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수입푸드
  1.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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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뷰티
글쓴이
클로이 쿠퍼 존스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10 (18)
테일러수입푸드

가끔 읽고 나면 마음속에서 한동안 끊임없이 잔물결 치는 이야기들이 있다.



기대를 크게 하지 않고 읽었던 <이지뷰티>가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장애인으로서, 여성으로서, 부인으로서, 엄마로서, 박사과정 강사로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다.



 



주인공 클로이 쿠퍼 존스는 술집에서 친구였던 남성 둘과 대화를 하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녀는 박물관과 오페라 공연, 아름다운 자연들을 만끽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고관절이형성이라는 고관절들이 서로 잘 맞지 않아 불안정해 통증이 지속되는 병을 갖고있다. 또한 천골무형성증이라는, 척추와 골반을 연결하는 뼈인 천골이 없는 병을 앓고있다. 걷기 힘들고 작고 형편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 장애는 태어날때부터 그녀와 함께하는 것이었다.



 



이런 그녀가 평생 마주했고 스스로도 되새겼던 질문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였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인지 객관적인 것인지 그 둘 다 섞여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이탈리아에서 본 미술 작품은 대칭과 완벽을 구현했고, 그리스 철학과 미술은 완벽한 것을 추구했다. 그러나 장애인인 그녀의 삶은 균형이 맞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삶이 그들 자신의 삶보다 원천적으로 가치가 낮다고 생각했을까?" (p.125)



 



장애인은 동정받는 삶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먼저 제한을 두고 틀을 벗어나면 놀라는 방식이었다. 장애인이란 정체성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항상 그녀를 뒤따라다녔다. 동료 콜린과의 대화에서 장애인의 삶의 모든 부분은 부정적이며 장애인으로 태어나느니 비장애인으로 태어나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이 문제는 클로이가 가르치는 과목도 관련되어 있었다. 장애인 부모는 자식을 비장애인으로 가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 '장애인'은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서있고 실제로 어떤 상황에 마주하는가.



 



"사람들은 나를 불편해했고, 때로는 잔인하게 굴었지만, 대개의 경우 그저 나를 끼워주기가 어려우니 나를 가장자리 남겨두는 게 편하다고 느꼈다. 내 몸은 항상 눈에 보였지만, 내가 나의 '자아'라고 불렀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불가피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나 자신을 배제했다. 더 현실적인 삶, 사방에서 반짝이는 삶, 발곡 충만하고 접근 불가능한 삶의 흐름에서 밀려나기 전에 나만의 고독한 장소로 대피했다." (p.138)



"나는 고대 그리스 초기의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아름다움이라는 이론을 좋아했던 적이 없고, 그런 아름다움이 진리나 정의와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미덕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 나는 항상 '아름다움은 외적 속성들의 집합이 아니라 깊이 사색하는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흄의 이론을 선호했다." (p.194)



 



그녀에겐 그녀만의 공간인 '중립의 방'이 필요했다. 마음이 요동치고 불안한 상황이 있으면 그녀만의 마음 속 공간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자신만의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갈망했다.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아름다움'엔 장애인이 낄 공간이 없었다. 그녀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철학자들과 이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이 스스로도 편한 일이었다. 서로가 불편한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 철학자들의 이론을 '절망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로 사용했다.



 



그녀는 이탈리아 여행을 다니며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들을 보게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내세우는 주관적 아름다움의 주장과 다르게 객관적인 아름다움이란 실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녀가 만난 많은 남자들은 그녀의 몸을 먼저 보고, 나중에 그녀의 다양한 특징을 보았다. 반대로 그의 남편 엔드류는 그저 복잡할 거 없이 그녀의 전부를 원했다. 그녀를 온전히 바라본 것이다. "그는 복잡할 것도 없이 나의 전부를 원했다." 어떤 장애인으로서의 편견은 물론, 기대도 없었다. "그와 함께하는 날들은 영화 같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펼쳐졌다."



 



클로이에게 출석 문제로 속을 썩인 학생 샤론이 어느날 그녀에게 다시 찾아와 사과하면서, 비욘세 콘서트를 간 이야기를 한다. 거기서 자신이 신적인 경험을 했다고 고백하며 꼭 가서 보라고 추천했다. 샤론은 비욘세를 보면서 "자기가 있을 곳을 정확히 아는 한 여성'을 보았고, 자신에게 질문했다고 말한다.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나는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 지금 이순간에 확신을 가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클로이는 그런 말을 비웃듯이 대했다. 자신의 취향과 지적 수준에는 그런 무대가 별로 끌리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쉬운 아름다음어려운 아름다움을 구분했다. 쉬운 아름다움은 눈에 잘 띄고 편안한 것이고 어려운 아름다움은 시간과 인내와 더 많은 집중을 요구하는 것. 샤론의 이야기를 엔드류에게 말했는데, 엔드류는 클로이에게 오히려 비욘세 콘서트에 가고싶어하는 것 같다며 생일선물로 비욘세의 콘서트 티켓을 받는다.



