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에저바람속에
  1. 마흔의 서재(수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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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글쓴이
김선영 저
좋은습관연구소
평균
별점8.1 (374)
흙속에저바람속에

따라 쓰다 보면 따로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를 읽고

 



 





 





  퇴근 후 집에 도착한 나에게 아이가 책 한 권을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다. “따라 쓰기만 해도 글씨가 예뻐지는 책? 아빠 다 보고 나도 볼래.” 삐뚤빼둘한 한글을 예쁘게 쓰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무심결에 그래, 하고 답한 뒤 불현듯 지난 주에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서평단 추천 건으로 『책만 읽어도 된다』의 저자이자 예스마을(예스블로그) 이웃인 모나리자님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떠올랐다. 처음 책 제목만 보고 저자가 쓴 글을 읽고 따라 쓰다 보면 독서가 점점 재미있어 진다는 내용이겠거니 짐작했다. 글을 따라 쓰면 글씨체도 좋아질 것이라고 이해한 아이의 직관적인 시선에 감탄 반 부러움 반을 느끼던 순간, 책표지 아래에 쓰여진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필사 문장 30'이라는 부제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인 건 그저 내 기분 탓이었으리라.

  ‘필사(筆寫)’, 즉 '따라 쓰기'의 방식이 컴퓨터 키보드(또는 스마트폰 키패드)를 이용한 타자(打字)가 아니라 손에 펜을 쥐고 종이 위에 글씨를 쓰는 것임을 재차 확인한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필사하는 습관을 갖기 위해 애쓰던 때가 잠시나마 있었다. 그러나 매번 새해에 세우는 여느 계획처럼 작심삼일로 그치고 말았음을 고백해야겠다.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는 동시에 책속 좋은 문장을 음미하고자 시도했던 필사가 글쓰기에 보탬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책은 크게 세 가지 단계 - 꾸준한 글쓰기 루틴을 만드는 법, 다양한 표현기술을 익히는 법, 글쓰기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내 실천하는 사람이 되는 법 - 를 밟아서 독자가 (어떠한 글이든 쓰는 사람 혹은 그 경지를 넘어선 존재로서의) 작가로 거듭나는 길을 제시한다. 

  글을 따라 쓰기 전, 각자의 목적에 맞게 필사할 책을 고르고 자기만의 시공간을 마련하고 장비를 챙기는 일에 대한 저자의 조언 가운데 몇 가지를 짚어본다. 먼저 수많은 번역서 중에 읽기 불편한 투의 문장을 필사해보면서 어색한 곳을 살피고 자신은 어떻게 고칠지 고민해보자. 다음으로 필사 도구인 필기구와 노트를 아무렇게나 쓰기보다는 시간을 들여 자신에게 적합한 것들로 준비한다면, 예전의 누구(라고 쓰고 '나'임을 모른 척한다)처럼 '필사(必死)적인 필사'로 겪은 손가락과 손목의 피로감은 덜고 상쾌한 필기감을 유지하면서 계속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또한 온·오프라인에서 여럿이 모여 모두가 같은 문장이나 서로 다른 문장을 필사해보면 글과 책에 관한 시야와 취향을 넓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자가 필사할 문장은 대부분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작가들이 쓴 것이라서 낯익고도 낯선 느낌을 준다. 저자가 가려 뽑은 서른 개의 문장을 직접 따라 쓰면서 각 문장에 얽힌 글쓴이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독자의 그것들과도 견주어 볼 수 있다는 점이 퍽 흥미롭다. 손과 머리 그리고 가슴을 바지런히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글쓰기란 무엇이며 어떻게 쓰고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하여 궁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필(사하는ˇ)자에게 와닿았던 문장과 저자의 생각을 중심으로 지난 몇 년간 서평 활동을 되돌아보고,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떠한 글쓰기를 해나갈 것인지 마음가짐을 새로이 해본다.



