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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etto
- 작성일
- 2023.12.6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
- 글쓴이
- 김소울 저
믹스커피
미술작품을 보여주며 또는 함께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치료하는 미술치료사로 활동중인 저자가 소개해주는 미술작품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림을 감상할 때 이럴 땐 이런 그림이라고 공식처럼 되어 있는 것은 없지만 특정 상황에 높은 확률로 도움이 되는 그림들이 있다고 한다. 활력이 많이 떨어지거나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조지 던롭 레슬리의 "장미들"을 권한다. 또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인 "슬퍼하는 노인" 속 주인공은 머리를 움켜쥔 채 의자에 앉아 있는데, 고흐가 자살한 해에 그려진 이 그림 속 인물에 고흐 자신의 절망감이 투사되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고, 나약한 부분들에 집중하고, 실패한 과거를 떠올리며 살아가고, 자기혐오를 느끼는 이들은 자기 돌봄을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말이다. 에드바르 뭉크의 "잿더미"를 보면 괴로워하고 있는 화가 자신과 첫사랑이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데, 절망적인 사랑이 파괴적으로 끝난 후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대변해준다고 말한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김지애 작가의 그림을 유독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김지애 작가의 그림 속에 묻어져 있는 다양한 애착 형태는 감상자들이 자신의 관계 유형을 투영하기 아주 좋은 장소가 된다고 말한다.
김지애 작가의 "사람의 노래"에는 하나가 되어버린 두 사람이 묘사되어 있는데, 뒤에서 끌어안은 사람은 안간힘을 써서 앞에 있는 사람을 자신 쪽으로 당기고 있고, 앞의 사람은 온몸에 힘을 잃은 듯 쓰러져 기대 있는 모습이라 말한다. 이런 묘사는 집착형 애착 관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관계 유형이라고 설명한다. 김지애 작가의 "몸의 노래"를 보면 한 사람이 분할되어 그려져 있는데, 이런 유형은 무시형 애착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시형 애착은 구색이 이상하더라도 타인의 도움을 극도로 꺼려하며, 자신은 비록 조각난 몸을 조합한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상대의 단점 찾기에 능숙하다면서 말이다. 존 월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살롯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그림 속 여주인공은 샬롯성 영주의 딸인데, 그녀는 바깥을 직접 눈으로 보면 죽음에 빠지는 저주를 받고 평생 성에 갇혀 살다가 거울로 랜슬롯 경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를 만나고자 성 밖에 나가고자 했는데, 이렇게 그녀가 쫓은 것은 사랑과 소속의 욕구라고 설명한다. 사랑의 욕구가 큰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가 중요하고, 소속의 욕구가 큰 사람들은 공동체에 소속된다는 느낌을 중시한다면서, 사랑의 욕구가 큰 사람은 그녀처럼 자신의 안전보다 관계를 위해 정신적 에너지를 투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관계 때문에 자신을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한편 특정 대상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이고 외면적 속성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무엇을 어포던스라고 하는데, 작가들은 일부러 어포던스에 거스르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그러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특히 비언어적 어포던스를 이해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주관적 세계를 인지해 상대방의 가치 형성 과정과 작동 방식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레메디오스 바로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두려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인간 내면의 그림자와 그것을 다루는 자아의 모습이라면서 말이다. 레메디오스 바로의 "우연한 만남"의 주인공은 상자를 열고 있는데, 어둡고 좁은 상자 안에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고, 둘은 파란 천으로 연결되어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서 자신의 어둠을 발견하는 순간을 묘사한 것이라면서 말이다. 바로의 "조화"의 주인공은 벽에 나타난 형상과 마주하고 있다고 한다.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기에 겹겹이 숨겨놓았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말이다.
"절규"로 잘 알려진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에는 어두운 녹색이 자주 등장하는데, 미술치료 현장에서 내담자가 녹색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할 때는 그에게 녹색이 상징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해석한다고 말한다. 녹색의 상징은 편안함과 휴식으로, 특히 불안이 높은 사람일수록 녹색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언급한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독특한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마리와 PS 크뢰이어의 초상"의 경우 부부 사이인 페데르 세베린 크뢰이어와 마리 크뢰이어가 서로를 그려 한 장의 그림으로 완성한 것이라 한다. 따뜻하고 부드럽게 그려진 마리의 얼굴과는 다르게 세베린의 얼굴에는 고집스럽고 강압적인 표정이 드러나 있는데, 세베린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으로 마리가 자신의 재능마저 저버린 채 기나긴 시간 동안 우울함을 견뎌야 했던 일이 그림 속에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이기도 한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결혼식"의 경우, 작가가 여동생의 가정교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으나 그녀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한다. 그녀가 남긴 것은 비오는 날 울고 있던 새끼 고양이 피터인데, 둘은 자녀 없이 함께 피터를 키웠고 웨인의 작품 활동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웨인은 삶의 고통을 잊을 만큼 몰입했고 충분히 즐기려 했다면서 말이다.
이 책에는 그림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작가가 가지고 있는 미술과 관련된 몇 가지 생각도 엿볼 수 있는데, 우선 미술심리 전문가로서 저자는 미니멀리즘을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한다는 물리적 영역에서부터 마음을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신념과 생각들을 정리해 삶의 목표를 명료화하고 행복을 보다 찾기 쉽게 만드는 개념까지 접목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물건, 인간관계 등의 미니멀리즘에서 나아가 불필요한 신념이나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해 미니멀리즘화하는 이른바 마인드 미니멀리즘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심리학자 아들러는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기대가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다만 그런 목적의 대부분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가공의 생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라면서, 우리는 앞으로 잘살 것 같다는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상을 향해 살아가는 존재라고 언급한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허구적 최종목적론에 따라 살아갔다면서, 가난하고 주목받지 못했지만 모든 그림 속에 행복의 이미지를 담았다고 말한다. 자신이 반드시 행복해질 것이고 행복한 사람을 그림으로써 자신도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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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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