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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o07
- 작성일
- 2024.4.22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글쓴이
- 공현진 외 6명
문학동네
오랜만에 읽게 된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은 각기 다른 색을 뿜고 있는 일곱 명의 작가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게다가 독파 챌린지를 통해 작가님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까지 즐길 수 있어 책 한 권을 읽는 것 이상의 가치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으니 내년에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은 필히 구입해서 읽게 될 것만 같다.
<이응 이응>
"당연하죠. 좋은 이응은 이응 생각을 잊게 해요." p.19
"나쁘고 안 나쁘고를 떠나서 그게 사람이란 거야. 그게 이응이야." p.22
"쾌감을 느끼는 게 두렵나요? 죽는 게 무서워요? 삶과 죽음, 그 모든 것이 이응 안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걸 미지 못하는 거예요?" p.33
할머니는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거라고 했다. 이응처럼 코스를 선택할 순 없지만, 이응의 컬러볼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색에서 저색으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이응을 하는 것처럼 억눌려 있던 게 풀리면서 기분 좋게 흩어지는 거라고 했다. p.41 ~ p.42
처음 김멜라 작가님의 <이응 이응>을 읽으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읽어나갈수록 '이응'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응'은 삶과 죽음, 고통과 기쁨, 그 외의 모든 감정들까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이응의 형태를 가진 것이라는 사실. 연인과의 포옹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이야기의 착안점 또한 독특했다. 어쩌면 미래 세계에는 작가님의 상상 속 '이응'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기후 위기는 윤리의 문제보다 희주의 생존방식에 더 연결되었다. 모든 게 사라질 건데.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 평범해서 다행이야. p.92
침묵.
고요했다. 물을 밀어내는 소리. 밀어올리는 소리. 튀어 오르고 가라앉는 소리.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순간에도 물결이 쳤다. p.95
희주가 먼저 간다. 주호가 뒤따른다. 물이 흔들리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두 사람은 손안에 들어오는 물을 만진다. 움켜쥔다. 갈 수 있는 만큼 간다. p.98
희주와 주호는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삶에서 최선을 다하던 그들에게 닥친 시련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다. 희주와 주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위기로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의 우리 모습과 말이다. 그렇게 희주와 주호는 수영을 배우며 삶을 다시 나아가려고 한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그런 우리의 모습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보편 교양>
곽은 스무 살도 안 된 아이를 밤마다 거리로 내모는 사회가 새삼 무서웠다. 각자의 삶에서 이 수업이란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차라리 오십분의 수면이 더 귀할 수도 있디 않을까. 그들을 교실에 가두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이 아닐까. p.123 ~ p.124
입시 준비에 한창인 고등학교 3학년에게 고전 수업을 하고 있는 곽의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자신 또한 자신의 수업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따분하고 한가로운 과목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은재의 아버지가 학교에 민원을 넣게 되고 혼란에 빠지지만 은재 아버지의 사과를 위기는 해프닝으로 끝나버린다. 아이들에게 자본론을 읽혔다는 이유로 민원을 넣었지만 다시 사과하기까지 하는 은재의 아버지를 통해 결국 삶도 모순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파주>
거실 전등불은 약해 아무리 켜 놓아도 방의 절반은 어두웠다. 마치 절반은 늘 밤인 것처럼. 전구를 갈아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이 잘못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터는 전구를 다시 갈지 않았다. 어차피 새 전구를 갈아도 잠깐만 밝을 뿐 이내 다시 어두워지곤 하니까. p. 155 ~ p.156
비열하고 역겨워도, 그래도 보상받고 싶다는 말. 나는 그 말을 내 생활의 여기저기 갖다 붙여본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p.185
나를 만나기 전의 정호의 과거. 그것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정호의 군대 후임 현철의 등장은 절반은 밤인 것처럼 지내던 나의 생활을 조용히 흔들었다. 그리고 정호가 아닌 현철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 시절의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정호에게 사과를 하라며 위로금을 보내라는 현철이 모습은 당돌해 보였고, 정호는 현철의 말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잊혀버린 정호의 기억처럼, 나타나지 않는 현철의 모습도 이내 그곳에서 잊히리라.
