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
  1. 첫 문단 클럽
주간우수

이미지

도서명 표기
광인
글쓴이
이혁진 저
민음사
평균
별점8.1 (95)
똥강아지

사랑이 넘쳐 범람하는 소설.
그러다 그 사랑이 끝났을 때, 
사랑이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의 간극을 이기지 못해
한없이 쓸쓸하게 하는 소설.


충만과 공허가 모두 감정이라면...
감정의 팽창으로 두근거리는 것이 익숙한 F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이 책에서 나를 충만하게 했던 것들.



1. 위스키를 촉각할 수 있는 문장.


p.89
맨 처음 마신 건 약간의 알코올 냄새와 함께 버번 캐스크 특유의 아세톤 향이 났다. 하지만 아세톤 뚜껑을 열었을 때 코를 쑤시듯 들어오는 향이 아니라 약간의 레몬 향이 더해진, 인공적이면서 관능적인 향이었다. 이를테면 레몬을 까고 난 빨간 매니큐어 바른 손톱이나 초록색 라임을 짓이긴 진홍색 에나멜 하이힐 같았다.


위스키를 손으로 만지는 느낌.
손끝으로 스민 위스키가 모든 감각을 깨우는 것 같은 표현.

술을 못 마시는 것이 이렇게 억울할 줄이야...



2. 삶을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


p.137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모든 게 쉽고 가벼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문제들은 어렵고 복잡해졌다. 가진 것도 지킬 것도 적은,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가 늘 더 쉽고 더 가벼웠다.

p.499
인생이란 희극도 비극도 아니고 촌극이라는 걸. 짤막짤막한, 아무 의미도 깊이도 없고 그저 지푸라기 잡듯 지폐를 붙잡아 보려 서로 밀치고 깨물고 할퀴고 때리는, 도대체 왜들 그렇게 천박하고 구질구질하게 사느냐는 말밖에 안 나오는 촌극

p.619
당연한 일들은 실은 당연해 보일 뿐 조금도 당연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살고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곳이 세상이었다.
삶도, 세상도 그래서 혼란스럽고 불안했다.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한 듯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는 건 힘들고 괴로운 것일 수밖에 없었다.


연애소설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아..
곳곳에 밑줄을 치게 된다.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하게 사는 오늘이라...



3. 결국 이 책은 사랑.


p.7
이별이 현실의 포도송이라면 이별의 기억이란 그걸로 담근 와인이고 이별 노래란 그 와인을 증류한 브랜다, 코냑 같은거죠.

p.121
사랑할 수 있는 때도 사랑할 수 있는 대상도 늘 있는 게 아닌 걸, 사랑은 끝나면, 그냥 끝나, 뭔가가 죽어 버리는 것처럼. 다시 한다고 해도 예전같이, 그 열기와 진동으로 사랑할 수는 없지. 깨진 그릇 이어 붙인 것처럼 늘 자국이 남고 그건 사라지지 않아. 못 본 척할 수 있을 뿐, 언젠가 다시 충격을 받으면 균열은 늘 거기에서 시작해. 그걸 조금씩 조금씩 알아 간 거야. 정말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질 때처럼.

p.161
감정이라는 건, 마음이라는 건 왜 한 겹이기만 하질 않을까. 왜 좋은 건 좋기만 하지 않고 싫은 건 싫기만 하지가 않을까.

p.180
사랑이란 어쩔 수 없이 그랬다. 분명하고 열렬하지만 그만큼이나 선별적이고 차별적이다. 사랑은 늘 오려 낸 것처럼 선명하니까. 사랑한다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나뭇잎점의 이파리들처럼 똑같아 보이지만 실은 삶과 죽음만큼 전혀 다른 상태, 다른 무게니까.


40대에 이렇게 미치게 사랑할 수 있을 줄이야.
나의 40대가 갑자기 기대로 물들어가는데.. 이를 어쩐다..






이 책을 감정을 모두 빼고 본다면.
그저 클리셰 가득한 막장 드라마에 걸맞을 뿐이다.
그런데 감성 충만! 진하고 긴 문장이 이 책을 살렸다.

긴 문장이 충만하게 하고 그 문장이 끝났을 때 공허해졌다.





덧) 곧 일주일 휴가. 이런 날을 보내고 싶구나.

p.158
이렇게 날씨 좋은 날이면 선선한 잔디에 누워 책을 읽었다고. 텀블러에 채워 온 위스키를 홀짝이면서. 그러다가 노곤해지면 얼굴에 책을 덮고 눈을 붙였다.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뜨듯해진 뺨에 닿던 서늘한 책장의 감촉, 날숨의 위스키 향에 섞여 든 종이 내음, 얇은 옷감 사이로 살갗을 간질거리던 햇살의 가느다란 손끝.












#광인 #이혁진 #민음사 #첫문단클럽 #yes24 #yes24북클럽 #책 #책추천 #막장소설 #책그램 #책스타그램 #book #북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독서스타그램 #책읽는하루 #책읽는똥강아지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똥강아지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4.9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4.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4.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4.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3.24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3.2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6
    좋아요
    댓글
    211
    작성일
    2025.5.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44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71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