 





 




  오해를 줄이려면 타깃을 좁혀야 한다. 불특정한 대중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상을 상정하고 말한다. 대상(읽는 사람)의 연령대나 배경 지식을 고려해야 한다. 그들에게 익숙한 언어로 서술하면 오해의 여지가 줄고 이해하기도 쉽다.(53쪽)




 



  오로지 자기만족으로 시작한 글쓰기지만 언제부턴가 나의 글을 블로그 이웃님을 비롯한 불특정의 사람들이 읽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로 가급적이면 독자가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구상하여 쓰고 여러 번 퇴고하려고 애쓴다. 여전히 여러모로 부족한 글이기에 다자이 오사무가 쓴 『인간 실격』의 한 문장을 빌려 “부끄럼 많은 서평활동을 해왔다”고 말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럼에도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무들 덕분에 지금까지 글쓰기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내 책모임과 예스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해서 책을 읽고 난 뒤 글을 써서 나누는 일들은 저자의 말과 같이 이따금 나에게 찾아오는 ‘글(쓰기의 권)태기’를 극복하게 해주는 최고의 처방전이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허세가 들어간 단어를 걷어 내는 작업이다(어린이에게 허세가 통할 리 없다). 어휘 수준을 떨어뜨리라는 뜻이 아니다. ‘높이다’를 ‘제고하다’로, ‘멈추다’를 ‘정차하다’로, ‘빨리’를 ‘조속히’라고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어른의 글에는 유독 한자어가 많다.(210쪽)




 



  올해 초등학생이 된 아이도 자기만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최대한 육하원칙에 맞춰 최소한의 일기를 써내는 모습이 기특하다. 하지만 아이가 나에게 첨삭을 바랄 때면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이 들어서 말 그대로 조심(操心)스럽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특히 적합한 단어를 찾아 뜻풀이해주는 게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때마침 내가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의 문장을 필사하면서 ‘지금만 쓸 수 있는 글’의 의미를 곱씹어보던 중, 문득 몇 년 전 예스블로그 릴레이 인터뷰에서 내가 블로그 활동을 하는 이유를 밝힌 것이 떠올랐다. 먼훗날 내가 이세상에 없을 때 어른이 된 아이가 내가 쓴 글 속에서 아빠와의 추억을 되새겨보길 바라서라고 답했다.



  돌이켜보면 거창하게 디지털 유산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지만, 딸에 대한 아빠의 마음과 더불어 아빠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어떠한 생각을 갖고 삶을 살았는지 텍스트로나마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변함없는 이 마음을 글을 쓰며 풀어 놓는다. 눈 밝은 독자라면 내가 본 서평을 시작하면서 저자가 얘기한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실천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리라. 어쩌면 어른의 글쓰기 속에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잃고 싶지 않은, 아니면 그것을 되찾고 싶은 욕망과 나와 아이가 한 뼘씩 성장하는 순간을 담고 싶은 욕구가 얽히고설켜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쓰면서 성장한다. 책을 쓸 때마다 나의 부족함을 마주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애쓴다. 애쓴 만큼 더 자란다. 책이 나오면, 나는 내가 내뱉었던 말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한다. 책을 쓰면 더 좋은 삶을 살게 된다.(264~265쪽)




 



  늘 스스로에게, 때로는 독서와 글쓰기를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마치 자동응답기 같이 반복하는 나의 대답을 책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고 또 다행스러웠다. 비록 현재는 턱없이 모자라서 언제쯤 가닿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글을 쓰면서 이것들을 환기하고 개선할 의지와 용기를 키워나간다. 어제와 오늘의 ‘위선(僞善)’이 내일은 ‘선(善)’에 가까워지길, 나아가 공동의 선으로 연결되길 바라는 꿈을 글자 사이사이에 심으면서 말이다. 나와 같이 울퉁불퉁한 글밭을 가꾸는 사람들에게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라는 물뿌리개를 전하고 싶다. 물통에서 물줄기처럼 뿌려지는 문장들을 종이 위에 받아서 땅을 일구듯 필사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글쓰기 인생에서 저마다의 의미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는다.



 



좋은습관연구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평단으로 추천해주신 모나리자님(조혜경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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