<반려빚>
빚이야말로 정현이 잘 돌보고 보살펴 임종에 이르는 순간까지 지켜봐야 할 그 무엇이었다. 빚 역시 앞으로 수년간은 정현의 옆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정현이 죽었나 살았나 그 누구보다도 두 눈 부릅뜨고 계속 지켜볼 것이다. 빚이야말로 정현의 반려였다. p.206
그날 밤 꿈에서 정현은 반려빚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목줄을 한 쪽이 정현이고 목줄을 쥔 쪽이 반려빚이었다는 점이 다르긴 했지만 개와 산책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p.207
반려동물이 아닌 빚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글의 제목인 '반려빚'은 읽기 전부터 눈길이 갔다. 읽으면서 더욱 공감되었다. 여자친구인 서일과 동거하기 위한 전세 대출금 팔천 외에 그녀에게 빌려주고 받지 못한 돈까지 해서 총 일억 육천 정도의 빚만 남긴 채 서일은 사라졌다. 결국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반려빚이라는 존재.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반려빚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런 모습을 담고 있어서인지 정현의 모습이 더 와닿았다. 반려 빚을 청산하는 순간 정현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혼모노>
지화를 쓰면 수고로움이 덜 하겠지만 어쩌겠냐. 할멈이 생화를 좋아하는걸. 혼모노라면 환장하겠는걸. 이렇게라도 그녀가 다시 돌아오길, 약속을 지켜주길 고대하며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 화병에 넣는다. 오래오래 생기있게 살아남기를 바라며. p.267
삼십 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장삼이 붉게 젖어든다. 무령을 흔든다. 잘랑거리는 무령 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가볍고도 묵직하게. p280
신기가 떨어져가는 박수무당 문수. 게다가 자신의 집 앞에 동종업자인 신애기가 이사를 온다. 그곳으로 온 이유 또한 할멈이라니 그 배신감은 얼마나 컸을까? 할멈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혼모노는 자신이 다시금 무당으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신애기와 함께 굿판에 서고, 그곳에서 장삼을 붉게 물들이고 만다. 그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겠는가.
<언캐니 밸리>
"몇 시간 동안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요. 몸과 정신이 완전히 분리되는 기분이에요. 그러니까 타인처럼 내 몸을 볼 수 있죠. 그 기분이 반복되면,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몸이 아닌 영혼이 보여요." p.304
"세상엔 돈으로 구할 수 없는 게 참 많아요."
당신 말이 맞았다. 나는 그제야 당신이 언덕을 오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도시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청한동 언덕에는 존재하는 것들을 당신은 열망했다. 어쩌면 그 열망이 당신을 지치게 하는지도 몰랐다. 나는 상기된 당신의 얼굴을 외면했다. p.316
화가라고 소개하기에는 부족한 야간 택시 운전을 하는 나는 오늘도 그녀의 SNS를 통해 그녀가 있는 곳 주변에 있으면서 그녀가 앱으로 콜을 하기만을 기다린다. 여러 번 거절한 후에 나의 택시에 타게 된 그녀는 청한동으로 가는 그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둘 해결되던 어느날 염산에 의한 사고를 당하면서 나 또한 용의선상에 오른다. 작은 키에 자신 없어하는 모습의 나는 어느새 용의선상에도 배제되고 범인이 밝혀지는 와중에도 그녀의 정확한 이름을 아는 이가 없다는 사실이 이상할 뿐이다. 호감이 가던 그녀에게 다친 사고, 나는 그녀의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그녀로부터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2024제15회젊은작가상수상집 #문학동네 #김멜라 #공현진 #김기태 #김남숙 #김지연 #성해나 #전지영 #독파챌린지 #레인보우챌린지
<이응 이응>
"당연하죠. 좋은 이응은 이응 생각을 잊게 해요." p.19
"나쁘고 안 나쁘고를 떠나서 그게 사람이란 거야. 그게 이응이야." p.22
"쾌감을 느끼는 게 두렵나요? 죽는 게 무서워요? 삶과 죽음, 그 모든 것이 이응 안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걸 미지 못하는 거예요?" p.33
할머니는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거라고 했다. 이응처럼 코스를 선택할 순 없지만, 이응의 컬러볼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색에서 저색으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이응을 하는 것처럼 억눌려 있던 게 풀리면서 기분 좋게 흩어지는 거라고 했다. p.41 ~ p.42
처음 김멜라 작가님의 <이응 이응>을 읽으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읽어나갈수록 '이응'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응'은 삶과 죽음, 고통과 기쁨, 그 외의 모든 감정들까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이응의 형태를 가진 것이라는 사실. 연인과의 포옹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이야기의 착안점 또한 독특했다. 어쩌면 미래 세계에는 작가님의 상상 속 '이응'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기후 위기는 윤리의 문제보다 희주의 생존방식에 더 연결되었다. 모든 게 사라질 건데.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 평범해서 다행이야. p.92
침묵.
