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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리
- 작성일
- 2024.5.1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글쓴이
- 공현진 외 6명
문학동네
심사 경위에는 이러한 문장이 적혀있다.
"한국 소설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펼쳐보아야 한다는 한 독자의 평을 읽은 적이 있다. 젊은 작가상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노고는 바로 이 한마디를 위해서 축적되어온 것이 아닐까."(339쪽)
젊은 작가상은 한 3~4년 전부터 '젊은작가상 같지 않다'라는 평을 주변에서 많이 들어왔다. 심사기준이 무엇인지 읽어보아도 잘 모르겠다는 지인들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그럼에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위의 말처럼 가장 최전방에 있는 한국소설이란 어떤 소설인가의 방향을 알려주는 앤솔로지라는 점은 편하지 않는다.
재작년과 작년의 젊작상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올해는 정말 말그대로 한국 소설이 지향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내 취향의 작품은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텐데」와 김지연 「반려빚」이다.
그것과 별개로 정말 잘 쓰였다, 라고 생각한 작품은 성해나 「혼모노」와 전지영 「언캐니밸리」다.
그 중에 하나씩만 말해보려고 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바란다.
김지연 「반려빚」에는 주인공 정현에게는 일억 육천정도의 빚이 있다. 그건 전 여자친구인 서일에게 빌려준 돈이었다. 헤어졌지만 그냥 내가 짊어져야 것이니, 생각하고 천천히 갚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빚'을 청산해야할 족쇄처럼 여기지 않고 반려해야 할 대상으로 상징한 것이 이 소설의 주목할만한 포인트이다. 사실 이 소설에는 커다란 갈등이란 없다. 그러나 정현은 우리 현대인의 삶과 굉장히 맞닿아있다. 나만해도 학자금대출이 몇 천만원이 된다. 이걸 다 갚아나가려면 눈 앞이 깜깜하지만 이것도 그냥 내 친구이거니(?) 생각하며 꾸준히 이자를 내고 있다. 소설의 초반에는 서일이 나타나 돈을 갚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서일이 갚겠다고 했으나 갚지 않고 결혼까지 했기에 정현은 서일에게 큰 실망을 했던 상태였다.그런데 이혼을 하고 출처를 모를 돈을 들고 갚을 수 있단다. 황당하기 짝이없다. 정현은 서일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때 사랑했던 전여자친구인 서일의 얼굴을 보니 그런 말이 쉽사리 꺼내지지 않는다. 결국 솔직하게 너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긴 하지만. 어쨌든 서일의 출처모를 돈은 무사히 정현에게 전달된다. 물론 원금만. 그렇게 정현은 "마침내 0이 된 기분"(229쪽)을 얻는다.
나는 「반려빚」의 엔딩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저 0인 삶.
이 소설은 빚에 대한 작가의 사유도 좋지만 사랑과 관계에 대한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부채감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빚 뿐만아니라 정현과 서일과의 관계도 설명할 수 있는 단어이다.
그 묘한 관계 때문에 이 소설이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와도 너무나 가까운 소설이라 정말 좋았다. 정현은 하루종일 돈 생각만 하는 사람이었다. 현대인들 중에서 돈 생각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있던가? 나는 없을 거라고 본다.
성해나 「혼모노」
이 소설은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다.
박수무당인 주인공은 신애기가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장면을 뜨악하게 쳐다보며 시작한다.
하지만 박수무당인 주인공에게 들어있던 할멈(깃들어 있던 귀신)은 신애기에게 옮겨간지 오래다.
이 소설은 거칠고 섬뜩하다. 휘몰아치는 소설이다.
구조도 탄탄하다.
그 외의 작품들 모두 너무나 좋은 작품들이니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한국 소설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펼쳐보아야 한다는 한 독자의 평을 읽은 적이 있다. 젊은 작가상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노고는 바로 이 한마디를 위해서 축적되어온 것이 아닐까."(339쪽)
젊은 작가상은 한 3~4년 전부터 '젊은작가상 같지 않다'라는 평을 주변에서 많이 들어왔다. 심사기준이 무엇인지 읽어보아도 잘 모르겠다는 지인들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그럼에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위의 말처럼 가장 최전방에 있는 한국소설이란 어떤 소설인가의 방향을 알려주는 앤솔로지라는 점은 편하지 않는다.
재작년과 작년의 젊작상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올해는 정말 말그대로 한국 소설이 지향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내 취향의 작품은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텐데」와 김지연 「반려빚」이다.
그것과 별개로 정말 잘 쓰였다, 라고 생각한 작품은 성해나 「혼모노」와 전지영 「언캐니밸리」다.
그 중에 하나씩만 말해보려고 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바란다.
김지연 「반려빚」에는 주인공 정현에게는 일억 육천정도의 빚이 있다. 그건 전 여자친구인 서일에게 빌려준 돈이었다. 헤어졌지만 그냥 내가 짊어져야 것이니, 생각하고 천천히 갚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빚'을 청산해야할 족쇄처럼 여기지 않고 반려해야 할 대상으로 상징한 것이 이 소설의 주목할만한 포인트이다. 사실 이 소설에는 커다란 갈등이란 없다. 그러나 정현은 우리 현대인의 삶과 굉장히 맞닿아있다. 나만해도 학자금대출이 몇 천만원이 된다. 이걸 다 갚아나가려면 눈 앞이 깜깜하지만 이것도 그냥 내 친구이거니(?) 생각하며 꾸준히 이자를 내고 있다. 소설의 초반에는 서일이 나타나 돈을 갚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서일이 갚겠다고 했으나 갚지 않고 결혼까지 했기에 정현은 서일에게 큰 실망을 했던 상태였다.그런데 이혼을 하고 출처를 모를 돈을 들고 갚을 수 있단다. 황당하기 짝이없다. 정현은 서일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때 사랑했던 전여자친구인 서일의 얼굴을 보니 그런 말이 쉽사리 꺼내지지 않는다. 결국 솔직하게 너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긴 하지만. 어쨌든 서일의 출처모를 돈은 무사히 정현에게 전달된다. 물론 원금만. 그렇게 정현은 "마침내 0이 된 기분"(229쪽)을 얻는다.
나는 「반려빚」의 엔딩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저 0인 삶.
이 소설은 빚에 대한 작가의 사유도 좋지만 사랑과 관계에 대한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부채감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빚 뿐만아니라 정현과 서일과의 관계도 설명할 수 있는 단어이다.
그 묘한 관계 때문에 이 소설이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와도 너무나 가까운 소설이라 정말 좋았다. 정현은 하루종일 돈 생각만 하는 사람이었다. 현대인들 중에서 돈 생각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있던가? 나는 없을 거라고 본다.
성해나 「혼모노」
이 소설은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다.
박수무당인 주인공은 신애기가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장면을 뜨악하게 쳐다보며 시작한다.
하지만 박수무당인 주인공에게 들어있던 할멈(깃들어 있던 귀신)은 신애기에게 옮겨간지 오래다.
이 소설은 거칠고 섬뜩하다. 휘몰아치는 소설이다.
구조도 탄탄하다.
그 외의 작품들 모두 너무나 좋은 작품들이니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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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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