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1. 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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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제네시스
글쓴이
귀도 토넬리 저
쌤앤파커스
평균
별점9.7 (42)
ena

이른바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보손이 관찰되었다고 발표된 것은 2012년이었다. 유럽의 CERNLHC 가동 2년 만이었다. 이에 따라 이례적으로 바로 다음 해 2013년 이 입자를 예견했던 3인방 중 세상을 떠난 로버트 브라우트를 제외하고 피터 힉스와 프랑수아 앙글레르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힉스 보손의 관찰은 서로 독립적인 실험검출기인 ATLASCMS에서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에 믿을 수 있었다. 이 관찰 사실을 CMS 대변인으로써 발표한 이가 바로 이탈리아의 입자 물리학자 귀도 토넬리였다. 그 역시 노벨상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공화국 공로훈장과 엔리코 페르미상 등을 수상했다.



 



귀도 토넬리의 제네시스는 우주의 역사를 성서의 창세기에 빗대 쓰고 있다. 우주의 생성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장장 138억 년의 역사를 7일로 나눠 쓰고 있는 것부터 그 냄새를 물씬 풍긴다. 또한 성서와 신화의 이야기를 자주 끌어오곤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이지 여기에는 어떤 신의 입김과 손길은 없다. 오로지 물리학의 법칙과 원리에 의한 것이고, 지금까지의 관찰과 실험의 결과에 의해 밝혀지고 추론한 것들이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아닌, ‘진공에서 우주는 시작되었다. 빅뱅이 있고, 양자 상태의 우주는 급팽창되었다. 1초에서 소수점 32자리까지 쪼개지는 순간의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힉스 장에 형성되면서 물질에 질량이란 게 생겼다(신가한 일이다. 그전까지는 물질은 있지만 질량은 없었단 얘기니). 그리고 힉스 장의 요동으로 힉스 보손이 생겼고, 이어 우주의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들이 만들어졌다. 역시 물리법칙에 의해 충분히 설명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신비로운 일이며, 아름다운 설명이다. 물리학을 안다는 것은 이런 신비함을 그저 무지(無知)의 상태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아름답게 느끼는 것이다. 우주를 생성하고 확장시킨 대칭성과 그 대칭성의 붕괴 역시 마찬가지다(다시 에미 뇌터를 읽고 싶어진다. 이미 한번 실패한 일이다).



 



이제 쿼크가 등장한다. 우주의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양성자 속 기본 물질이다. 쿼크가 등장하면서 핵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겨우 우주는 3분이 지났다. 그리고 빛이 생긴다. 빛은 물질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주의 온도가 3,00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자들이 양성자에 포획되면서 원자가 만들어지고, 광자가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빛이 생긴 것이다. 이후 물질들이 융합하면서 별이 생긴다. 별의 중심부에서는 핵반응이 일어난다. 별의 핵반응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태양계의 태양이 하는 일이다. 별들은 은하를 형성하고, 은하는 은하단을 형성한다. 블랙홀은 여전히 아리송하다.



 



일곱째 날까지 왔다. 우주 나이 90억 년 쯤 지난 시점이다. 별 주위에 행성이 만들어진다. 그 행성에는 엄청나게 운이 좋은 지구라는 행성도 있다. 태양의 세 번째 행성으로 들어선 지 1억 년 후 다른 행성과의 충돌로 달이 만들어졌다. 다른 위성들에 비해 엄청나게 큰 달의 존재는 지구의 공전궤도를 안정화시켰다. 안정된 지구에서 생명이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 궤도 밖의 갈생왜성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목성의 존재도 지구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목성은 그 커다란 크기와 질량으로 수많은 소행성들을 굴절시켜 지구를 보호하고 있고, 지구의 대기를 보존시킬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또 수십 억년이 지나 계획하고, 자기 성찰할 수 있으며, 우주의 기원을 생각하는 존재가 생겼다. 바로 우리다. 우리는 이렇게 아주 오랜 뿌리를 캐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쉽다고 할 수는 없다. 물리학에 상당히 익숙한 이라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물리학 책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신화와 다른 이야기들은 우주의 역사를 보다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 그것만 잘 읽어도 좋을 책이다. 그리고 한두 차례 곱씹으면서 읽으면 이해 못할 내용도 아니다. 그저 어떤 입자가 생기고, 그 입자가 융합하고, 분열하는 이야기이니 잘 따라가면 된다. 그 바탕이 되는 법칙과 원리쯤은 조금 양보하더라도 충분히 우주 생성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물리학에는 어두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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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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