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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
글쓴이
조엘 디케르 저
밝은세상
평균
별점9.7 (86)
프렌치얼그레이

조엘 디키르의 장편들 중 두 번째 작품.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HQ 사건의 진실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조엘 디키르표 추리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또 다른 점이 많다.



그의 책에 대한 독자들 반응으로 단연 이 두 작품들이 갈채를 많이 받는데, 그래서인지 -볼티모어의 서-는



건너뛸까 ... 싶은데 알라스카 샌더스 중간중간에 '볼티모어 boys'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해서 아무래도 건너뛸 수가 없고 조엘 디키르 다음 작품으로 선택해야할 듯. (더군다나 번역하신 분이 임미경님이셔!! 최고!)





처음에는 단순한 치정극처럼 보이는 사건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양파 껍질 벗겨지듯이 하나하나 풀어져나갈때.



어떤 추리소설을 읽을 때엔 이야기의 빈곤함을 억지스럽게 꿰맞춘 흔적이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서 읽으면서도 민망한 순간이 있을 때가 있다. 그런데 조엘 디키르 글 속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지라도 그 인물들이 사건에 연루된 동기와 내용에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너무 납득이 잘 가서 탈이다. 오히려 내가 왜 이걸 몰랐을까 탄식이 흘러나온다. 알려줄듯 말듯 독자에게 미끼를 넘겨주는 것 같다가도 앗싸! 물었다! 싶은 순간에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반전 너무 좋아하는 반전쟁이같은 나는 점점 그의 작품에 빠져들 수 밖에. 이번에도 내가 졌다. 등장 인물 모두에게 한 번씩 의심의 눈초리 레이져를 쏘았으나 결국 범인은 생각하지 못한 이로 밝혀졌다. 왜 생뚱맞게? 라는 반응보다 '아차!! 내가 왜 이 인물을 놓쳤지? 조금 더 주의 깊게 보면 알 수 있었을까? 앗!! 아깝다!!'





그런데. 조엘 디케르의 치밀하고 촘촘한 플롯과 매번 신선하고 새로운 빛깔의 사건들이 단순한 추리 스릴러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들을 더 먼 곳으로 항해하도록 이끄는 여정이 되는 이유가 있다.





주인공 마커스 골드만의 우정, 사랑, 인생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그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느끼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사건과 연결된 수 많은 시나리오들을 파헤쳐 가다보면 사람들의 겉모습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베일에 가려진 각자의 은밀한 사생활 그리고 타인에게 공개 할 수 없는 추악한 내면들이 만들어내는 삶의 불협화음이 그렇게 낯설지 않다는 것. 내 삶에도 분명 존재하는 것들이니까.






해리가 입을 열었다. 축하와는 거리가 먼 말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이거로군. 그 긴 세월 동안 미친 듯이 글쓰기에 매달린 결과가 아직 멀쩡하게 굴러가는 포드를 버리고 고급 SUV로 갈아타는 것이었군." 해리도 내 차를 몇 번 운전해봤으니 상태가 어떤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네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야. 자네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이런 식으로 굴러가는 우리 사회가 문제지. 이제 돈 말고는 그 어떤 가치도 진정한 감동을 주지 못하잖아. 게다가 이건 예술가 모두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야. 사람들이 예술가에게 감탄하는 건 그가 무명일 때만 가능해. 예술가가 성공을 거두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경멸하지. 예술가도 세상 모든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니까.





브로커들이라면 돈으로 돈을 만들어내는 직업이니까 돈을 써도 충격을 받는 사람은 없어. 그들의 물욕을 경멸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예술가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섰다는 평을 듣는 순간 모든 걸 초월하리라는 기대를 받게 되지. 사실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예술가라면 돈을 쓰고 싶어 하는 게 지극히 정상이야. 자네도 이제 알게 될 거야. 성공이란 질병의 한 형태라는 걸. 성공은 태도의 변화를 초래해. 대중적 성공과 인기, 사람들의 주목이 자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거든.



그런 걸 의식하느라 정상적으로 살 수 없게 되지. 그렇지만 겁먹지 말게. 성공이 질병인 이상 항체를 만들어내게 될 테니까. 성공은 그 자체로 저항에 직면하기 마련이지. 말하자면 성공은 예정된 실패라고 할 수 있어.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by 조엘 디케르 / 임미경 옮김




 



 



+



이번에 이 한글 번역 작품의 또 다른 반전은, 번역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내용을 쓸 수 있을까?



이런 문장과 깊은 의미를 담고있는 표현이 불어 원서에는 도대체 어떻게 쓰여진거지? 의문을 가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두꺼운 책의 긴 분량 어디서도 어색한 번역체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기에 더욱 짙게 들었던 궁금증이기도 했다.





읽다말고, 불어를 찾아보지않고는 못베기겠다며 원서를 뒤져보고 나서,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한 기분에 아연질색. 원서에는 그렇게 한글 번역처럼 훌륭한 문장은 아니었다. 특유의 건조하고 시니컬한 프랑스 영화를 보는 듯한 시크하고 간단한 문장인데, 그 속에 담긴 뜻을 어떻게 이렇게 깊고 멋지게 번역을 할 수 있는 건지.



번역가 임미경님을 찾아보니 장편 소설도 한 권 내신적이 있는 작가분. 번역으로 감동받은 경험은 또 처음일세.이 분이 번역하신 프랑스 원서라면 아묻따 읽어봐야겠다 - 고 마음먹고 서재를 뒤져보니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이 있네. (오... 이 기쁨!!)







한 문장 한 문장, 손가락으로 짚어갈 때마다 불어가 한국어로 번역되고 한국어가 불어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데그 속에서 의미와 언어의 세계에서 부드럽게 유영하는 행복감을 맛보았다.  번역이 이렇게 아름다운 작업이구나... 느끼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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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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