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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之我...또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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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글쓴이
N.H클라인바움 저/한은주 역
서교출판사
평균
별점9 (183)
異之我...또 다른 나

  가장 논란이 되는 점부터 말해보련다. 닐이라는 학생이 자살을 했다. 과연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한창 꽃피울 고등학생 청년이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권총으로 한밤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닐은 웰튼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학업성적도 우수했으며 교우관계도 원만했고 여러 동아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범생으로 미국의 명문대인 하버드 의대에 입학할 것으로 점쳐질 정도 전도유망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웰튼고에 존 키팅이라는 국어선생이 새로 부임하면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밀조직에 가입한 것으로 밝혀졌고, 부모님 몰래 연극 오디션을 보고 연극무대의 초연을 펼친 뒤에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축하를 받으며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지만 '아버지의 허락'을 받지 못했던 관계로 아버지의 꾸중을 들었던 그날밤에 자살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유명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이미 보았기에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 정황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닐의 죽음'은 강압적인 아버지의 교육관이 문제의 발단이었고, '지옥고(Hellton)'라고 불리는 '웰튼고'의 엄격한 교육시스템이 한 몫 단단히 한 사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끔찍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존 키팅'이라는 한 줄기 희망이 등장했던 것이다. 딱딱하기만 한 수업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깨닫음'을 추구하는 키팅의 교육관이 '성적지상주의'로 일관하는 웰튼고 학생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밀조직이 생겨나면서 일부 학생들이 키팅의 교육관을 몸소 실행에 옮기게 되었고, 그 조직원 가운데 리더였던 닐은 '자신의 꿈'을 펼치는데 최대 걸림돌이었던 '아버지의 욕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만 생을 마감하였던 것이다.



 



  닐의 아버지가 갖고 있던 욕망이란 하나 뿐인 자식이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끔 전폭적인 뒷바라지는 마다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그 뒷바라지가 닐에겐 '끔찍할 정도의 억압'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닐의 의견이나 생각 따위는 듣지도 않은채 아버지가 이미 정해놓은 '닐의 미래(성공)'를 강제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말이다. 닐은 이런 아버지의 강압에 늘 불만이었지만 '자식의 성공이 보장된 삶'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 앞에서 한마디 의견도 내놓지 못한채 그저 묵묵히 따르고만 있었던 것이다. 사실 아직 어린 학생에 불과하니 어른들이 말하는 '성공비결'에 반박할 다른 의견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닐 자신도 훗날 의대를 졸업한 뒤에 '역대 연봉'을 받으며 부와 명예를 한껏 누리는 삶이 싫지 않았기에 그저 부모님의 뜻에 따랐을 뿐이다. 정작 닐 자신은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그것이 '성공지름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쓸데없는 일'이라 말하는 부모님의 말씀과 명문고 임직원의 조언 때문에 뭐라 반박하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을 억누르며 공부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이런 차에 '키팅 선생님'이 웰튼고에 부임했다. 키팅도 웰튼고 졸업생이었으며 명문대인 옥스포드 수석장학생으로 명예로운 졸업한 뒤에 다시 모교에 부임했던 것이다. 그래서 웰튼고교의 교장선생도 키팅 선생님에 대해 기대가 컸다. 워낙 '전통'과 '명예', '규율', '최고'를 추구하는 학교였으니 그런 쪽으로 스팩이 빵빵한 키팅 선생님이 모교에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명문고의 위상을 더욱 드높이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팅의 생각은 달랐다. 오직 명문대 진학율만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전통'이라 내세우며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즐거움' 대신 지옥과 같은 '입시교육'만을 강요하는 웰튼의 교육방식과는 정반대의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키팅은 첫 수업에서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겨라)'라는 라틴어 격언을 수업했다.



 



