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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
- 작성일
- 2024.4.28
시간이 멈추는 찻집
- 글쓴이
- TJ 클룬 저
든


죽고 난 이후에는 누구도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죽음'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누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존재할 것이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죽음 이후를 다루기도 했는데
저승과 이승의 길목, 저승사자가 건네주는 차를 마시며
이승에 대한 기억을 지울지 혹은 간직할지를 결정한 후
담담하게 길을 떠나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며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삶이란 말 자체가 '살아있음'을 의미하는데
함께 존재할 수 없는 이 두 단어를 엮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기에 죽음 이후엔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의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냉철한 변호사 월리스 프라이스이다.
그는 이 세상에 두려운 게 없다.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 그에게 회사는 정교한 기계였고,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동료가 아닌 부품이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그저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면 됐다.
기계가 고장 나면 부품을 교체하듯
직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실수하면 가차 없이 해고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평소대로 실수를 범한 직원과 면담을 했다.
직원의 실수로 인해 회사가 입을 뻔한 손실을
빠짐없이 나열하며 해고를 통보했고,
새 부품처럼 그 자리를 새 직원으로 대체하면
회사가 다시 순조롭게 돌아갈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새 직원이 출근하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똑똑히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이틀 뒤 월리스는 갑작스레 사망했고,
눈 뜨고 나니 자신의 장례식장인 것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열심히 살아온 자신이었기에
분명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월리스의 장례식에는 조문객이 달랑 다섯 명뿐이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믿기 어려운데,
누구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는 매우 충격적이고 못마땅했다.
조문객 중 네 명은 그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지독한 이혼 소송 끝에 헤어진 전처 와
월리스의 동료 파트너 변호사들이 전부.
그들은 월리스의 죽음을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
빨리 이 장례식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시큰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의 조문객은 처음 보는 여자로,
잡담만 늘어놓는 조문객들에게 성을 내는
'죽은' 월리스를 보며 혀를 찼다.
그는 여자가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고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몸을 벌벌 떠는 월리스에게
그녀는 자신을 사신 메이라고 소개하며,
그를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무는
‘카론의 나루터’라는 찻집으로 데려간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이 이상하고 묘한 찻집이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사실도 당최 믿기 힘들기만 하다.
찻집 안으로 들어가니 정체 모를 할아버지 유령과 강아지 유령이 그를 맞이한다.
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오더니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한다.
“저는 당신을 저승으로 안내할 사공 휴고 프리먼이에요.
궁금한 게 많으시겠지만 우선, 차 한잔하실래요?”
어떤 준비도 예상도 없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다면 어떤 기분에 사로잡힐까?
심지어 누구도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면
과연 나는 잘 살아낸 걸까 하고 후회와 복잡한 감정 속
씁쓸함과 외로움에 분노할 것이다.
책의 주인공인 월리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와 흥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그저 이 찻집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다시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기대에 빠져 무작정 뛰쳐나간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 걸려있는 갈고리가 강하게 옥죄고,
그의 몸은 점점 흩어져 가루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당황스러워하는 그를 사공 휴고와 사신 메이가
다시 찻집으로 이끌고,
그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바꿀 수 없는 죽음 앞에 그는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정말 죽음 이후에 사람은 그저 마침표를 찍고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인가?
그저 성공만을 쫓으며
곁에 있던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
진정한 삶의 가치는 생각하지 못한 채
이기적인 삶을 살았던 월리스는
찻집을 운영하는 사공 휴고와 메이,
그곳에서 만난 유령들과의 생활 속에서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변화를 가지게 된다.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며 외로웠던 것 같다고
고백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스스로 깊은 깨달음을 얻고
그제야 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데,
죽었으니 이제 끝인 것만 같았지만
살면서 한 번도 깨닫지 못했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와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찻집 사람들에게 배우며
그는 하루하루 변화하고
죽어서야 비로소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며 성장한다.
또한, 그를 믿고 이끌어주는 휴고와의 공감을 통해
살아 있는 삶이 끝난 이후에도 사랑은 이어지고,
그 사랑을 붙잡고 있는다면
사랑하는 이들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가득한 판타지는
그저 두렵고 슬프게만 느껴지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마음을 가지게 해 주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고,
절망과 슬픔뿐 아니라 희망과 사랑이 함께하기에
사랑하는 존재나 자신의 존재가
소멸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삶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에 집중할 수 있어야겠다는
다정한 다독임이 가득했다.
각자의 사정과 아픔이 있는 결핍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카론의 나루터 찻집에서 만나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 하며,
그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에서도
누군가에게 오롯이 사랑받고 신뢰받는
따스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떠나보낸 가족들이
죽음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을지
걱정스러웠던 마음에 한자락 안심이 된다.
마냥 눈물로 떠올리게 되었던 죽음 이후의 삶에
두려움은 조금 덜어내고 따스한 치유를 얻게 된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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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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