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텅빈하늘
  1. 인문 / 사회

이미지

도서명 표기
조선사 쩐의 전쟁
글쓴이
이한 저
유노책주
평균
별점9.7 (14)
텅빈하늘

사람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 먼 과거 조선 시대까지 소급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조선시대 조상들이나 우리나 뭐 별로 다를 게 없네물론 조선시대를 오늘날의 대한민국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조선은 분명 유교의 가치아래 엄격한 신분제도를 유지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해 굶주림이 일상화되었다. 그럼에도 조선 시대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특정한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오늘의 우리와 대동소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지금의 현대라는 시기가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된 시대라는 생각 때문에 평범한 진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우리의 인식속에 있는 조선은 선비의 나라이며 고요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정적인 나라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이 책은 이기적 감정과 욕망으로 씨끌벅적했던 조선시대의 삶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조선시대도 오늘날처럼 유산을 둘러싼 형제, 친척간의 재산 다툼, 사채시장의 원조격인 돈놀이, 부자이면서도 어떻게든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사람들, 재산이었던 노비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등 온갖 사건들이 난무했다. 양반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권과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는데 민감했던 모습들을 들여다보며 실제 조선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던 유교는 단지 신분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극소수 기득권층이 만들어 놓은 허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노비가 관해서였다. 우리가 사극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노비들의 모습은 주인의 말에 복종하고, 죄가 없어도 매질을 당하며 사는 수동적인 기계같은 존재다. 하지만 저자는 조선시대 노비는 생각처럼 비참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비록 노비라 할지라도 개인 재산을 가질 수 있었고 축적한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있었다. 어떤 노비들은 장사나 돈놀이를 통해 재산을 불려 부자가 되기도 했고 많은 돈을 내고 양인의 신분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또한 노비들도 사람인지라 주인이 일을 시킨다해도 적당히 게으름을 피우거나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꼼수를 찾기도 했다. 일부는 도망을 가기도 했다.



 



어찌보면 아무 대가도 없는 일을 해야 하는 노비들의 처지로서는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노비를 부려서 일을 시켜야 먹고 살 수 있었던 양반들에게 이러한 노비들의 일탈은 큰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다. 시집올 때 데리고 온 노비들이 늙고 병들어 죽어서 시가의 노비들을 부려야 하는 며느리가 친정 식구들에게 걱정을 늘어 놓는 편지도 있다.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노비가 아닌, 잘 알지 못하는 노비를 부려야 하는 걱정을 보면서 아무리 양반과 노비라는 신분적인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때로는 노비들이 재산과 관련되어 주인인 양반과 소송을 벌이기도 했고 놀랍게도 승소하기도 했다. 이는 조선이 비록 신분제 사회였지만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누구든 가만히 참고만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조선은 역동성이 넘치는 사회였다. 그래서 임금을 폐위시키는 반정도 많았고 각종 역성 모의도 많았다. 그것이 이어져 오늘날 우리 사회도 온갖 소송이 난무하고 공평에 유달리 민감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조선의 노비제도는 가혹했다. 양인이라해도 노비와 결혼하면 그 자식들은 모두 노비가 되어 주인의 재산으로 취급되었다. 노비가 큰 재산이었던 까닭에 양반들은 노비를 재산이 개념으로 생각했다.



 



오늘의 우리 사회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유산 상속과 관련된 부분이다. 조선 시대에도 더 많은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친형제간에도 소송을 불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 믿기 힘든 이야기도 있다. 경상대학교 고문헌 도서관의 하중 형제 화회문기에 따르면 하위보라는 사람은 슬하에 92녀의 자식이 있었다. 하위보는 자녀들 모두에게 동일한 재산 분배를 유언으로 남겼다. 그런데 여덟째 아들인 하변이 일본에 포로를 끌려가 생사가 불명한 관계로 나머지 형제들만 유언에 따른 재산을 상속받는다. 그로부터 무려 20년이 지나서 하변이 살아서 돌아오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러자 형제들은 모두 모여서 지난번 나누었던 것을 무효로 되돌리고 하변의 몫을 다시 나누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들 하씨의 형제들은 이복형제들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오늘날 이런 일이 생긴다면 사회면에 뉴스로 실리고 훈훈한 댓글들이 연이어 달릴 것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았던 집안, 탐욕 때문에 서로를 미워하고 소송을 불사하면서 살았던 집안, 이러한 양립되는 세상의 이야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결국 돌고 도는게 인생인 것 같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느껴 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감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사고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텅빈하늘님의 최신글

  1. 작성일
    8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8시간 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17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17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1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0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18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