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에저바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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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글쓴이
최재천 저
열림원
평균
별점8.8 (112)
흙속에저바람속에
이제 호모 심비우스로 진화할 때
<최재천의 곤충사회>를 읽고



  호모 사피엔스, 현명한 인간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일까. 자연 생태계의 일부이면서 지구 행성의 막내로 그동안 부려온 어리광을 오냐오냐해주던 어머니 지구도 더는 참지 못하고 "오냐, 어디 한 번 두고 보자"며 날마다 경고의 수위를 높여간다. 인류는 물론, 지구 생태계 전체가 공멸할 위기에 처한 지금, 더 늦기 전에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심비우스(Home symbious)'로 진화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생태학자이자 <최재천의 곤충사회>를 지은 최재천 교수이다. 그는 힘주어 말한다. 자연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잘 들여다봄으로써 우리와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호모 심비우스, '공생'하는 인간의 정신으로 삼아야 한다고.
  다윈의 진화론에 기대어 생명체의 생존 경쟁을 바라보면, 환경에 더 적합한 형질을 가진 종이 그렇지 못한 종보다 더 잘 살아남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저자는 경쟁(competition)에만 매몰되지 않고 협력(cooperation)을 더하여  'coopetition'의 가치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자연계의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로 꽃을 피우는 식물과 그들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대가로 꿀을 얻는 곤충의 관계를  꼽고, 트럼핏나무와 아즈텍개미를 '경쟁하는 듯 협력하는 듯' 두 종이 서로 조율하면서 함께 진화하는, 공진화의 사례로 든다. 공생의 미덕은 서로 다른 종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같은 종 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전에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대체로 외모가 비슷한 침팬지 혹은 보노보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으나, 저자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개미'라고 답한다. 생긴 게 아니라 '하는 짓'이 닮았다는 뜻에서다. 99퍼센트 가까이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침팬지는 전혀 하지 않고 인간만 할 줄 아는 행동들이 개미 사회에서는 다 벌어진다는 점이 퍽 흥미롭다. 농사에서부터 낙농업, 전쟁, 심지어 이웃 나라 개미들을 잡아서 노예로 부리며 부족한 노동력을 채운다고 한다. 그는 개미의 성공 비결로 앞서 언급한 '협동(협력)'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 개미, 꿀벌, (개미보다 바퀴벌레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흰개미 정도가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다.
  협동은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개미 사회에서는 일생 동안 오로지  보초를 서는 거북이개미, 꿀 저장소 역할을 하는 꿀단지개미, 분비한 실크로 이파리를 연결하여 방을 만드는 베짜기개미 등이 그러하다. 그들의 본능적 이타주의는 '진사회성(eusociality)', 즉 누군가가 홀로 번식하고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은 번식을 포기한 채 그 한 존재의 번식을 돕는 형태로의 진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밖에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이 조율하면서 만들어내는 '자가 조직의 원리'가 적용되는 개미 사회에서 횡적 리더십을 배우게 되고, 어떠한 이유에서든 노사 문제가 없는 그들에게서 노사 관계를 연구해 우리 기업에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저자의 기발한 제안에 두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자연에 널려 있는 아이디어들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자연선택의 혹독한 검증을 거쳤으며, 더욱 신나는 것은 거저라는 점이다."(204쪽)

  이러한 '2밀리미터의 작고 아름다운 사회'와 함께 인간 사회가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불편한 진실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것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 가운데 곤충계와 조류계에서 일어나는 '생태 엇박자(ecological mismatch)' 현상이 기억에 남는다. 계절이 서로 안 맞아서 자꾸 삐걱거리는 것을 가르켜 저자가 붙인 이름이다. 예년과 다르게 기온이 오르자 곤충이 일찍 번식해버리고 한두 주 엇갈려 새들이 번식하면서 새끼에게 먹일 먹이(곤충)가 부족하여 유럽의 철새가 대량으로 죽은 사례를 통해 저자는 우리나라의 제비도 환경(대기)오염이 아니라 생태 엇박자 때문에 그 모습을 감춘 건 아닐까 추측한다.
  책을 덮으며 책속에 인용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는 어느 생물학자의 말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여기서 '순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문제를 꼬집으면서 다양성이 현격히 줄어든 결과, 그저 한두 개만 남아 아예 다른 것들과 섞이지 못할 수준임을 강하게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세기 안에 지구의 동식물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많은 생물학자들의 예상과 그 결을 같이 한다. 인류가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거칠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우리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인간 사회를 둘러싼 자연계 동료들과 손을 맞잡아 함께 서고, 또 같이 발맞춰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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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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