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3.10.9
배니시드
- 글쓴이
- 김도윤 저
팩토리나인
결혼은 무엇이고 가장의 무게는 또 어떤 것일까? 결혼이라는 선택을 신중하게 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나는 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엔 확실히, 여자의 희생이 많았던 게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의 희생이라는 밑거름 위에 탄생한 행복한 가정이라는 프레임. 하지만 그 안에 구성원이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세상 어렵고 어려운 게 가족이라는 집단 아닐까? 애초에 사랑하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말지. 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아 후회하는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를 결혼이라는 테두리 그리고 완성된 가정의 모습이라니.
22평 전세 아파트에 사는 정하. 오늘도 정하는 기분이 나쁘다. 분리수거를 갈 때마다 마주치는 60평형에 사는 앞 동 여자 때문이다. 기분이 나쁘지만, 자신의 마음을 어디에도 얘기할 수 없다. 남편과는 대화하지 않으니까. 어느 날 정하는 남편의 노트를 발견한다. 노트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이름으로 적어 놓았다. 소설이라 하기엔 기분 나쁜. 하지만 이혼할 수도 없다. 딸 하원과 아들 상원을 키워야 하니까. 아이들과 잠을 자던 밤. 남편 원우는 피를 묻히고 귀가한다. 정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모른 척한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은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앞 동 사모님, 우성의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남편이 사라지고 어느 덧 10년이 넘은 어느 날 우성과 정하는 재혼하게 되고 그렇게 행복할 줄 알았지만, 아들 상원이 전남편처럼 사라지게 되는데...
매일 퇴근길에 자문하겠지. 나는 왜 이 좁고 어두운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일까. 집 안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들이 가족이 맞는가. 가족은 무엇이고 가장은 무언가. 가장이기 때문에 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젊음을 몽땅 불살라 버려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 내가 얻게 되는 건 과연 무엇인가. (376)
누구든 어느 날 갑자기 현타가 올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으니까.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고, 나름 능력도 인정받았는데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현업에 복귀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일해야 할 시간에 나는, 머리를 질끈 묶고 화장기 없고 늘어난 면티를 입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밥도 못 먹으면서 울고 있는 아이 둘을 달래고 있었으니까. 내가 이렇게 살기 위해 결혼 한 것일까? 이렇게 초라하게 살려고 열심히 공부했던가? 왜 결혼이라는 걸 하고 아이를 낳아 이렇게 살고 있는지 매일이 지옥 같던 때도 있었다. 나도 이랬는데, 남편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자유로운 영혼.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했던 남편. 어느 날 아내라는 사람과 아이가 둘이나 생겼으니, 그가 느낄 가장이라는 무게.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남편도 제 역할을 충분히 잘해줬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니 사랑과는 무관하게 아니다 싶은 경우에는 놔 줘야 했던 것은 아닌지. 결혼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는데 계속해서 후회하고, 자신의 아이를 무심하게 바라보는 남편이자 아빠라는 인간. 심지어 외도까지. 혼자 비운의 주인공 놀이를 하자는 것인지.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아빠이자 남편이라는 인간이니.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겠지. 책임지지 못할 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지. 그냥 좀. 요즈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결혼이자 가족의 모습이라는 것이, 즐기지만 책임지고 싶지 않은 그런 모습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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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