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훗날, 내 밑거름
성장통
- 작성일
- 2023.9.7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
- 글쓴이
- 이선주 글/국민지 그림
주니어RHK
아이스크림, 하니까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르네요. 학교가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오던 때가요. 아파트 벤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이웃들이 보였어요. 눈이 세 개인 이웃도 있었고, 다리가 열 개인 이웃도 있었어요. 그러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거울을 보면 코가 다섯 개인 제가 보였어요.
그 떄 저는 외로운 아이였을까요?
다시 물어볼게요, 저만 외로운 아이였을까요?
-작가의 말 중
야구 팀인 한화를 늘 응원하는 아빠와 이래저래 남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태구는 주변의 이웃들을 관찰하며 지낸다. 요즘은 '관찰'이라는 단어가 '감시'처럼 느껴질 만큼 개인주의가 팽배해졌기에 태구가 관찰한다는 자체에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이 있겠지만, 자, 그런 마음은 버리자. 사심이나 사리사욕이 담긴 관찰이 아니다, 태구의 관찰은.
(이 글을 쓰는 동안 우리가 참 얼마나 냉랭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나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태구의 관찰력으로 이웃 할아버지가 집 안에서 돌아가신 채 계셨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아래층 아주머니가 층간소음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하러 오는 패턴을 분석해낸다. 매일 보이던 이웃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자 태구는 이웃 할아버지 걱정이 되어 이웃 할아버지가 사는 집 앞에 섰는데 이상한 냄새를 포착한다. 돌아가신 이웃 할아버지 집 앞에 국화꽃을 놓고 가는 태구의 마음이, 행동이 코 끝을 찡하게 했다. 이웃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태구에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한 뼘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래층 아주머니가 시끄럽다고 태구의 집으로 쫓아 올라오는 횟수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태구는 아래층에 사는 누나의 시험 기간만 되면 태구의 집으로 쫓아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얼마나 명석한 아이인가!
누구나 다 저마다의 시간으로, 저마다의 이유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누군가가 모여 이웃이 되고 동네 주민이 된다. 도란도란, 두런두런이라는 부사가 어울리지 않는 요즘, 같은 집에 살지 않으면, 가족이 아니면 그저 남이 되어버린다. 이웃이 궁금해서, 걱정돼서 관찰하는 거라는 태구의 존재는 푸석푸석한 이웃을 보드랍게 만들어주는 아이가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에는 태구뿐만 아니라 유쾌하고 재미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웃음이 절로 나게 한다. 야구 팀인 한화의 팬이라 경기의 승패에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태구의 아빠와 오지랖이 넓다고 할 만큼 여기저기 남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 말 저 말 하기 바쁜 태구의 할머니, 태구의 가족이 한 마디 툭 내뱉는 게 낄낄거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따뜻한 방바닥에 배를 누이고 웃으며 만화책을 넘겨 읽던 그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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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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