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es 24 북클러버 서평

진이
- 작성일
- 2023.9.30
[eBook] [세트] 시녀 이야기 (총2권)
- 글쓴이
- 마거릿 애트우드 저
황금가지
< 시녀 이야기 >
마거릿 애트우드
이 책은 친구의 추천으로 2년 전에 원서로 구입해서 시도했다가 당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이 책장에 묻어놓았던 책이다. 디스토피아 책은 익숙하지가 않아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꽤나 애를 먹다가 포기한 케이스랄까. 그러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Handmaid's Tale 시리즈가 떴길래 시작했다가 정말 푹 빠져 재밌게 봤다. 사실 기가 빨리는 이야기라 많이씩 볼 순 없었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밤을 새가며 next episode를 계속 클릭할 정도로 빠져들었다. 시리즈를 보고나니 다시 책을 도전하고 싶어졌고, 일단 한국어로 읽어보자 하고 Yes 24에서 시녀이야기+증언들 세트를 구매했다.
일단 티비 시리즈로 소설의 배경을 시각적으로 익히고 나니 책으로도 수월했다. 하지만 시리즈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책의 첫 부분에서 주인공의 말을 이해하는데 꽤나 애를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책을 북클러버를 통해 같이 읽은 멤버가 초반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초반 속도가 나지 않았다 말했으니 책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사람들에겐 초반 진입장벽이 꽤나 높은 셈이다. 하지만 제발 그 장벽을 넘어 끝까지 읽어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실제로 나는 마지막 챕터가 가장 좋았다.
배경이 미래인 가상세계에 대한 소설이지만, 읽다보면 왠지 과거로 되돌아간 느낌이 든다. 사람들의 계급이 정해지고, 여자의 지위가 남자보다 낮아지며, 여자는 남자의 소유가 되어 버린다. 개인 재산을 가질 수 없고, 개인의 삶을 누릴 수도 없다. 오직 남자들을 위해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낳아 미래를 이어야 하는 책임만 짊어질 뿐. 아이를 생산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녀(Handmaid)와 시녀를 통해서 대를 이어야 하는 사령관의 아내, 둘 사이 계급의 높낮이는 있지만 그렇다고 사령관의 아내가 시녀보다 더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출산율이 바닥이 사회에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이 기괴한 동거와 동침(?)은 시리즈로 볼 때도 역했지만 책으로 읽을 때도 끔찍했다. 누구 하나 행복하지 않은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리디아 아주머니나 사령관의 말은 이기적이라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가능하지 않으니 소수가 희생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 개뿔이!
티비 시리즈로 먼저 접하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시리즈 내용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시리즈는 길리아드를 탈출한 루크, 그리고 모이라 이야기를 그들의 시점으로 보여주는데 책은 준(오브프레드) 의 시점으로만 쓰여져 있다보니 시야가 제한적인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도 보고 싶은데 시리즈랑 비교하면 책이 좀 아쉽네, 라고 생각할 무렵, 마지막 챕터를 마주했다. 준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끝나고 '<시녀 이야기>의 역사적 주해', 라는 부록 같은 게 나오길래 '아, 다 읽었다. 책이 허무하게 끝났네' 싶었는데 부록인 줄 알았던 그 부분마저 책의 일부분이었다. 마지막 챕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다음은 2195년 6월 25일 누나비트의 디네이 대학에서 개최된 '국제 역사 학회 총회'의 일환으로 열린, '길리어드 연구학' 제 12회 심포지엄의 속기록 중 일부이다.
그냥 넘길 뻔했던 이 마지막 챕터를 2195년 이라는 말도안되는 미래의 연도 덕에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결말이 심심하네, 아쉽네 라고 생각했던 나를 꾸짖듯이 이 마지막 챕터는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버렸다.
사실, 이 모든 책의 내용은 준(오브프레드)의 녹음기록이었다. 그것도 한참 미래인 2195년에 발견된. 이 녹음본을 발견한 역사학자들은 퍼즐을 맞추듯 시간의 순서에 따라 준의 녹음을 글로 작성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녹음본은 길리어드 시대에 가장 특이한 계급이었던 '시녀'의 관점으로 길리어드에서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높았다. 역사학교수와 기록보관소 소장이 심포지엄에서 연설을 통해 이 '준'의 녹음본을 연구한 결과를 말해주는데, 정말 이게 실제 일어난 일 같고, 준이 어딘가에 살았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어떻게 이런 마무리를 할 수 있었는지... 독자로 하여금 이 이야기에 더 푹 빠질 수 있도록 실제 심포지엄의 기록처럼 쓰여진 이 마지막 챕터는 정말 완벽했다...
읽는 내내 이 책이 1985년에 쓰여진 책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쓰여졌다고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출산율이 점차 낮아지는 요즘 이런 상상을 했다면 더 그럴 듯 했을 텐데 그 옛날 1980년대에 상상력만으로 이런 디스토피아 소설을 썼다는 게 참 놀라웠다. 그래서 30년이 지난 최근 이 시녀이야기의 후속작인 <증언들>이 나와도 어색함 없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얼른 <증언들>을 마저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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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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