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독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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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9.25
죄와 벌 (상)
- 글쓴이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열린책들
고전독서회에서 9월 모임에서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옙스키의 『죄와 벌1』을 읽었습니다. 『죄와벌』은 러시아제국의 작가 도스또옙스키가 1866년 발표한 것으로 5대 장편소설 가운데 첫 작품입니다. 19세기 초반 유럽을 휩쓸던 나폴레옹1세가 1812년 러시아를 침공해온 것을 격퇴시킨 뒤에 러시아는 유럽의 강대국으로 빠르게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시 역동적인 도시로 발전하게 되었지만,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퇴폐와 문란함으로 혼동에 빠져들어 갔습니다. 『죄와벌』은 19세기 중반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러시아 사회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힙니다.
두 권으로 나뉘어 있는 작품을 한 번에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작품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터이나, 『죄와 벌1』에서는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주인 알료나와 그녀의 동생 리자베타를 도끼로 살해하는 범행 동기는 물론 범행 전후의 행적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독후감은 『죄와 벌2』까지 읽고 나서 써볼 생각입니다. 고전독서회에서 나온 달밤텔러님의 발제문을 중심으로 『죄와 벌1』을 읽고 나서 얻은 생각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Q1.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더불어 최대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이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만 읽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은 전체적인 느낌과 평가는 어떤지 이야기해봅시다.
부담이 되었겠지만 『죄와 벌』을 한 번에 읽고 이야기해보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질문입니다. 『죄와 벌1』만을 읽은 상태에서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일단은 요즈음 우리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묻지마’ 범죄를 떠올렸습니다. 특별하게 인과관계로 엮이지 않은 불특정 다수를 해치는 그런 범죄가 수시로 발생하여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야기 초반에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가난한 대학 휴학생으로 복학하는데 필요한 금전을 마련하기 위하여 범행을 저지르기로 한 듯 느끼게 만들지만, 중반에 접어들면서 그의 범죄가 편향된 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범행의 목표를 미리 정하고 예행연습까지 마치는 치밀한 듯 허술한 범행을 저지른 것만으로는 이 책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죄와 벌2』를 읽어봐야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Q2. 이 소설에는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를 비롯한 마르엘라도프, 라주미힌, 소피야 세표노브나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누구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또한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작품 속 등장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죄와 벌2』까지 읽고 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죄와 벌1』을 읽은 시점에서 본다면 저는 라주미힌을 꼽겠습니다. 아직은 라스콜리니코프가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라스콜리니코프의 대학친구로서 그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도와주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친구를 하나만 둘 수 있다면 인생을 제대로 살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해설을 보면 라주미힌이라는 이름은 러시아어 라줌(разум)에서 왔다고 하는데, 라줌은 ‘이성, 지성, 합리성’ 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또한 작가의 사상을 대변하는 역할이라고도 합니다.
Q3. “그럼 지금은 대체 왜 가고 있는 걸까? 과연 내가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과연 진지하게 그것을 하려는 걸까? 진지는 무슨 진지. 그냥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환상에 불과하다. 장난감이랄까. 그래, 딱 장난감 정도 되겠군!” (p. 13)이라고 생각하며 실제 노파를 죽이기 전에 사전에 은시계를 맡기며 노파의 집에 방문하게 되는데 이런 라스콜리니코프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대목을 곱씹어보면 라스콜리니코프의 범행 동기가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가 아닐 수 있겠다고 의심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에 앞서 여주인의 눈을 피해 하숙집을 빠져나오면서 “그런 일을 저지르려고 하면서, 이토록 하찮은 일을 두려워하다니!”하고 생각하는 대목이 있어 더욱 그러합니다. 돈이 필요해서 범행을 저지른 그가 은시계를 맡기고 빌린 돈으로 선술집에 들어가 맥주를 시켜 마시는 대목에서 범행동기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Q4. “본질적으로 별로 특이하지는 않으나 나중에는 계속 그의 운명에 있어 어떤 계시처럼 여겨진 정황이 하나 있었다. (중략) 인생에서 이런 순간을 맞이하고 또 이런 정신 상태일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 즉 그 만남이 그의 운명에 그야말로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런 정황에서 이루어진 것일까? 꼭 일부러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p. 114)”라고 말하며 라스콜리니코프가 노파인 알료나 이바노브나의 동셍 리자베타 이바노브나를 우연히 광장에서 만나게 되고, 그 다음 날 저녁 7시에 노파 혼자 집에 있을거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론 인해 노파를 죽이는 사건이 좀 더 구체화되고 현실화되는데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한 여러분들의 인생에서도 이렇게 우연적이면서도 운명적이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살다보면 우연한 기회에 얻어들은 이야기로 삶의 행로가 바뀌는 순간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 황당한 이유로 퇴직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몰린 적이 있습니다. 그 무렵 참석한 학회의 이사회에서 솔깃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지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되었습니다.)에서 국장급의 개방형 직위인 병리부장을 공모하고 있다는 공문을 받았던 것입니다.