 



힘겹게 콘서트장에서 비욘세를 본 저자는 샤론이 말했던 그 신적인 경험, 함께하는 경험을 느낀다. 사람들은 하나가 되었고 저자 또한 그 흐름의 일부였다. 비욘세는 현재의 절대성을 보여주고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상태에 진입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함께함을 느낀다.



 



중립의 방은 중립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그녀는 선을 그었다. 그녀의 세상은 죽은 철학자들과의 대화였다. 아름다움은 한번에 뚜렷하게 나오는 게 아니라 조금씩 소화하는 것이었다.



 



클로이는 많은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꼈고, 특히 울프강을 낳았을 때 큰 두려움을 느꼈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엄마에게도 자신을 낳았을 때 두렵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그녀의 엄마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빛을 봤다고 말한다. 엄마는 빛나는 아기를 보고 있었다. 그곳에 아기와 함께 있었던 엄마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자신만의 세상에 빠지지 않고, 그저 함께 있었다.



 




"나는 아름다움이 내 온몸을 뒤흔들며 관통하면서 두렷하게 부정할 수 없게 진실을 창조하고, 너무나 강렬한 광선을 발사해 내 삶 전체를 밝혀주는 단 하나의 순수한 느낌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나를 찾아온 것은 자욱하게 떠다니는 무더기 같은 것이었고 거기에는 과제가 따라왔다. 뚜렷하게 보이는 것을 내가 볼 수 있을까? 모래로 떡칠된 울프강의 머리카락. 가볍게 떨리는 울프강의 자그마한 어깨. 울프강의 매끈하고 볼록한 선홍색 잇몸. 새로운 치아가 잇모을 꿇고 나오면서 팽팽한 긴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울프강의 빛나는 두 눈, 회색 눈동자. 내 손 안에 있는 울프강의 손. 우리는 완벽을 선물받지 않았고, 신성함도, 대칭도, 우아한 비례도, 나쁜 패도, 저주도 받지 않았다. 우리는 함게 보낼 한평생만을 선물받았다. 우리의 삶은 쉬운 삶도 아니고 고통 없는 삶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현실의 삶을 받았다. 무서울 정도로 일상적이면서도 숭고한 삶. 나는 더 이상 다른 삶을 염원하면서 그 삶의 아름다움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p.443




클로이는 브루클린 술집에서 링컨의 친구였던 카일을 만나 이야기를 한다. 이혼한 카일은 자신의 결혼생활에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러다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궁금해 하며 "선생님의 남편은 선생님의 몸이 부담스러울 때 어떻게 참아내는지 알고 싶은데요?" 라는 무례한 질문을 한다. 하지만 삶의 관점이 달라진 클로이는 이전과 다르게 생각한다.



 



"나의 경우 사람들이 항상 나를 두 번, 세 번 다시 생각해 주지는 않았고, 사람들이 항상 나를 온전한 조재로 봐주지도 않았다. 그건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카일 같은 사람들은 항상 있을 것이다 (...) 하지만 카일을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건 건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해서 내가 잃을 건 없다. 반대로 내가 사람들 앞에서 느끼곤 했던 그 모든 분노와 불안, 공포와 혐오는 나에게서 거의 모든 걸 앗아갔다."



 



원하지 않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장애라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들의 의식과는 다르게 클로이 그저 어딘가 부족하지 않은 그저'나'로서 살아갔다. 사람들은 그녀를 온전하지 않은 인격체로 바라보곤 했지만, 그런 시선에 의해 클로이는 방에 들어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클로이는 아들 울프강과 마술공연을 보러간다. 울프강은 속임수를 눈치 채고 아는 척을 하며 마술이 재미 없다고 말하는데,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완벽하게 속아버리며 마술의 대단함을 느낀다. 그 모습을 보고 앤드류는 말한다 "그것 보렴! 이제부터는 너무 똑똑한 척 하지 마라, 요 시니컬한 녀석" 세상은 잘난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우린 잘난 나의 머리를 거세게 망치로 맞는 경험을 한다.



 



클로이는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의 책을 읽는다. 머독은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베일을 통해 사물을 보는데, 그 베일은 세상의 일부를 숨긴다"고. 클로이는 자신만이 만들어낸 가짜 베일을 통해 세상을 보고 가려냈다. 경험을 추상화해서 이론으로 만들며 우월감을 느꼈다. 같이하는 경험, 대중에 휩쓸리는 것을 깔보고 홀로 도피한 장소에서 철학 이론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현실의 경험은 그의 생각을 바꿨다.



 



그녀가 평생 질문하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 또 이상적인 세상을 추구하는 문제는 세상을 멀리서 바라보며 평가하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머독은 말한다. 우리는 이상적인 것에 이끌려서 변화하지 않으며,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 바깥의 세계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때때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현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그 아름다움은 나 자신에게서 벗어나 대상의 진실된 모습을 볼 기회를 준다. 그렇게 아름다움을 경험하다 보면 세상이 달라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통해 '살찐 고집쟁이 자아'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잊을'수 있고, 그러면 우리의 의식의 질이 향상된다"



p.489




세상은 맞딱뜨려야 하고, 우린 거기서 아름다움을 얻는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변화시킨다.



 



 



*한겨레 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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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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