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소설

키드만
- 작성일
- 2024.2.16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글쓴이
- 최진영 저
한겨레출판
2024 .02월의 네 번째
최진영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이름은 내가 누군가와 구분되어 존재한다는 것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이 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름으로 내가 불리워지고 다른 이들에게 각인되는 것이기에 그 의미가 중요한 것이리라.
이름 지어지지 않은 한 소녀,
'이년' '저년' '언나' '간나'.... 불리기 좋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리던 한 소녀가 있다.
부모로 부터 갖은 폭력에 시달리고 누구 하나 따뜻하게 보호해 주지 않아, 분명 내 진짜 엄마가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 믿고 있는 소녀.
그 소녀는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분명히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황금다방의 장미언니, 태백식당의 할머니, 폐가의 아저씨, 각설이패 그리고 길에서 만난 유리와 나리.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던 이들이 진짜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들도 결국에는 소녀가 생각하는 진짜는 아니었다.
그렇게 가짜를 하나하나씩 태워버린다. 그러다 보면 결국 진짜만 남게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읽는 내내 미간의 주름을 펼 수가 없었다. 손에 힘을 뺄 수 없었다. 소녀에 대한 연민과 함께 소녀를 둘러싼 안개속 같은 현실이, 그 현실에 도사리고 있는 악마같은 존재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임을 인정해야하는 것에 대한 긴장과 화가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나마 소녀에게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는 숨구멍을 뚫어 준 진짜같은 가짜들이라도 있었음을 위안삼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것이 다행이었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소녀에게는 낯설고 희미한 안개 속같은 세상. 그 세상속으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진짜 ('평화'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이름, 뱃속에 있을 때 '아가야'하고 불러주던 엄마의 음성...)를 향해 직진하는 소녀의 모습.
더 이상 현실이 아닌 소설속의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싶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을 지도 모를 그 소녀의 이름을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평화야"라고 다정하게 불러주고 싶다.
'나는 진짜를 찾기 위해 가짜를 하나하나 수집하는 중이다. 세상의 가짜를 다 모아서 태워버리면 결국 진짜만 남을 것이다. 시간은 좀 오래 걸리겠지만,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p. 58)'
'하지만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세상에 진짜란게 하나도 없다면, 그러니까 온통 가짜뿐이라면 어쩌지? 그럼 세상에 진짜는 오직 나뿐인가? 정말 그럴 수도 있을까? 나는 진짜가 맞나? 내가 진짜임은 누가 확인해주지? 내가 진짜를 찾아 헤매듯, 세상의 어떤 진짜는 나를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 니까 나는 꼭 진짜를 찾아야 한다. 내가 진짜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p. 118)'
'해 에겐 해라는 이름이 있고 달에겐 달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반짝이는 저 많은 별들은 다 그냥 별이니, 어쩜 나와 비슷하다. 저마다 이름이 있고 나이가 있는데 내겐 그런 것이 없으니 나는 반짝 이는 별들 중 가장 밝은 별 하나를 오랫동안 쳐다봤다. 그것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서 여러 가지 이름을 생각해봤지만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었다. 그냥 별이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 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바꿔 먹었다. 저 별은 그냥 별로 두고, 다른 별에게 모조리 이름을 붙여주기로. 그럼 저 별만 특별해질 거다. 세상 사람에겐 모두 이름이 있는데 내게만 이름이 없는 것 처럼. 나는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다. (p. 205)'
#최진영 #당신곁을스쳐간그소녀의이름은 #한겨레문학상 #이름 #진짜 #소설읽기 #장기도서관 #북스타그램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