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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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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투스
글쓴이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저
들녘
평균
별점10 (2)
kosinski
  소설 《빅투스》는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소설의 배경은 1701년에서 1714년까지 계속된 에스파냐 왕위계승전쟁인데, 그 전쟁 중에서도 1713년 7월 25일에서 1714년 9월 11일까지 이어진 바르셀로나 요새전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설은 이 전쟁에 참여하였던 나, 전쟁에서 살아남아 이제 아흔이 남은 노인이 되어 있는 내가 당시를 회고하며 오스트리아 출신의 발트라우트에게 구술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기하학적인 영혼을 소유한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한데 무방비 상태인 자들이 막강하게 무장한 자들에게 맞서 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수가 다수에게, 작은 것들이 큰 것들에 맞서 저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를 나는 안다. ‘말(言)’ 때문이다.” (p.12)

  사실 소설에서 다뤄지고 있는 에스파냐(스페인)와 카탈루냐 사이의 오래된 악연을 우리는 엘 클라시코(프리메라리가의 주요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사이의 더비 경기를 일컫는다)에서 배우기 일쑤다. 오래 전의 전쟁에서 치욕스러운 패배를 당하였고, 잊을만하면 독립을 주장하는 카탈루냐 지방의 가장 중요한 도시인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하는 FC 바르셀로나는 단순한 축구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카탈루냐인의 정신에는 감동적인 만큼이나 결점이 되는 유일한 도덕적 원칙이 하나 들어 있으니 그것은 자기들이 항상 옳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물론 카탈루냐인만 그런 게 아니다. 다만 그들이 유별난 것은 자기들이 옳기 때문에 세상이 자기들을 끝장내려 한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그러나 세상일은 그런 게 아니고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군대가 움직이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이익을 좇는 것이며, 그것은 다투는 게 아니라 짓밟느냐 짓밟히느냐,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p.441)

  실재하는 역사를 다루는 역사 소설이지만 《빅투스》는 승자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는다.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주인공이 나는 프랑스의 귀족에게서 공성전을 위한 기술을 배우지만 프랑스와 에스파냐 연합군의 공격으로부터 바르셀로나 성을 방어하는 위치에 선다. 소설에는 이처럼 양쪽 편을 넘나드는 인물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저 변하지 않는 중요함을 지니는 것은 공성전의 전쟁 기술뿐이다.

  “... 세상은 스스로를 죽이고, 인간은 요새를 공격하거나 방어하면서 죽는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것은 우주의 한 귀퉁이에 버려진, 우리의 불안과 고통에는 무관심한 미미한 백색 구면체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미스테어’다.” (pp.95~96)

  소설은 세 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는데 1부는 ‘왔노라’, 2부는 ‘보았노라’, 3부는 ‘졌노라’ 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저 유명한 경구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를 정확하게 반대편으로 비틀었다. 13개월 동안 지속된 바르셀로나 요새전의 시기에 보여주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행태는 전쟁이 가지는 원초적인 속성, 그러니까 모든 전쟁의 한편에는 혹은 양편 모두에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가 아니라 ‘왔노라 보았노라 졌노라’의 속성을 보여준다.

  “... 그것은 위풍당당한 로마제국 시대의 황제가 아니라 패배하고 몰락한 장군이 내뱉은 말이었다. 나는 우리 대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적진에서 넘어온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었다. 약한 자들과 피난민들, 소수자들과 저주받은 자들을 통합하기 위해,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희생하던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었다... 자기 자신을 내주는 거야.” (p.803)

  전쟁의 와중에 주인공인 내가 찾아 헤맨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최선의 방어를 요약하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자신을 내주는 것’으로 요약된다. 800페이지가 넘는 기나긴 전쟁을 관통하고 나서 도달한 방책인데, 왠지 후련하지 않다. 오히려 미스터리한 느낌마저 든다. 그 때문일까, 작가는 《빅투스》 이후 《바에 빅투스Vae Victus(패배자에게 비애를)》를 내놓았다고 하는데, 국내에 번역 출간되지는 않았다.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Albert Sanchez Pinol / 정창 역 / 빅투스 (Victus) / 들녘 / 832쪽 / 20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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