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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글쓴이
김승섭 저
동아시아
평균
별점8.5 (230)
산바람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동아시아/2018.1.10.


메리스나 AI처럼 급격히 전염되는 질병이 휩쓸고 지나갈 때나, 가습기 살균제로 많은 생명이 스러질 때, 또는 세월호나 제천 목욕탕화재 같은 사건 사고 등이 발생하면 매스콤은 온통 그 소식으로 도배 된다. 그러나 몇 달만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그 피해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이주 여성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고 한다. 이렇게 아픔을 간직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알아낸 사실들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세상에 내 놓았다. 저자는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강사로 일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2016년부터 2년 연속으로 고려대학교 최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수상했다. 재소자 인권, 결혼이주여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한국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고 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가 연구하는 학문이 사회 역학이다. 사회 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원래 역학이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역학 연구는 인구집단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고 노동자가 벤젠에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거나 시멘트 공장 지역 주민들이 단체로 폐렴에 걸렸을 때도 역학조사를 한다. 이 병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아내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들어가는 말에서 이야기 한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 살아간다. 그래서 더 자주 아프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는다. 이런 문제들을 네 개의 주제로 묶어서 설명한다. 1.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2. 질병 권하는 일터, 함께 수선하려면/ 3,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4.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 등이 그것이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는 말이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같은 대답이지만 여학생과 달리 남학생의 경우, 그 말이 사실은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너무 괴로웠지만 도움을 요청할 수조차 없었다는 뜻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p.20)” 비교적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학교 폭력에도 이렇게 아픔이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간과하고 만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공동체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 경험들은 태아기의 굶주림처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져, 때로는 당뇨병의 원인이 되고,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렇게 오래전 사회가 남긴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요즘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Me Too 운동’도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대응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40여 년 전 레이온과 석면을 생산하는 일이 노동자들의 몸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잘 알면서도, 일본은 한국에 동양레이온의 기계를 넘기고 합작회사인 제일화학을 설립하면서 한국의 노동자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눈에 한국 노동자들이 겪을 이황화탄소 중독과 악성 중피종은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그토록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이 누군가에게 1964년의 동양레이온이나 1971년의 일본석면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p.119)” 그러나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암으로 죽어갈 때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 오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지금도 중국, 인도네시 등 20여 곳에 생산거점 공장을 세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위험한 작업은 하청을 주어 해결하고, 하청 기업은 개인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힘없는 근로자만 오롯이 그 피해를 떠안고 살아간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동남아 국가 등 열악한 환경의 나라에 그 위험을 지난날 일본이 우리에게 넘기듯 떠넘기고 있다.

“소방관이 화재 진압 현장에서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암에 걸려도 공무 중 부상 처리를 받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경험이다. 피해자 개인에게, 자원과 자본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과관계 증명의 부담을 떠넘기는 한국사회의 취약함이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p.185)”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담보로 근무하는 그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에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한국에서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는 1997년 IMF 경제위기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비정규직 고용이 전 사회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경제적 위기가 사회적 약자의 생존에 위험을 주기 시작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깊은 통찰과 연구 없이 그저 보여주기식의 일과성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동성애가 치료받을 질병이 아니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성적 지향이고 HIV감염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과학적 사실 위에서 한국사회는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p.215)” WHO는 동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지향을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인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WHO, 1992). 유엔 인권이사회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존중한다.(2012).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한국에서는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 한다. 그리고 2013년 출판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이나 캐나다에 거주하는 스무 살 젊은이가 HIV에 감염되었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평균 51.4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한다. 의학의 발달로 HIV/AIDS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된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종교가 단일민족 신화에 기초한 민족주의이고, 그 종교의 교인이 될 수 없는 이들은 내내 한국 사람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람이 아닌 경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귀화한 지 20년이 넘는 한국 사람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그 말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현하는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지닌 의미를 알고 있을까요?(p.230)” 이와 같이 인종차별의 편견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식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자신이 왜 상처받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기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희망은 항상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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