당면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응모를 했고, 채용이 되어 4년 동안 공무원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공무원 세계를 이해하는 기회였습니다. 그때 전공을 살려 종합병원에서 병리과장으로 근무를 했더라면 평범한 삶이 되고 말았을 것인데, 식약청을 그만두고도 의사협회를 거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색다른 일을 10년 넘게 하는 역동적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Q5. 노파를 죽이는 것을 구체화시킨 원인 중 하나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어머니로부터의 편지에 있기도 합니다. 이 편지를 받은 후 라스콜리니코프는 노파를 죽이고자 하는 행동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되는데 여러분은 이 편지의 내용이 그 살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편지의 말미에 적힌 “로쟈야, 너는 우리의 전부이자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며, 기쁨이란다. 네가 행복하기만 하다면, 우리도 행복하단다.”라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여동생 두냐가 자신이 보기에 형편없어 보이는 루쥔과 결혼하기로 한 이유를 이렇게 생각한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안락을 위해서, 아니 자신을 죽음에서 건지기 위해서라면 너는 자신을 팔지 않을 테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판다는 거다! 사랑하고 숭배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판다는 거다! (…) 오빠와 어머니를 위해서는 판다는 거다! 모든 것을 파는 것이다!” 그래서 라스콜리니코프는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두냐, 그리고 어머니, 난 당신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싶지 않아요!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 일은 없어요, 없어! 내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Q6. 라스콜리니코프는 노파를 죽인 후에도 여전히 그 살인 자체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파는 아무것도 아니야! 노파는 실수였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노파가 아니다! 노파는 그저 병에 불과했고..나는 차라리 넘어서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 원칙을 죽인 것이다! 원칙은 죽였지만 정작 넘어서는 건 아예 넘어서질 못하고 이편에 남게 됐다. 할 수 있었던 것은 죽이는 것뿐이었지.(p. 495)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말하는 ‘원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대목에 앞서 예심판사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정기논단」에 발표된 라스콜리니코프의 논문의 내용을 언급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범죄는 항상 병을 수반한다는 주장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순종하며 살아야만 하며 법률을 어길 권리를 지니지 않은 <평범한> 사람과,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를 지난 <비범한> 사람들로 나뉜다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물론 라스콜리니코프의 설명으로는 <비범한> 사람들의 권리는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양심상 모든 장애를 제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라스콜리니코프는 알료나를 사회의 장애로 보아 제거할 권리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알료나를 살해하는 현장에 나타난 그녀의 동생 리자베타까지 장애라고 여겼던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범행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살해한 것입니다. 굳이 그런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라스콜리니코프가 스스로를 비범한 인간이라는 생각하는 것이 병적일 수도 있고, 어떠한 이유로도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죽음을 안길 권리를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라스콜리니코프가 주장하는 원칙은 자신의 살인행위에 타당성을 부여하려는 변명에 불과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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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