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마니
- 작성일
- 2023.11.19
운전석의 여자
- 글쓴이
- 뮤리얼 스파크 저
문예출판사
『운전석의 여자』는 뮤리얼 스파크가 자신의 최고작으로 꼽은 11편의 중단편 소설일 묶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집으로 11편 모두가 여성이 주인공이다.
"난 모욕을 참지 않아!"
아찔한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도발적으로 보이는 표지만큼 첫 번째 이야기부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목이기도 한 '운전석의 여자'
휴가를 떠나기 위해 백화점에 들른 리제. 보통 여행지에서 입을 옷을 사는 건 설레기 마련인데 리제는 도통 옷에 집중하지 못하고 판매원들에게 갑질을 한다. 오염이 되지 않는다는 섬유로 만든 드레스라는 말에 자신이 음식을 흘릴 사람처럼 보이냐며 화를 내고, 판매원의 만류에도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잔뜩 산다. 일신상의 변화가 있다지만 지나치게 불안정하고 히스테릭한 모습의 리제.
여행을 다녀오면 심리적 안정을 찾을까 싶지만, 손가방 하나와 서커스 쇼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의상과 손가방 하나만 들고 도착한 휴가지에 도착해서야 독자들은 리제의 여행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된다.
자살여행. 아니 살해당할 계획을 가지고 휴가를 온 리제는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에게 친절을 베푼 남자들은 모두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누구도 그녀에게 순수한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그녀를 더 위태롭게 한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그녀의 목적을 이루게 될까.
두 번째 단편과 세 번째 단편은 유명 작가를 아버지로 둔 도라의 이야기다. 이제는 한물간 아버지를 홀로 둘 수 없어 결혼도 미루고 아버지 곁에 머물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 속에서 살고 있다. 열다섯이나 어린 남자와 결혼을 한 것도 그가 아버지의 열렬한 추종자여서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으로 둘의 결혼도 실질적인 막을 내린다. 도라는 아버지 없는 인생을 어떻게 시작할까.
이어지는 단편들도 모두 안정감과는 거리가 먼 여성들이다. 그러나 그녀들이 처한 상황이 모두 그녀들 스스로 자처했다기보다 당대의 사회적 배경과 사회가 바라는 여성상에 의한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그녀들이 그런 상황에 처한 건 순전히 '여자여서'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그녀들과 같은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남성 중심의 시대에서 생존을 위해 고분분투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위태롭기만 한다. 요즘의 시선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도 많지만, 그런 그녀들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시대가 된 것은 아닐까. 그녀들의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본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속 여인들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자기 목소리를 내기위해 애쓴 여자들이란 측면에서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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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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