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단리뷰

moonbh
- 작성일
- 2023.12.16
애도의 기술
- 글쓴이
- 박우란 저
유노라이프
애도란 무엇인가,
라강의 정신분석을 수련한 분석가인 지은이 박우란의 책<애도의 기술>은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이다. 열쇳말 “애도”를 지은이가 이야기한 대로 피상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학습된 관념으로 이해했다. 먼저 애도(哀悼)라는 낱말의 사용범위(국어사전)에 대한 감정들, 괴롭거나 깊은 슬픔을 다독이고 어루만지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지은이의 인생경로라 할까, 경험의 궤적을 보면서 그가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이나 공황 등의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에 귀의했고, 또 환속한 게 아닌가 하고 그야말로 제멋대로 상상을 했다.
모든 애도는 산 자를 위한 것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대목에 눈길이 간다. 그는 수도원에 들어가 10년을, 도대체 나를 힘들게 하는 그 무엇은 뭐지라는 생각들은 종교에 귀의하여 수도생활을 하더라도 떨쳐낼 수 없었다고 한다. 개인분석을 통해 아버지와의 관계는 남편에게로 그리고 아이에게로, 무의식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복수로서의 애도”라는 개념에 닿았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자신과 분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우리는 매일 이별하며 사는 것처럼” 짊어진 짐들을 내려놓는다. 수없이 잃어버리다 보면 결국 아프지 않은 순간이 온다. 애도는 결국 내면의 깊은 곳을 경험하는 일이다.
정신분석에서의 애도, 과거에 빠졌거나 억압됐던 감정, 그것의 의미를 밝히는 것
정신분석에서 애도란 어떤 것인지, 조금 더 들여다보자. 사소한 마음의 상처를 돌아보는 것도 애도인가, 애도를 감정 차원에서 다독이는 행위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애도는 여러 층위의 실천적인 의미들이 포함되기에, 우리 삶을 분절해 보거나 우리의 감정과 행위의 반복을 살펴보면 쉬지 않고 애도하는 모습을, 애도는 끝없이 과거의 행동 패턴이나 관계의 갈등과 고통을 반복하는 것이며,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위 역시 애도다.
무엇이 애도일까, 실천이고 책임이다
현대 심리학적 접근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 자체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비중을 두면 자신을 스스로 타인을 폭력적인 상황으로 몰아넣기 쉽다. 정신분석은 이런 무의식 차원에서 일어나는 복수로서의 애도를 의식하고 의식의 차원에서 애도로 상징화한다. 과거에 빠졌거나 억압됐던 감정에 다시 접속, 그것의 의미를 밝히는 것은 정서적 애도로서 의미가 있다.
내가 나를 소외시켰던 삶의 부분을 자각하고, 내 삶을 책임지면서 누락시켰던 내 일상을 회복하는 일 역시 애도다. 나에 대한 실천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온통 타자를 위해 헌신하는 삶도 타자를 소외시키시기는 마찬가지라고, 내 맘대로 예단하고 너는 이게 필요할 그거라는 오만함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에, 내가 필요하다고 좋다고 생각하는 헌신만 하기 바쁘다.
나 자신을 위한 책임
애도는 나에 대한 책임이다. 흔히 듣는 이야기, 어떤 장면을 연상하든, 공통된 변명이 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몰라서 그랬어.”,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었어.” 가정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어“ 라고, 다 좋다. 그런데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보루는 나 자신을 위한 책임이다. 애도는 지극히 합당하고도 분명한 명분들로 자신을 설득하고 설득당하지 않는 행위다.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 사회적 사건들-
2024년이면 10년이 되는 세월호참사, 역시 3년이 되는 이태원 참사, 크게 두 건이 어처구니없는 인재가, 이른바 사회적 참사와 남겨진 사람들, 커다란 슬픔과 국가를 향한 분노,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가, 사회적 사건들의 유가족과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한 위로와 애도는 곧 나 자신을 위한 애도이기도 하다
국가 최고 정치 권력은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상징계의 대(對)타자성을 절대적으로 갖고 있다. 대타자는 사회적 권력을 지니는 보편성에 맞추어져 시스템을 유지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도 함께 지닌다. 책임지지 않는 통제는 지배의 단맛을 취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젖먹이들이 자기 쾌락을 얻기 위해 난폭해질 수 있는 광기를 불러오는 모습과 흡사하다.
사회는 발달하지만 우리는 점점 주인과 노예 담론의 지배를 받는다. 주인들은 노예나 하인의 노동과 실천적인 지식
을 사용하고 누릴 권리를 갖는 대신에 그들이 의식주를 해결해주고 외부로부터 공격과 안전을 책임지고 관리했다. 이 규칙이 깨져버리면.
사회적 사건들은 지도자들과 책임 있는 사람들의 적절한 태도와 제도 안에서의 다독거림이 필요하다. 그것은 참사를 겪은 유가족만을 위한 책임과 위로가 아니라,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전달하는 위로와 애도이기에, 이 책을 읽어야 할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애도는 지극히 합당하고도 분명한 명분들로 자신을 설득하고 설득당하지 않는 행위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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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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