  '오늘을 즐겨라', '현재에 충실하라'라는 뜻을 가진 '카르페 디엠'에는 사실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다. 이어서 말하면 뜻이 더욱 분명해진다. 다시 말해,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뿐이다. 그러니 현재에 충실하고 오늘을 즐기라는 뜻이다. 이 두 문장을 줄이면 '바로 지금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모든 수업의 핵심내용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의 뜻과는 달리 학업만을 강요하던 학교와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맹목적인 공부만 하던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영감'을 선사하기도 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래야 행복할 수 있고, 나중에 후회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 앞에 닥친 '현재의 삶'에 충실하면 나중에 어른이 된 뒤에 '어떤 삶'을 살든 후회할 리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테면, 닐이 무사히(?) 하버드 의대를 마치고 '억대 연봉의 의사선생'이 되어 부유한 삶을 살고 있더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포기하고 '남이 시키는대로'만 하다가 어른이 되었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 닐의 아버지가 바라던대로 의대에 진학했으나 더는 적성에도 맞지 않고 '학업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중도포기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뒤에 어른이 되었다면, 학창시절에 '하고 싶은 것'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분노만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반면에 닐이 학업에 충실하면서도 '하고팠던' 연극무대에 마음껏 올랐더라면 무사히 의사선생이 된 뒤에도 그때를 추억하며 행복했을 것이고, 반대로 나락으로 떨어진 삶으로 전락했을지라도 행복했던 추억 때문에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현재에 충실한 삶(카르페 디엠)'은 중요한 것이다. 아직 미성숙한 학생의 '선택'일지라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닐을 죽음으로 내몰고 키팅선생을 사건의 주동자(?)로 떠넘겨 학교에서 쫓아내려는 교장과 닐의 아버지는 나쁘기만 할까? 닐이 불쌍하니 닐의 아빠는 나쁘고, 키팅 선생이 훌륭하니 교장의 낡은 신념은 폐기처분해야 마땅하냔 말이다. 우리는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의 위험성을 명심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닐의 아빠도 웰튼고의 교장도 나쁘지 않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기 때문이다. '명문고-명문대-상류사회'라는 성공의 지름길을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왜냐면 인간은 '욕망을 지향'하기 마련이고, '보장된 성공시스템'을 만들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관리'를 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기회제공', '적극관리'를 전통이랍시고 모든 학생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밀어붙인 점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시스템일망정 수많은 학생들을 '아이비리그'라는 명문대학에 비중있게 진학시킨 '검증된 방식'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정리하면, 많은 독자들이 키팅선생님을 존경어린 시선으로 추종함에 따라 '웰튼고'와 같은 맹목적인 교육시스템을 비난하기에 이른다. 허나 인간은 욕망덩어리이고 '웰튼고'가 많은 이들에게 성공을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면 '비난'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비판을 하고 시정을 요구한들 '키팅의 제자들'이 대성공을 거두어 사회의 지배구조를 싹 바꾸어놓지 않은 이상 욕망덩어리들을 배출하는 '웰튼고'와 같은 시스템은 꾸준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어느 한 쪽이 무한하게 나쁘다는 비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적확한 비판의식을 키워 교육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웰튼의 장단점'과 '키팅의 장단점'이 서로 공정하게 경쟁하며 학생들의 본연에 맞게 각자의 꿈을 성장발전시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형성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우리의 교육시스템도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말았다. 허구헌 날 '대입제도'만 바꿔온 터라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걸고 한 판 도박을 걸게 만들었고, 이런 문제점을 바꿔보겠다고 '외국의 시스템'을 아무런 성찰없이 '우리의 현실'에 끼워맞추는 통에 정작 '우리 교육'은 설곳을 잃고 휘청거릴 뿐이었기 때문이다. 말로는 '백년대계'라면서 흔들리지 않는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곧잘 말한다. 허나 대한민국 입시정책은 해마다 바뀌었다. 윤석열의 '킬링문항 삭제' 지침은 희대의 촌극이었고 말이다. 변별력을 무색하게 만들면 학생들의 실력검증은 무엇으로 하란 말인가? 만일 '킬러문항'이 정말 문제였다면, '대입시험'을 없애고 무시험제도로 입학허가를 한 뒤에 대학자체적으로 무한경쟁을 시키는 방법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방법 또한 문제점이 많은 방식이지만 말이다.



 



  한편, 우리에겐 여전히 '키팅 선생님' 같은 분들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우리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학생의 희망찬 미래를 '자신의 신념'으로 삼아 불철주야 교육에 매진하는, 그런 선생님들 말이다. 그리고 제발 그런 선생님들이 소신껏 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갑질하는 학부모들'은 좀 꺼져줬으면 좋겠다. 선생을 존경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서야 되겠느냔 말이다. 몰지각한 학부모들 밑에서 커온 어린 학생들이 선생을 우습게 만드는 현실이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그렇다. 제발 우리 선생님들이 '검은 리본'을 거둘 수 있도록 관심을 모았으면 싶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꼭 멋진 선생님이 되시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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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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