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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11.5
오셀로
- 글쓴이
-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
민음사
고전 문학의 대표작을 몇 가지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시리즈가 5대 희극과 4대 비극이다. 5대 희극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이고, 4대 비극은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이렇게 4 작품이 포함된다. 보통 5대 희극보다는 4대 비극이 대중적으로 유명한데, 4대 비극은 각각 특징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햄릿'은 '우유부단함'을 '리어왕'은 '교만함'을 '맥베스'는 '야망'을 다루고 있으며, 이 작품 [오셀로]는 '질투'라는 키워드를 다루고 있는 명작이다.
스스로 생기고 스스로 태어나는 푸른 눈의 괴물, 질투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는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다. 그런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배신과 음모, 질투의 이야기다. 작품의 제목인 '오셀로'는 희곡의 주인공 이름이다. '오셀로'는 극 중에서 '무어인'이라고 표현되고 있는데, 무어인이란 이베리아반도에 살던 흑인과 아랍인들을 말하는 것으로 극 중에서는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있다. 오셀로는 베네치아의 무어인 용병 출신 장군으로 실력과 지위를 갖추고 있지만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셀로의 줄거리는 이렇다.
오셀로는 무어인이라 작품 곳곳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며, 자기 자신도 백인들의 한가운데의 유일한 무어인이라는 것과 옛날의 노예 생활 때문에 깊은 콤플렉스로 괴로워한다. 오셀로의 기수인 '이야고'는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사랑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열등히 여긴다는 것을 알고, 그 열등감을 자극한다. 오셀로는 이 말에 넘어가 부관 카시오가 데스데모나를 유혹했다고 착각하여 두 사람을 살해하려 든다.
이야고는 작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악의만을 가지는 인물인 동시에 관객들에게 자신의 악의와 음모를 까발리며 계획을 진행시킨다. 그 악행의 이유는 오셀로가 '자신을 승진시켜주지 않고, 카시오를 대신 승진시켜줬다는 것'과 오셀로가 자신의 아내 에밀리아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이다. 데스데모나의 시녀로서 남편과 달리 선량하고 진실된 여성이었던 이야고의 아내 에밀리아가 오셀로에게 진실을 얘기해줘 결국 이야고의 계획은 들통나지만, 이미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살해한 후였다. 오셀로는 그가 만든 비극 때문에 자살한다.
오셀로가 자살한 후 복수를 천명한 카시오가 이아고를 재판에 넘겨 고문하라고 지시하면서 극은 끝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오셀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데스데모나를 질투에 눈이 멀어 자기 손으로 목졸라 죽이고, 결국 자신도 죽게되는 이야기다. 참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이 오셀로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질투'라는 강렬한 감정은 사랑의 크기만큼 큰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나도 인간이 지닌 질투의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 질투심을 조심해요.
그것은 희생물을 비웃으며 잡아먹는 푸른 눈의 괴물이랍니다.
O, beware, my lord, of jealousy;
It is the green-ey’d monster which doth mock
The meat it feeds on.
오쟁이 진 자가 운명임을 확신하고 죄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는 더없는 행복 속에 산답니다.
오 그러나, 푹 빠졌지만 의심하고 수상히 여기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저주받은 시간을 헤아리겠습니까!
[오셀로] 중에서
위 구절에서 질투를 뜻하는 영문 숙어인 'Green-Eyed Monster'가 나왔다고 하니, 셰익스피어가 영어라는 언어에 미친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더불어 '질투'라는 감정이 예나 지금이나 얼마나 강력하고 잔인한지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장면에서 이야고의 부인인 에밀리아와 데스데모나가 대화할 때 '질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질투를 '스스로 생기고 스스로 태어나는 한 마리 괴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질투란 감정은 사랑이나 존경과 같은 우호적인 감정과 함께 온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사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질투도 생기지 않는다. 굳이 관심 없는 사람 주변에 누가 있건 질투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크고 강렬할수록 질투의 크기 또한 커지게 마련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워진다. 그것이 감정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말이다.
데스데모나 : 어쩌나, 난 절대 원인 제공 안 했어!
에밀리아 : 질투하는 이들에게 그건 답이 아니에요.
그들은 원인이 있어서가 아니라 질투하기 때문에 질투하는 거라고요.
그건 스스로 생기고 스스로 태어나는 한 마리 괴물이랍니다.
데스데모나 : 하늘이시여, 오셀로 마음에서 그 괴물을 멀리해 주소서!
[오셀로] 중에서
데스데모나의 바람과 달리 오셀로의 마음은 그 괴물에게 완전히 잡아먹혀 버렸고, 질투에 눈이 멀어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만다. 이런 이유로 현대 심리학에서는 부인을 의심하는 '의처증'을 '오셀로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참 불명예스러운 이름이다.
[오셀로]에는 질투의 대명사인 '오셀로'와 함께 또 다른 흥미로운 인물 '이야고'가 나오는데, 이는 '복수', '배신' 그리고 '질투'와 같이 부정적이고 악의적인 감정으로 가득 찬 인간 유형이다. 오셀로 장군이 자신을 제치고 카시오를 부관으로 승진 시킨 것에 악의를 품고 이런 배신극을 꾸미지만, 나중에는 성적인 질투심이 동기가 된다. 아무튼 이래저래 참 못난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 한구석에도 정도는 다르지만 이런 질투와 열등감, 악의와 분노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 희곡 [오셀로]가 더욱 입체적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한 가지 감정과 성격으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복합적인 존재이기에 이런 강렬한 캐릭터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을 받는다.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한 셰익스피어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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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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