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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ean
- 작성일
- 2023.9.27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
- 글쓴이
- 장 뤽 포르케 저
서해문집
이번 달 독서모임의 도서 테마는 '코미디'로 정하였다. 단조로운 일상과 여러가지 스트레스로부터 삶의 권태를 느끼게 하는 영향에서 잠시나마 웃음을 통해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서이다. 테마가 정해진 즉시, 나는 곧바로 퇴근 길 도서관에 들러서 서가를 기웃기웃했다. 정작, 코미디를 내포하고 있는 책을 지정해서 읽으려니 찾기가 엄청 힘들었다. 그러다 눈에 띈 제목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이었다. 제목만 보았을 때 인간사회를 재미있게 풍자했을 것만 같았고, 그러기에 해학적인 요소가 다분한 듯 해서 바로 대여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코미디보다는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을 환기시켜주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법정이 개최되는 배경은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해라는 강력한 요구와 여론을 의식해서 대통령과 정치물이 오른 영리한 관료가, 모든 동물을 보호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동물들 중 '선별'해서 보호하자, 다만, 폐쇄적인 법정에서가 아니라 TV 중계를 통해서 동물들 스스로 변론을 하게해서 보호에 대한 당연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호 대상에서 어쩔 수 없이(?) 벗어나게 한다는 교묘한 술책이 숨겨져 있었다. 차례대로 등장한 동물들은 존재의 당연성과 본인이 속한 종의 진화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어필한다. 절실하면서도 담백하게 얘기하며...그 과정에서 인간들의 우수성도 간접적으로 치켜세우기 까지한다.
나 역시 관객 중 한명이 된 것 처럼 동물들의 변을 목격했지만 웬지 모두 부질 없다고 느껴졌다.
신이 아닌 인간이 감히 특정 종의 보호와 멸종에 관여하게 끔 그런 월권을 부여했다는 말인가?!
이는 마치, 구한 말 제국주의 열강이 조선을 침벌할 때와 같은 상황을 접했을 때 느꼈던 그 비참함과 유사했다.
대표성을 지닌 동물들은 변론을 마치고 퇴장하고, 그때 재판을 주관하던 인간 재판관은 처음에는 음모를 꾸민 대통령 및 일당들과 같은 편이었지만, 여우의 변론 중 '어린왕자'의 사막여우의 멘트를 듣던 중 '길들임'에 대한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며 재판의 허황된 연극을 뉘우친 후 재판장을 뒤로하며 여우와 함께 퇴장한다. 인간 측 사람들이 당황하던 그 순간 다른 수많은 동물들과 곤충들이 함께 등장하며 마지막 변론을 이어가며 생태계 속 생명체는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이야 말로 생태계의 위험적 존재가 되고 있으며 이를 자각하고 인간의 우수성을 남발하지 말고 다른 종이 생태계속 자연적 삶을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게끔해달라고 요청한다. 그 후 동물 및 곤충들은 다함께 퇴장하며, 이야기는 종료된다.
인간이 관심을 갔든지, 무관심이든지, 결국 각 종의 삶은 이어지게 되어있다. 생사여탈권이라는 발상 자체가 주제넘는 것이다. 최근 기후 온난화에 따른 재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과거의 인류가 현재의 인류에게 남긴 숙제인 듯 하다. 원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상의 노력으로 우리는 현대 문명이라고 할 수 있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지 않을까? 거기에 매진하면, 각 종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은 자연스레 생겨나고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생태계는 형성되어 갈 것이다. 단편 소설이지만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다만, 코미디를 원했지만, 교훈을 만을 얻은. 어찌 보면 이번달 독서 테마 목적 달성은 못한 듯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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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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