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독서회

눈초공식계정
- 작성일
- 2023.10.29
죄와 벌 (상)
- 글쓴이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열린책들
고전독서회에서 9월 모임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옙스키의 『죄와 벌2』의 내용을 두고 논의하였습니다. 모임을 주제하실 달밤텔러님의 발제문을 중심으로 『죄와 벌1』을 읽고 나서 얻은 생각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2시간에 논의하기에는 과제가 다소 많아 보이는 듯합니다.
Q1. <죄와 벌 2>에서는 고리대금업자인 노파와 그 여동생을 죽인 것에 대해 전혀 죄책감을 못 느낀 라스콜니코프가 점차 자신의 죄에 대해 인식하고 결국 자수하기에 이릅니다. 무엇이 이러한 그의 행동과 생각 변화를 일으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살인을 저지른 뒤에 라스콜니코프가 보인 일련의 행동은 자신의 범행을 누군가 알고 있을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거의 <어린아이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음을 고백한 것을 보면, 소냐에게 자신의 범행을 고백하는 것도 충동적이라는 느낌입니다. 그 과정에서 범행동기를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횡설수설하는 수준입니다. 처음에는 ‘돈을 훔치기 위해서’, 이어서 ‘나폴레옹이 되고 싶어서’, ‘그냥 죽였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죽였어’라고 말합니다.
라스콜니코프의 고백을 듣게 된 소냐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속죄하라면서 자수를 권합니다. 하지만 거절합니다. 체포될 것을 예감하면서도 증거가 없을 것이므로 감옥에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라스콜니코프에게 자수를 권한 것은 소냐만은 아닙니다. 라스콜니코프가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포르피리 역시 그를 찾아와 자수할 것을 권합니다. 또한 라스콜니코프가 소냐에게 자신의 범행을 고백하는 순간을 엿들은 스비드리가일로프 역시 자수하거나 미국으로 달아나라고 권합니다.
여동생 두냐와 어머니까지도 그가 살인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나오고, 결국은 소냐가 자수를 권할 때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네거리에 가서 사람들ㅇ에게 절을 하고 대지에 키스하세요. 당신은 대지 앞에 죄를 지었으니까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소리 내어 말하세요. ’내가 죽였습니다.‘라고“
하지만 니콜라이라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자수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찰에 출두하여 범행을 자수하게 된 것은 어머니와 여동생이 그의 범행으로 인하여 받았을 충격과 고통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Q2. 이 소설에는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를 비롯한 두냐, 라주마힌, 소피야 세표노브나, 포르피리, 스비드리가일로프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누구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1권과 비교해서 말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죄와 벌1』에서는 라주마힌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았습니다만, 『죄와 벌2』에서는 라주마힌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어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인상적인 인물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살인을 저지른 라스콜니코프를 꼽을 수밖에 없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구체적인 이유와 범행 후의 행적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에서는 그의 범죄 행위가 일종의 일시적인 정신착락, 즉 차후의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과 의도 없이, 살인강도라는 병적인 편집광 증세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해석하였고, 그가 행한 이타적 행동을 감형요소로 보아 8년이라는 제2급 징역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게 됩니다.
Q3. 1권과 달리 2권에서는 소피아 세표노브나가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죄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던 라스콜니코프로 하여금 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용서하라고 합니다.
라스콜니코프가 소냐에게 받은 인상이 본문에서 이렇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는 새롭고 이상한, 병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정을 느끼면서, 이 창백하고 영뒨 균형 잡히지 않은 모난 얼굴과 준엄하고 강렬한 감정으로 불타오를 수 있는 그 온순한 푸른 눈동자,. 분노와 분개로 인해서 아직까지도 떨고 있는 그녀의 작은 몸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더더욱 이상하게 여겨졌고, 불가사의하게 생각되었다. <유로디비다! 유로디비야!>그는 속으로 단언했다.
-p. 474~475, <죄와 벌 2, 열린책들>
여기에서 라스콜니코프가 말한 ‘유로디비’ 의 의미는 무엇이며, 왜 그는 소냐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을까요?
주석에 나오는 유로디비의 정의를 보면 동방정교에서 그리스도를 온전히 사랑하기 위하여 상식을 벗어난 기묘한 생활태도를 취하거나 미친 짓을 하는 수도자를 이른다고 합니다. 라스콜니코프가 소냐에게 ‘하느님에게 간절히 기도한 대가로 하느님이 어떤 일을 해주지?’하고 물었을 때 분개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거로구나!, 여기에 결론이 있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Q4. “왜 나를 이렇게 오랫동안 잡아가지 않는 겁니까? 라고요” (p. 502)
그러나 면전에서 나를 비웃고 괴롭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p. 503, <죄와 벌 2, 열린책들>
이라고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이 노파를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면서 자신을 비웃는 포르피리 페트로비치의 행동에 분개하는데요. 여러분들은 이런 포르피리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왜 포르피리는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자임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 한 걸까요?
이 대목은 포르피리가 라스콜니코프에게 심문할 내용이 있으니 출두하라고 하여 찾아갔을 때의 상황입니다. 소냐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고 약속한 뒤의 일입니다. 하지만 예심판사인 포르피리가 라스콜니코프를 용의자로 보고 심문하는 상황이 우리의 사법체계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뒤에 포르피라가 라스콜니코프를 찾아와 모든 정황이 당신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수를 권하게 됩니다만, 이 당시에는 범인으로 특정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용의자를 자극하여 범행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던 것 아닐까요?
