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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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애욕의 한국소설
글쓴이
서귤 저
이후진프레스
평균
별점6.8 (24)
박대리

오랜만에 이북리더기로 만화를 보았다.



보통 만화를 이북리더기로 보게되면 pdf 형태로 되어 있어 노안인 나로서는 읽기가 상당히 힘들다.



글자를 키워서 보려니 한 화면에 다 나오지도 않고. 여튼 그래서 잘 안 보게 되는데 이 책은 그림이 큼직하게 들어 있어 읽기가 편했다.



(갑자기 책 고르는 기준이 글자크기라는 글이 떠오르네.)



 



20대에 한국소설을 많이 읽다가 30대에는 조금 멀어졌다가



요즘 다시 많이 읽어보고 있다. 신인 작가들이 좋은 분들이 워낙 많아서. 장르도 다양하고.



저자인 서귤은 "한국소설"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고전과 최신 작품 모두를 다루고 있는데



다행히 작가가 읽은 책들과 내가 읽은 책들이 절반 정도는 겹쳐서 더 좋았다.



그 책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 하는 반가움과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내가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표현한 부분에선 동감하며 읽었다.



 



돌이켜보면 비극을 읽지 않던 시간이 있었다.비극뿐만 아니라 한국소설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은 소설은 더욱 쳐다보기도 싫었다.



구질구질하고 부조리한 얘기 말고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 보고 싶었다.



10. 기분장애를 겪으면서도 그게 질병인지도 몰랐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한국소설을 집었다.



 



기분장애까지는 아니었지만 나 역시 한국소설을 읽지 않았던 기간이 있었다.



그 이유는 나도 힘든데 남의 힘듦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래서일까. 아직 영화도 구질구질하고 부조리한 이야기가 싫고 로맨틱 코미디가 보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영화가 별로 없네. 사는게 다들 삭막해서 그런가.



 



나에게 한국소설 하면 세 명의 작가가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박경리, 박완서, 최인호.



그 세 작가의 책을 가장 많이 읽었다.



저자는 박경리 작가의 <김약국의 딸들>과 박완서 작가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대표로 소개하며 다른 작품들도 약간씩 다루고 있다.



나는 예전에 <김약국의 딸들>을 드라마로 본 기억이 있다. 아침드라마였던가.



그 딸들의 인생이 어찌나 파란만장한지, 게다가 인과응보가 좀 잘못된 것 같기도 해서 읽으면서 많이 분했던 것 같다. 특히 다양한 '여자로서의 삶'이 조명된 작품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대학생이었을 때 출판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우리 세대에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책이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목>, <그 남자네 집>,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등의 작품을 함께 읽으면서 박완서라는 사람을 조금은 안다고 믿었던 시기였다. 대부분의 작품에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있었지만 특히 이 작품들은 날것의 감정이 들어있는 책이었다고 감히 말해본다.



 



그래서 서귤 작가는 제일 싫어하는 한국 소설가로, 가장 좋아하는 한국 소설가로 모두 박완서를 꼽겠다 말했다. 그의 예민함, 속물적인 자기애와 뒤따르는 자기혐오, 노골적인 시선 모두가 너무 징하고,



산다는 것의 그악스러움을 처절하게 담아내는 작가를 외면할 수도 없었단다.



나도 많은 부분에서 동의한다. 자신의 이런 민낯을,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쓰고 남들이 읽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표현하는 것에 충격 받을 때가 많았는데, 서귤 작가가 언급했던 오빠의 장례 이후 팥죽을 먹는 장면은 정말 박완서 작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앞에서 언급한 세 작가 외에 또 많이 읽었던 작가가 있었으니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세 사람이다.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의 작품을 읽는 것이 시들해졌다.



그 중에서도 신경숙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엄마를 부탁해>로 국민작가에 등극했던 그의 추락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



다소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으나, 그의 작품을 애정하던 나 역시 많은 충격을 받았고, 더 황당한 것은 그 사건 이후의 대처과정이었다. 정말 그것이 최선이었을까?



90년대, <외딴방>을 읽은 사람이라면 신경숙이라는 작가를 어떻게 잊을까 싶은데,



서귤 작가 역시 신경숙 작가를 다룰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다.



표절도 팩트, 대응방식의 미흡함도 팩트지만, <외딴방>의 감동도 팩트였으니 그 모든 것을 다루는 것으로 판단은 독자가 하도록 유보하고 있다.



 



희재언니 때문에 열여섯 살에서 열 아홉살까지의 기억에서 여태 도망쳐오던 ''



이제 '글쓰기'를 통해 그 시간을 되살리고 상처를 마주하려고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함께 희재언니를 추모했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20세기 한국소설들을 서귤 작가의 개성적인(!) 그림과 글로 풀어낸 멋진 책,



<애욕의 한국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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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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