다. 둡둡의 죽음 이후 도선은 글을 쓰기 시작하고 양우는 도선이 쓴 시나리오를 읽게 된다. 이후 탱크가 있던 곳에 새로운 탱크가 세워진다는 걸 알게 된 부경. 새로운 탱크에 불이 났음에도 새로운 탱크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삶은 어떤 상태이든 모두 힘든 것 같다. 오늘 유화 수업 시간에 어르신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강남에 살든 강북에 살든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면 모두 비슷한 무게의 삶의 고민과 아픔이 존재한다고. 돈이 없을 때는 돈만 있으면 세상이 살만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돈이 있는 사람도 저 자리에 올라가기만 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 자리에 오르면 더 높은 곳을 본다. ‘신이 없는 시대의 종교 소설’ 특정 신을 믿지 않지만, 탱크에 들어가 소원을 비는 사람들. 간절히, 간절히 뭔가를 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빌지 못했고, 그래서 울다 나온 사람도 그곳에 몇 번 들어가 기도를 하면 개운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탱크 회원들은 늘어간다.
한때는 유망한 시나리오 작가였던 도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캐나다로 갔지만 이혼하고 다시 한국에 온다. 영어 강사로 일을 시작하지만, 그녀는 글을 쓰고 싶다. 탱크를 만나 조금씩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탱크에서 그를 만난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모님은 인정하지 않았다. 엄마와 사이가 좋았던 둡둡은 처음엔 힘들어도 결국엔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리라 믿었다. 자신의 부모들이. 하지만 부모는 보통의 형태, 평균의 가정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것에만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린, 나는 뭘 바라고 뭘 원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영험한 기운이 가득한 탱크가 있다면 그게 어디든 찾아가 기도할 용기와 시간이 나에게도 있을까? 삶에 얼마나 많은 간절함이 있어야 이렇게 빌고 또 빌 수 있을까? 신을 믿지 않아도 기도를 올릴 수 있는 곳. 온 우주가 나의 소원을 들어줄 것 같은 곳. 하지만 둡둡은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했으니까.
묘한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교리도 교주도 없는 공간만 존재하는 자율적 기도 시스템. 이 사회에 대한 믿음이 불가능에 가까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기도하며 오늘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안타까움이 누군가의 모습인 것 같아 슬펐다. 나도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이참에 자기 성찰에 시간을 써야 했던 걸까? 사는 게 무섭고 아직도 두렵다. 잘 사는 건지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을 산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같지만 그래도 산다. 살다 보면 잘 살았구나 하는 믿음이 생길까 해서 그렇게 오늘을 산다.
어떤 믿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문제였다. (106)
늘 그랬듯 모든 미래는 빠짐없이 과거가 된다는 사실을 믿으며, 그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쓴다. (204)
- 좋아요
- 6
- 댓글
- 1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