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4.2.2
곽재식의 속절없이 빠져드는 화학전쟁사
- 글쓴이
- 곽재식 저
21세기북스
곽재식은 놀라운 사람이다. 거의 읽는 속도로 책을 쓰는 것 같다. 그의 생산성은 거의 국내, 아니 전 세계에서도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내가 아는 작가 중에는 이런 속도로 책을 내는 이는 없다.
이번에 낸 책은 ‘인생명강’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것을 김민영 작가가 정리한 것이다. 직접 쓴 것이 아니라고 곽재식이라는 저자의 몫이 그다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사실 쓴 것을 두고 강의하는 것을 생각하면, 강의 자체가 준비하는 데 있어 책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과정이다. 이번의 책은 우리나라 역사 속 전쟁과 화학을 엮은 것이다.
신라의 삼국통일 전쟁에서 등장했던 포차(砲車), 후백제 견훤 군대의 주축을 이뤘던 기병대의 말,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의 이유 중 하나로 들었던 접착제, 즉 아교, 강화도 조약을 강제로 체결하는 데 도화선이 된 증기선 운요호. 이 네 가지 이야기다. 언뜻 보면 화학과 밀접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곽재식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결국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화학은 포차의 성패를 좌우하는 밧줄을 강력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기병대의 말이 달리는 데는 ATP라는 화학물질이 필요하고(사실은 모든 생명체의 활동에 쓰이는 에너지다), 활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아교의 원리 역시 화학이다. 그리고 석탄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현대 산업에서 활용하는 것도 화학의 일이다.
이렇게 보면 곽재식은 ‘역사-전쟁-화학’이라는 연결 고리로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좀 마이너한 것을 다뤘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생물학 전공인 내 입장에서는, 이것들이 또 다 생물학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하랴! 글도 먼저 쓴 사람이 임자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참 재미있게 썼다는 점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역사에서만 소재를 찾았다. 쉽지 않다. 이것을 빼앗아오려면 더 잘 써야 하지만, 그게 더 쉽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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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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