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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 작성일
- 2023.8.28
우리는 피를 나눈 타인입니다
- 글쓴이
- 손정연 저
팜파스
지금의 내 나이 즈음엔 아는 것도 생각도 많이 깊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게 이십대 때 보다는 훨씬 안정되어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더 불안하고 그때보다 더 어린 아이 같다.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 그리고 양가 부모님의 딸이자 며느리 역할 부여가 훨씬 많이 되면서 스스로 감당해 내지 못하는 내 자신이 더 없이 가엾고 한심스러워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도 더 밑으로 내려갔다.
그렇다. 사실 나는 나 하나도 책임지기 버거운 어린 마음에 멈춰있는 상태에 너무도 책임지고 감당해 내야 할 것들이 많은 현실에 마주하니 가족이라는 안정된 제도 조차도 가끔은 가슴이 답답해지고 나를 옥죄는 족쇠처럼 느끼며 살고 있는 거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친정부모님과도 육아 문제로 1~2년간 사이가 틀어졌을 때 정말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가족이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이지만 사실은 서로에 대해서 가장 몰랐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속에서 작가는 관계에 익숙해지다 보면 '부모니까, 자녀니까'로 서로의 관계를 지켜주는 것에 소흘해지거나, 아무렇지 않게 침범해버리는 실수를 하곤 한다고 말한다. 더 이상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세상 어떤 관계보다 특히, 부모와 자녀는 경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관계여야 한다고 뜨거운 피를 나눈 사이일수록 각자의 개별성을 존중하며 사랑을 전하는 독립된 타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는 글들이 실려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부모님 세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 왜 그 순간에 그렇게 밖에 날 선 말을 할 수 없었을까? 부모로서 자식에게 왜 그러셨을까? 하는 서러움들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해가 갔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세대가 작가님의 말씀처럼 지금의 시기를 안정되게 홀로서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나가실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 드려야 겠단 생각을 했다. 어떤 말을 덧 붙이고 잔소리를 하기보단 그래, 다 지나가는 과정, 어릴 적 내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을 때 다 지나간다~ 하고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피를 나눠가졌지만 타인으로 존재하는 부모와 자녀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응원하는 따뜻한 타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나 또한 지금의 우리 부모님세대처럼 내 아이들이 자라나고 내 위치가 바뀌면 자연스러운 그 시간들이 괴롭고 힘들고 어린아이처럼 날선 말들을 자식들에게 부모기때문에 자식이니까 당연하게 들으라고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으려면 나 스스로 바뀐 나의 위치를 인정하고 홀로서기를 잘 준비하여 건강하고 따뜻한 타인으로 남고 싶다. 내 마음이 울렁거릴 때마다 이 책을 펼쳐봐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나 처럼 누군가의 딸, 아들, 그리고 누군가의 부모님들이 이 책으로 인해 큰 위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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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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