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나난
- 작성일
- 2023.11.12
운전석의 여자
- 글쓴이
- 뮤리얼 스파크 저
문예출판사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운전석의 여자>를 다 읽었는데도 머리가 멍하다. 내가 읽은 것이 내가 이해한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단편을 읽을 때면 늘 드는 그런 생각이다. 명확하게 끝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보니 드는 당연한 의심이랄까. 여기 온갖 컬러플한 옷을 다 겹쳐 입은 한 여자가 있다. 옷을 파는 사람도 옷을 본 사람도 이상하게 생각하건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더 이상하게 본다.
처음에는 그녀를 의심해본다. 저렇게 튀는 색의 옷을 조합해서 입은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일부러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그럴지도 모른다며 그녀를 이해하려고 해본다. 짐을 챙겨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그녀. 그녀가 도착한 나라가 어디인지는 본문에 언급되지 않는다. 단지 비행기에서 만났던 남자랑 어떤 관계가 되려다 말고 여행지에서 만난 노부인과 친구가 되려는 듯이 보였지만 또 어느 순간 화장실에 들어간 그녀가 보이질 않고 그 노부인이 산 물건이 사라지는가 하면 사라져서 도둑맞았다고 생각한 물건이 그녀에게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헷갈린다. 묘하다. 이것이 과연 어떠함을 말하고자 함일까. 거기다 그녀가 나중에 어떠한 상태로 발견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이미 전반부에 나와 있어서 그 이후에의 상황을 예측할 수가 없다. 그녀의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 텐데 이야기는 거기서 뚝 끊어져 버린다. 사건이 발생을 하면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거기서 끊긴 셈이다. 작품 해설에 따르면 이 소설의 서술기법은 누보로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며 매우 로브그리예적이라고 묘사한다고 한다. 그에 따른 이해를 하려면 해설을 필히 먼저 읽는 것이 필수라 생각되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안약이 바뀌어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로 인한 유언장 사건까지 이어지는 <검은 선글라스>와 건초에서 바늘에 찔렸다고 '바늘'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주인공과 그들의 친구들의 이야기인 <포토벨로 로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누군가가 죽는 사건이 발생을 해서 더 흥미롭게 읽혔을 수도 있으며 죽은 존재가 자신을 드러내는 약간의 호러적인 요소가 녹아 있어서 더 흥미롭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찬찬히 곱씹을수록 새로운 매력을 느끼는 그러한 열한 편의 중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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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