Q5. “우리 함께 고통을 짊어지러 가요,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가요......!!!
-p. 621, <죄와 벌 2, 열린책들>
죄를 고백한 라스콜니코프에게 이렇게 말하며 소냐는 십자가의 고통을 지듯, 함께 그 죄를
감내하고 그 고통을 이겨나가자고 하는데요. 소냐는 왜 라스콜니코프에게 이렇게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랑일까요? 구원일까요?
그리고 왜 라스콜니코프는 소냐에게만은 살인에 대해 고백하였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봅시다.
소냐는 라스콜니코프가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은전을 베푼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터이나, 그것이 사랑으로 발전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듯합니다. 다만 그녀는 하느님에게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살인이라는 중대한 죄를 범한 라스콜니코프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참회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라스콜니코프 역시 그녀의 굳건한 신앙이 자신을 구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범행을 고백한 것으로 보입니다.
Q6. 라스콜니코프의 노파 살인에 대해 알게 된 스비드리가일로프가 그의 죄를 폭로할거라 생각했지만, 소냐에게 돈을 주며 그녀의 어머니 장례식도 치르게 하고, 자신의 약혼자에게도 찾아가 돈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권총 자살로 삶을 마무리하는데요.
갑작스런 그의 죽음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왜 그는 자살을 택할 것일까요?
『죄와 벌2』에서는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삶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만 이해되지 않은 구석도 여전히 많습니다. 그의 아내 마르파 페트로브나 스비드리가일로바는 빚에 몰린 스비드리가일로프를 도와주고 결혼까지 하였고, 그의 난봉기까지도 인정해주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분명치 않습니다. 심지어는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아내를 살해했을 수도 있다고 암시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그런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아내 사후에 페테르부르그에 나타나 두냐에게 1만 루블을 주겠다고 제안한다거나 소냐에게 3천 루블을 주어 라스콜니코프를 도와줄 수 있도록 하는 이유 등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작가는 스비드리가일로프가 권총으로 자살한다는 설정이 살인을 저지른 라스콜니코프가 선택할 수도 있는 속죄의 형태를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내 마르파를 살해했거나 주변인물들의 죽음에 관련이 있을 것으로 암시되고 있는 것을 보면, 스비드리가일로프 역시 라스콜니코프와 비슷한 심리상태에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Q7. 라스콜니코프는 시베리아 유형을 가서도 여전히 자기가 저지른 범죄를 뉘우치지 않았고 소냐에 대한 사랑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그녀를 무심하게 대했는데요.
마지막 부분에 그는 드디어 소냐에 대한 그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그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가 그녀를 무한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마침내 그 순간이 도래했다는 것을...“
-p. 808, <죄와 벌 2, 열린책들>
소냐에 대한 사랑을 이 책 <죄와 벌 2>의 주제와 관련해서 이야기해봅시다.
라스콜니코프는 시베리아의 유형지에서도 동료 수감자들 속에서 외톨이로 지냅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불신자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그 역시 이런 상황에 무심합니다. 반면 수감자들은 라스콜니코프를 면회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소냐와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수감자들이 부탁하는 일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수감생활 초기에 소냐를 거칠게 대한 것은 자신이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굳은 양심은 자신이 저지른 지난 사건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실책 이외에는 다른 어떤 특별한 범죄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비범하지 않다는 점에 수치감을 느꼈다고 보아야 할까요?
수감생활을 하던 중에 열병에 걸려 입원해 있는 동안,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번진 전염병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류는 결국 몇 명이 구원을 받아 대지를 복구하고 정화하게 된다는 예지몽을 꾸게 됩니다. 악몽의 여운으로 고통을 받던 라스콜니코프는 소냐가 병으로 면회를 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자신이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기를 앓던 그녀가 쾌차하여 찾아왔을 때 라스콜니코프는 그녀의 발에 몸을 던지고 울면서 그녀의 무릎을 안았습니다. 마침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순간입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앞으로 소생의 길을 걷게 될 것을 예감합니다.
Q8. 두 달에 걸쳐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1, 2권을 읽으며 함께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소감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달 동안 여러분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너무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죄와 벌』은 두 권으로 810쪽에 이르는 대작입니다. 상황에 대한 묘사가 장황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무위키를 보면 당시 러시아의 출판업계에서는 원고분량에 따라 고료를 지불하는 관행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스토옙스키 전문가들은 라스콜니코프가 노파를 죽인 이유가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을 평범한 사람(凡人)과 평범하지 않은 사람(非凡人)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가 전당포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살해한 것은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보는 비범한 사람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설사 비범한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하더라고 스스로를 나폴레옹과 동급으로 생각한다는 자체가 정성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라스콜니코프가 알료나와 그녀의 여동생 리자베타를 도끼로 쳐서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동기도 허황될 뿐 아니라, 범행 후에 정신적으로 혼란상태에 빠져든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범행을 소냐에게 고백하는 까닭도 분명치가 않습니다. 또한 경찰에 출두하고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게 되는 이유도 분명치가 않았습니다.
사건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을 보면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모방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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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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