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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
- 작성일
- 2024.1.31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
- 글쓴이
- 라이이웨이 저
미디어숲
요즘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연애를 소재로 한 내용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 큰 어른들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연애 감정이 생길까 싶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도 서로 알아가는 기회가 주어지니 달라지더라고요. 남남이던 사람들이 만남의 공간을 통해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야말로 모두에게 통하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은 읽다보면 수학의 기초가 쌓이는 신기한 라이트노벨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연애 프로그램을 떠올렸던 건 방과후 수학보충반 교사를 처음 맡게 된 성찬 때문이에요. 수학을 사랑하지만 엔지니어였던 성찬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수학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서 학교로 돌아왔는데, 보충반에 모인 학생들은 농구팀의 풍운아 은석, 내성적이지만 재능이 많고 문과의 슈퍼우먼이라 불리는 수안, 침착하고 예의바른 정한, 핸드폰 중독자인 유아까지 모두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이라는 거예요. 교사 경험이 없는 성찬이 수업에서 아무리 열심히 수학 문제를 설명해도 아이들에겐 그저 소음일 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거예요. 이건 마치 첫인상에서 꼴찌를 받고 데이트 신청을 한 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랄까요. 극강의 매력을 뽐내지 못한다면 외로운 솔로를 면치 못하는 거죠. 한 달이 시간이 흐르고, 성찬도 열의가 꺾였지만 수학을 향한 열망은 극에 달하면서 특단의 조치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수학 없는 수학 수업으로 탈바꿈하는 거예요.
아이들끼리 재미있게 떠드는 수다 속에서 힌트를 얻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와 수학의 연결고리를 찾아 이야기하는 방식이에요. 일상에서 겪는 일들이나 각자 좋아하거나 잘하는 분야를 이야기하면 지루할 틈이 없으니까, 아이들도 어느새 성찬과 함께 수학적인 대화에 빠져들게 되네요. 물론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을 정도로 엄청난 재미를 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흥미로운 접근법인 것만은 확실하네요. 사람의 마음과 수학, 둘 중에 뭐가 더 복잡하고 어려울까요. 중요한 건 둘 다 어렵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억지로 노력하라는 게 아니라 먼저 마음을 열어보라는 거죠. 낯선 사람과 인사를 건네고 조금씩 대화하며 가까워지듯이, 수학과도 얼마든지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성찬과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의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되었네요. "수학, 널 사랑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책으로 확인해보세요.
"우리는 정한이 아버지가 고민하는 문제를 '배낭 문제 knapsack problem'로 해결할 수 있어!"
"배낭 문제요?"
"만약 네 책가방이 Ckg 을 싣고 있다고 가정하면, 매일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많은 물건을 책가방에 쑤셔 넣어야 해. 예를 들면 보온병, 교과서, 필통 등 모든 물건은 자신의 무게 w, 효과 p 가 있지. 어떤 물건을 넣어야 총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배낭 문제고 고전적인 최적화 문제야. 우리는 배낭 문제를 쇼핑에 사용할 수 있어. 쇼핑 예산은 배낭에 짐을 싣는 것이고 가격은 물건의 무게가 되는 거지. 상품을 사는 즐거움의 정도는 물건을 가방에 넣은 후의 효과가 되는 거야. 이러면 문제는 '어떻게 해야 가장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느냐'가 돼. 배낭 문제는 모든 쇼핑광들이 배워야 할 최적화 전략이야. (93-94p)
저자인 라이이웨이는 타이완 사범대학 전기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중에게 수학을 쉽게 알리고자 <수감수학실>이라는 플랫폼을 설립하여 수학 교육 보급에 힘쓰고 있다고 해요.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의 "수학이 어렵다고만 하는 사람들은,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인지하지 못해서다"라는 명언을 굳게 믿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수학의 재미의 유용성을 알리고자 실험적인 수업들을 개발하고 수학 관련 책들을 집필하고 있대요. 어쩐지 저자의 열렬한 수학 사랑이 《좌충우돌 청춘 수학교실》의 성찬 쌤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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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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