고요했다. 물을 밀어내는 소리. 밀어올리는 소리. 튀어 오르고 가라앉는 소리.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순간에도 물결이 쳤다. p.95
희주가 먼저 간다. 주호가 뒤따른다. 물이 흔들리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두 사람은 손안에 들어오는 물을 만진다. 움켜쥔다. 갈 수 있는 만큼 간다. p.98
희주와 주호는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삶에서 최선을 다하던 그들에게 닥친 시련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다. 희주와 주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위기로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의 우리 모습과 말이다. 그렇게 희주와 주호는 수영을 배우며 삶을 다시 나아가려고 한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그런 우리의 모습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보편 교양>
곽은 스무 살도 안 된 아이를 밤마다 거리로 내모는 사회가 새삼 무서웠다. 각자의 삶에서 이 수업이란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차라리 오십분의 수면이 더 귀할 수도 있디 않을까. 그들을 교실에 가두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이 아닐까. p.123 ~ p.124
입시 준비에 한창인 고등학교 3학년에게 고전 수업을 하고 있는 곽의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자신 또한 자신의 수업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따분하고 한가로운 과목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은재의 아버지가 학교에 민원을 넣게 되고 혼란에 빠지지만 은재 아버지의 사과를 위기는 해프닝으로 끝나버린다. 아이들에게 자본론을 읽혔다는 이유로 민원을 넣었지만 다시 사과하기까지 하는 은재의 아버지를 통해 결국 삶도 모순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파주>
거실 전등불은 약해 아무리 켜 놓아도 방의 절반은 어두웠다. 마치 절반은 늘 밤인 것처럼. 전구를 갈아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이 잘못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터는 전구를 다시 갈지 않았다. 어차피 새 전구를 갈아도 잠깐만 밝을 뿐 이내 다시 어두워지곤 하니까. p. 155 ~ p.156
비열하고 역겨워도, 그래도 보상받고 싶다는 말. 나는 그 말을 내 생활의 여기저기 갖다 붙여본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p.185
나를 만나기 전의 정호의 과거. 그것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정호의 군대 후임 현철의 등장은 절반은 밤인 것처럼 지내던 나의 생활을 조용히 흔들었다. 그리고 정호가 아닌 현철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 시절의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정호에게 사과를 하라며 위로금을 보내라는 현철이 모습은 당돌해 보였고, 정호는 현철의 말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잊혀버린 정호의 기억처럼, 나타나지 않는 현철의 모습도 이내 그곳에서 잊히리라.
<반려빚>
빚이야말로 정현이 잘 돌보고 보살펴 임종에 이르는 순간까지 지켜봐야 할 그 무엇이었다. 빚 역시 앞으로 수년간은 정현의 옆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정현이 죽었나 살았나 그 누구보다도 두 눈 부릅뜨고 계속 지켜볼 것이다. 빚이야말로 정현의 반려였다. p.206
그날 밤 꿈에서 정현은 반려빚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목줄을 한 쪽이 정현이고 목줄을 쥔 쪽이 반려빚이었다는 점이 다르긴 했지만 개와 산책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p.207
반려동물이 아닌 빚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글의 제목인 '반려빚'은 읽기 전부터 눈길이 갔다. 읽으면서 더욱 공감되었다. 여자친구인 서일과 동거하기 위한 전세 대출금 팔천 외에 그녀에게 빌려주고 받지 못한 돈까지 해서 총 일억 육천 정도의 빚만 남긴 채 서일은 사라졌다. 결국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반려빚이라는 존재.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반려빚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런 모습을 담고 있어서인지 정현의 모습이 더 와닿았다. 반려 빚을 청산하는 순간 정현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혼모노>
지화를 쓰면 수고로움이 덜 하겠지만 어쩌겠냐. 할멈이 생화를 좋아하는걸. 혼모노라면 환장하겠는걸. 이렇게라도 그녀가 다시 돌아오길, 약속을 지켜주길 고대하며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 화병에 넣는다. 오래오래 생기있게 살아남기를 바라며. p.267
삼십 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장삼이 붉게 젖어든다. 무령을 흔든다. 잘랑거리는 무령 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가볍고도 묵직하게. p280
신기가 떨어져가는 박수무당 문수. 게다가 자신의 집 앞에 동종업자인 신애기가 이사를 온다. 그곳으로 온 이유 또한 할멈이라니 그 배신감은 얼마나 컸을까? 할멈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혼모노는 자신이 다시금 무당으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신애기와 함께 굿판에 서고, 그곳에서 장삼을 붉게 물들이고 만다. 그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겠는가.
<언캐니 밸리>
"몇 시간 동안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요. 몸과 정신이 완전히 분리되는 기분이에요. 그러니까 타인처럼 내 몸을 볼 수 있죠. 그 기분이 반복되면,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몸이 아닌 영혼이 보여요." p.304
"세상엔 돈으로 구할 수 없는 게 참 많아요."
당신 말이 맞았다. 나는 그제야 당신이 언덕을 오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도시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청한동 언덕에는 존재하는 것들을 당신은 열망했다. 어쩌면 그 열망이 당신을 지치게 하는지도 몰랐다. 나는 상기된 당신의 얼굴을 외면했다. p.316
화가라고 소개하기에는 부족한 야간 택시 운전을 하는 나는 오늘도 그녀의 SNS를 통해 그녀가 있는 곳 주변에 있으면서 그녀가 앱으로 콜을 하기만을 기다린다. 여러 번 거절한 후에 나의 택시에 타게 된 그녀는 청한동으로 가는 그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둘 해결되던 어느날 염산에 의한 사고를 당하면서 나 또한 용의선상에 오른다. 작은 키에 자신 없어하는 모습의 나는 어느새 용의선상에도 배제되고 범인이 밝혀지는 와중에도 그녀의 정확한 이름을 아는 이가 없다는 사실이 이상할 뿐이다. 호감이 가던 그녀에게 다친 사고, 나는 그녀의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그녀로부터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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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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