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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217
  1. 서평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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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제인의 마법 살롱
글쓴이
박승희 저
허블
평균
별점9.9 (23)
jean217

아주 오래전 이 땅에서 살던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부모가 준 것이라 하여 자르거나 훼손하지 않고 그냥 길어지는 그대로 두었다. 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남자들도 땋거나 상투로 틀어 올렸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관리하기에 굉장히 번거롭고 여름철엔 냄새도 심했을 것 같다. 단발령이 내려지자 양반들은 자신의 목을 치라며 항거했고 상당히 오랫동안 극심한 반발이 있었다. 이렇듯 머리카락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몸의 일부라고 여긴 반면, 지금은 같은 머리카락이지만 뭐든지 다 해보고자 애를 쓴다. 헤어 디자인과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머리를 한다는 말은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다듬거나 파마를 하는 등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뜻인데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는 말처럼 조력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영화 아저씨의 주인공 배우 원빈처럼 거울만 보고 그렇게 상큼한 헤어스타일을 할 수 있는 건 허구다. 그러니 사람들은 대개 머리를 하러 이발소, 미장원을 찾아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발소와 미장원은 각각 연상되는 이미지들이 있다. 일단 밖에 내걸린 적색과 백색으로 된 빙빙 돌아가는 원통형의 그것. 예전에 이발 행위는 의료시술로 여겨져 피와 살을 상징하는 색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전해져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한 번 머리를 하게 되면 비싼 돈을 치르는 만큼 오래가는 편이 좋다. 당연히 솜씨 있는 이발사나 미용사가 해주길 원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소위 원장님이 나서게 마련이다. 물론 혼자 운영하는 작은 업소에서도 원장님은 존재한다. 길어진 머리를 손질하는 걸 느끼면 슬슬 잠이 오기도 한다.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들리고 잠깐 졸다가 일어나면 지저분했던 머리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가끔은 너무 짧게 잘려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문을 나서지만 어떠랴, 머리카락은 또 금세 자랄 텐데 하고 발걸음은 자연스레 가벼워진다.





 



짧아진 머리카락은 묘한 기분이 든다. 새로워진 기분이다. 어제만 해도 기분도 꿀꿀하고 사람들에게 치여 기분이 다운되었는데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니 조금은 기분이 업된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머리를 하는 모양이다.





 



여기 숲속의 미장원, 미녀 미용실이 문을 열었다. 도무지 사람의 발길이 닿을 것 같지 않은 곳에 무슨 미용실일까?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처음엔 주저했지만 한 번도 안 온 손님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손님은 없다는 게 이곳의 장점이다. 이곳은 그저 머리 손질만 해주는 그런 곳이 아니고, 이곳을 지키는 헤어디자이너들도 각자 사연들이 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때는 강남 요지에 제인 살롱이라는 이름으로 미장원을 했던 대표 제인, 그곳을 접고 산을 끼고 아무도 찾지 않을 곳에 다시 미장원을 열었다. 그리고 자신 외에 서독 언니, 스피아쌤, 보보, 그리고 우연히 그곳을 찾아온 막내 미미까지. 오늘도 찾아와 주는 손님은 없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버거집 여사장이 우연히 찾아온 뒤로 이곳은 성지가 되었다. 사연을 들어주는 미용실이란다.





 



이 소설은 각각의 챕터마다 이곳을 찾아와 주는 사람들의 사연과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엮어서 이야기를 꾸며낸다. 머리카락을 만지면 손님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는 사이코메트리 기법도 동원되고 믿거나 말거나 이곳에서 머리 손질을 받고 나면 막혀 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풀려가게 된다. 머리 손질은 일종의 심리적 처방인 셈이다.





 



여러 다양한 인물 군들이 등장한다. 버거집 여사장과 그의 아들, 뮤지컬을 하고 싶었던 남자, 왕따였던 회사원, 명퇴 위기에 몰린 남자, 엄마와 감정싸움 중인 여자 등, 모두 현실에선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연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오너인 제인을 비롯해, 입양아 출신인 서독 언니, 가정 폭력에 시달렸던 스피아쌤, 남자친구와 헤어진 보보, 그리고 버려진 아이 미미까지.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연을 가진 손님의 머리를 사연을 가진 이곳의 종업원들이 매만지며 서로에게 은은한 연대의 힘을 전달해 주는 것이다.





 



제인의 사연에 이르면 예전 드라마 도깨비를 연상케 하는 장치들이 나온다. 그 옛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현생에서 남의 머리를 만져주고 있는 것일까? 왜 잘나가던 강남 헤어 살롱을 접고 이곳 산속 마을 미녀 미용실을 차리게 된 것일까? 세상엔 참 알 수 없는 일들도 많지만 그 모든 것들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거울을 보니 머리가 많이 자랐다. 아마 날이 추워지니까 머리가 좀 길어져도 잘 느끼질 못했던 모양이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고 이발비도 비싸졌으니 이참에 좀 길러볼까 생각 중이다. 문득 긴 머리에서 힘을 얻는다는 삼손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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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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