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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ia
- 작성일
- 2023.10.6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 글쓴이
- 마민지 저
클
독서 초반부터 길지 않은 문체로 쭉쭉 읽히며 몰입이 순식간에 되었던 도서.
후반부에는 울음이 나오는 것을 꾹꾹 참게 만들었던 도서였다.
나의 이야기를 이토록 세밀하고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타인과 나누다니, 감독의 배포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어떤 일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법.
감독은 이 작업을 통해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점을 드러내었지만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가족과 끈끈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부럽기도 하다.
부동산 버블(Bubble) : 부동산 투기가 원인이 되어 부동산 가격이 경제상황이 반영된 경제지표를 이탈하여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
국민임대주택에 당첨이 되고 입주한 뒤로는 부모님의 생활이 180도 달라졌다.
특히 엄마는 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주민 텃밭을 신청해보기도 하고, 주민자체투표에 참여해보기도 하고,
딸이 놀라와도 미안해하지 않았다.
...
국가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만들어 사람들의 주거권을 보장해준다면
이렇게 쾌적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집에서 살 수 있는 거였다.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란 뭘까. 누구나 가지고 싶지만 어딘가 혐오스러운,
애증의 산물?
아이러니하게도 독서를 마치고 책을 덮으면서, 결국 '자본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
'국민임대주택'이 답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헛웃음이 나왔다.
도서는 한 가족의 거처이자 개인이 가진 가장 큰 부동산인 '집'의 변화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대의 흐름은 무수히 많은 개인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만큼,
세밀한 한 가정의 변화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무수히 많은 그 시대의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족들의 이야기, 흥망성쇄를 담고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재미있었던것은 변화하는 것을 상징적이가 현실적이자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집의 주소를
각 장 별로 실었다는 것이다.
작가의 유년시절은 누구보다도 호화로왔다.
공무원 월급이 120만원이던 시절, 세 가족의 생활비로 500~600만원을 쓰는
집이 대체 어떻게 중산층일까? 물론 바로 다음 장의 제목에서 당시의 현실을 인지하긴 한다.
그러나 초등학생 시절에 나를 둘러싼 모든이들이 나처럼 생활하고, 모든 아빠들의 직업에는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작가처럼
나는 평범하고 나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승승장구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외환 위기와 맞물려 순식간에 곤두박질 치기 시작한다.
송파구 올림픽 아파트 중심의 46평짜리 자가에서 단지 외곽의 더 좁은 평수의 전셋집으로,
단지 길 건너의 상가주택으로. 그리고 잠시, 왜 부모님이 '집장사'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부동산에 목을 매었는지를 알 수 있는 과거사가 펼쳐진다. 가만히 읽고있으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 같은 너무나 평범한 선택, 그러나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후반부에는 대학생~성인인 작가의 고군분투 일대기도 펼쳐진다. 학교에서 숙식하던 이야기,
부모님의 체납 고지서를 몰래 납부한 이야기 등등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하면 신파라고
할 법한 이야기들도 나온다. 그러나 유흥거리로 보는 입장이 아니라 본인이 겪는 상황이라면?
생각만해도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해질 것 같다.
중간중간 부모님의 구술생애사 인터뷰가 실려있다.
마치 육성으로 듣는듯한 구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이야기에, 마치 독서가 아니라
영화를 보고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 홀로 어머니와 내적 친밀감을
가졌는지, 후반부에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사망 소식은 한 번도 본적 없는 분의 죽음이 아니라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신듯 한, 그것도 나와도 자주 뵙고 친했던 분의 죽음같아서
슬프기까지 했다. 도서 초반에 실린 감독의 어릴적 가족사진과 성인이 된 지금의 가족사진이
후반에 실린것, 중간중간 과거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부분에서는 색이 바랜듯한 색상의
종이로 구성 한 것, "이번에는 정말로 엄마가 아끼던 6인용 식탁을 버려야 할 시간이 올 것
같다."는 마지막 문장까지, 영화라는 시각,청각의 다양한 감각으로 표현되는 매체를 다루는
감독이라 그런건지, 독자들과 활자로만 접하는 작가의 책과는 확실히 다른
표현방식과 흡입력이 있는 것 같다.
'부동산 불패'로 불리는 대한민국. 지금까지 누구도 잡지 못한 부동산.
우리는 왜 그다지도 부동산에 열광할까.
나도 예전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오피스텔에 짐을 조금 남겨둔 채 이사했던
기억이 떠올라 씁쓸했다.
개인의 삶들이 한국의 도시 개발사와 교차하고 있다는 것, 개인사를 그 시대의 맥락과 함께
지켜보는 경험을 독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할 수 있어서 괴롭고 안타까우면서 흥미로웠다.
"가족의 역사를 통해 들여다본 한국 사회의 이상하고도 아주 평범한 욕망",
"이 시대 평범한 가족들의 남루한 희망, 끝없는 고통, 자부심과 수치심의 원천인
부동산 문제에 우리 모두 연루되어 있음을 밝히는 자기 고백이라는 것"이라는
다양한 저자들의 추천서가 아주 정확한 이 도서에 대한 표현이지 않을까.
독서를 마치고 보니 감독의 영화도 보고싶어졌다.
분명히 갑갑할 것 같으면서도 흥미로운 이 아이러니가 마치 부동산에 대한 나의 생각과
비슷해서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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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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