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리뷰

테일러수입푸드
- 작성일
- 2024.3.27
회색 인간
- 글쓴이
- 김동식 저
요다
우린 때로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재밌는 상상을 한다. 만약 좀비가 갑자기 등장하면 어떻게 할까? 외계인이 침공하면 어떻게 될까? 와 같은 상상들. 이런 상상력을 조금 더 밀고 나가 재앙 속에서의 인간들의 현실적인 모습, 인간의 욕망을 나타내는 작가 김동식이 있다. 그는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소설을 쓰기 시작해 인기를 얻었고 그의 글은 소설집으로 엮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이기도 하고, 상당한 팬층을 소유한 작가였기 때문에 독서모임 도서로 <회색인간>을 선택했다. 그의 글은 흥미로운 배경 설정과 뻔하지 않은 결말을 통해 흥미를 자아낸다. 그런 점에서 도파민을 자극하는 소설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분량도 짧고 읽기 쉽게 쓰였기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면 마치 웹툰 한 편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의 배경은 판타지(주로 재앙)라 할 수 있지만, 그 상황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이 가는 곳으로 운석이 따라다니는 <운석의 주인>에서는 인류가 이 주인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돈독 오른 예언가>에서는 미래를 보는 예언자를 한국 정부가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는데, 능력자 혹은 인재를 우대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노인들의 정보를 가상현실로 보내고 육체는 소멸시키는, 노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디지털 고려장>에서는 디지털 인간의 모습을 나타내고, 그것을 다루는 '살아있는'인간의 결정들을 보여준다. 업데이트에 상당한 돈이 드는 모습까지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50명의 사람들이 동굴에 갇혀 벌어지는 일들을 TV로 시청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444번 채널의 동굴인들>에서는 타인의 삶을 그저 유희로 바라보는 인간과 흥미가 쉽고 빠르게 옮겨가는 현대 사회를 그린다. 가까이 다가서면 사람들을 잡아먹는 <식인빌딩>에서는 빌딩에 갇힌 사람들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하는, 누구를 희생시켜야 하는가와 같은 사람들의 갈등이 그려진다.
이와 같이 그의 소설은 불평등, 착취, 이기심, 관음, 유희, 비인간성, 자본주의의 잔혹성, 인간의 욕망의 주제를 넘나든다. 소설은 다양한 사회적 비판점들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음미하며 깨닫기보단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용을 곱씹고 사회문제를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비판점을 생각한 후 그 생각과 감정들을 휘발시키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을 했다. 애초에 흥미로운 상상력, 기획으로 시작해 현실적 사회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상상적, 지적 유희를 이끌기 위한 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흥미와 메시지 어느 정도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잠깐의 유희를 제공하는 웹 소설 형식의 소설집도 인기를 끄는 것 같다. 평소에 가볍게 생각했던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풀어준 대리 충족을 느낀달까. 나는 소설집으로 묶인 웹 소설을 처음 접했는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깊이를 느끼진 못했지만 애초에 고전과 웹 소설의 역할은 다르지 않나.
<피노키오의 꿈>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신에게 피노키오는 무엇을 빌었을까? 나는 무엇을 빌 수 있을까? 내 생각대로 전개되는지 기대하며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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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