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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
- 작성일
- 2023.11.23
황금종이 1
- 글쓴이
- 조정래 저
해냄
소설이라고요?
이게 다 그냥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금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옮겨놨는데?
조정래 작가님의 소설은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읽다보면 뼈때리는 느낌이랄까요, 정신이 번쩍 들면서 스스로 돌아보게 만들어요.
뉴스에서 보도되는 내용들이 사실인 줄 알면서도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처럼 들릴 때가 있는데, 조정래 작가님의 소설은 부정할 수 없는 우리들 이야기라서 몰입하게 되고,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네요. 특히 이번 주제는 강력했어요.
'돈, 돈, 돈......, 그놈의 돈은 뭘까......' (163p)
《황금종이》는 조정래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인 '돈'을 다루고 있어요.
도대체 돈이 뭐길래, 사람들은 돈의 노예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 걸까요.
1권에서는 이태하 변호사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돈 때문에 부모 자식, 형제, 자매, 친척과 지인들까지 처참하게 무너지는 인간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기들이 도저히 이를 수 없는 백만장자, 억만장자를 모두 부러워하는 동시에 두려워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그들에게 무의식중에 지배당하고 있다.'
언젠가 읽은 어느 심리학자의 글이었다.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의 마음속 저 깊이에도 그 부러움과 두려움이 형체 없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81p)
이기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인간사를 풀어내자면 끝이 없을 거예요. 세상에 숱한 범죄들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죄다 돈으로 얽혀 있으니까요. 한 걸음 떨어져서 멀리 지켜보면 그들만의 문제이고, 그들을 바라보면 쉽게 욕할 수 있지만 점점 자세히 그 내막을 알게 되면 멈칫 할 수밖에 없어요. 그 멈칫하는 순간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매일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도 모른채 그저 돈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을 거예요. 나는 아니라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저는 솔직히 마음 한 켠이 너무나 불편하고 괴로웠어요. 돈의 노예였고,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살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나온 비극들이 현실적으로 크게 느껴졌어요. 그럼에도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된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자각 때문이었어요. 이태하 변호사는 박현규에게 벌어진 참사를 동창 윤민서와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대학교 시절에 철학 교수가 했던 "돈은 인간의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라는 말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어요. 과거에는 앳된 이십 대 청년들에겐 알쏭달쏭, 꽤나 그럴싸하지만 영 헷갈리는 돈의 정의였다면 현재를 살고 있는 청년들에겐 기막히고 살벌한 현실이라는 게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요. 이제는 세대 구분이 아니라 빈부의 차이로 나뉜 세상이니까, 가난으로 허덕이고 있다면 돈은 그저 족쇄가 아닐까요. 돈이 많아도 돈 때문에 추잡하게 산다면 그것 역시 황금 족쇄를 찬 노예일 뿐인 거죠. 돈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은 모두 노예인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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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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